김경수 시인의 시집 "기수역의 탈선"을 감상하며
홀로 빛나는
바깥을 향해
얼굴이 인자한 청년은
좁은 문을 지그시 열어 놓고
눈이 맑은 표정으로
어둠을 부드럽게 태우고 있다
꽃이 피고 나무가 자라나
사막이 사라진 광야에는 봄이 자라고
하늘이 내려앉았다
짧은 기도에
이름 없는 사람들이 밀려든다
바람 부는 시간에도
떨어진 꽃잎을 일으켜 세우니
잔별들이 드리운
멍든 세상에서도
홀로 빛나는 당신은
내게 남은 시간의 전부입니다
김경수 시인의 시를 자주 접할 기회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얼굴을 보면, 왠지 범상한 시가 툭툭하고 튀어 나올 것 같은 예감에 사로잡히곤 했는데, 이 해 가을에 귀한 시집 『기수역의 탈선』(도서출판 현자)가 출간 되었다. 한 편 두 편 시를 읽어 나가면서 참으로 즐거웠다. 그리고 반가웠다. 이는 시인과 잦은 만남은 아닐지라도 만날 때면 중량감 있는 미소를 지으면서 대화를 주고 받았는데, 그 자리에서 미처 나누지 못했던 수다들이 견고한 모습으로 시집 낱장을 메우고 있음을 볼 수 있어서 기쁘고 반가웠던 것이다. 김경수 시인의 시들을 보면, 어려운 시상을 피력시켜 놓지 않고서도 시가 지닌 특징을 아주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특징을 발견할 수 있어서 좋다.
아침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 틈을 내서 거리 시를 대하듯 가볍게 읽다 보면, 왠지 고향집 앞 느티나무 아래 머물고 있는 듯 편안한 마음이 읽혀진다. 달리 말하면 다른 세상에 들어와 여유당을 짓고 머물고 있는 느낌을 은은하게 받는다. 왜? 이 세상은 시 외에 이 같은 정감과 사유의 맛을 제공하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남은 시간도 때때로 이 시집 『기수역의 탈선』을 펼쳐 들고 아주 낮은 목소리로 읽어 볼 것이다. 이 해 가을은 곁에 시가 있어서 참으로 행복하다. 어느새 기수역의 탈선을 꿈꾸듯 나 역시 일상으로의 탈선을 꿈꾸며 떠날 날을 그리워 해 봐야지. 귀한 시집을 출간해 주신 김경수 시인의 노고를 위로하며, 시집을 보내 주신 마음에 감사를 드린다. 이 소중한 시집으로 인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깊은 위로를 받을 수 있기를 기도드리며 시 현 편을 더 씹어 삼키려 한다.
이충재(시인, 문학평론가)
첫댓글 축하합니다
"상수를 넘기신 어머니는/여름 초록보다 더 초록으로 주름이/물들어 가고 있다(중략)/오늘도 어머니의 묵정밭은/모정(母情)이 무성이도 자라고 있다"는 <어머니의 묵정밭>에서 여리어가는 시선과 몸짓과 기억들을 간신히 묵정밭에서 찾아내고 있다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에 한동안 젖습니다.
다시한번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요렇게 격려 해주시니~
최고의 시집, 축하 드립니다. 회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