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의가 만난 전국 교육감>
평등한 유아 공교육의 새로운 본보기를
만들겠습니다
-최 최교진 세종특별자치시 교육감
최창의가 만난 열세 번째 교육감은 세종시교육청 최교진 교육감이다. 2015년 12월 24일에 교육감 집무실에서 대담을 나누었다.
최창의 : 세종시교육청이 생기고 나서 두 번째 교육감을 맡게 되셨는데요. 세종시 교육의 목표와 방향은 어떻게 세웠는지요.
최교진 : 교육감 취임하고 나서 ‘새로운 학교 행복한 아이들’이라는 전망을 세웠어요. 새로운 학교는 정말로 아이들이 모든 것에서 중심이 되는 학교, 가르치고 배우는 교수학습활동이 핵심이 되는 학교로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지요. 세종시 교육지표는 ‘생각하는 사람 참여하는 시민’입니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스스로 생각할 수 있고 그 생각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아이들로 길러야 한다는 뚜렷한 목표가 생긴 겁니다.
최창의 : 선생님들 얘기를 들어 보면 예전보다 세종시 학교 현장 움직임이 활발해졌다고 합니다.
최교진 : 그동안 몇 곳에 혁신학교를 운영하고 선생님들이 자율적으로 전문 학습공동체 모임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걸 통해서 선생님들 스스로가 변화하고 있다, 학교가 달라지고 있다,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를 하고요. 학부모님들도 우리 애가 중학생인데 초등학생 때보다 훨씬 더 밝아지고 학교를 빨리 가고 싶어 한다고 해요. 지금 선생님이랑 고등학교 때까지 계속 같이 갔으면 좋겠다고도 합니다. 이런 말 들으면 매우 기분이 좋지요.
최창의 : 세종시나 세종시교육청을 떠올리면‘처음이다 새롭다’는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행정신도시로서 세종시 교육이 가진 독특함이 있을 것 같아요.
최교진 : 세종시 인구 평균 나이가 31살이에요. 전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입니다. 새로 만들어지는 도심 지역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학생들이 생각보다 엄청나게 많아요. 또 새로 만든 도시이다 보니 신규 선생님들이 많습니다. 40퍼센트 가까이가 경력 5년 안쪽의 젊은 선생님들이에요. 선생님들이 젊기 때문에 관행에 물들지 않았고 아이들과 소통이 잘 되지요. 수업을 열정적으로 하는 것도 좋은 점이고요. 그런데 고등학교에서는 대학 입시 지도하는 데 경력과 경험을 가진 분이 너무 적어서 걱정하는 부모님들도 있습니다.
최창의 :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많으니 유아교육에 대한 관심도 높을 텐데요. 세종시에는 공립단설유치원이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최교진 : 새로 만든 도시지역에는 어린이집이나 사립유치원이 거의 없습니다. 공립단설유치원을 계속 짓고 있고 이미 22곳이 운영되고 있거든요. 이곳 인구가 10만 명 조금 넘는데 22곳이라는 건 참 많은 거예요. 서울시는 1천만 인구에 공립단설유치원이 50군데가 채 안 됩니다. 세종시는 2017년까지 단설유치원이 6곳 더 늘어나서 31곳이 됩니다. 3, 4, 5세 유아의 60퍼센트 이상을 공립유치원에서 받아들일 수 있을 겁니다. 솔직히 말하면 그동안 유아교육은 국가의 바깥인 사립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요. 세종시에서 평등한 유아 공교육의 새로운 모범을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 같은 게 있습니다.
최창의 : 단설유치원이 22곳이나 있다니 놀랍습니다. 유아 공교육화는 세종시가 본보기가 될 수 있겠는데, 새로운 유치원 정책으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최교진 : 지금 초·중·고등학교에는 모두 학교안전지킴이가 있습니다. 그런데 유치원은 없더라고요. 초중등교육법이 초중등 학교에만 적용이 되기 때문에 그렇다는 거예요. 그래서 가장 먼저 유치원에 학교안전지킴이를 배치했고요. 그다음에 보건교사도 정작 더 필요한 유치원에는 없는 거예요. 그래서 법규를 찾아 올해 4곳을 지원해 봤어요. 그랬더니 정말 만족도가 높아서 내년에 모든 유치원으로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최창의 : 세종시교육청은 새로 시작하는 곳이라서 혁신 행정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다른 시도와 달리 추진하는 혁신 정책이라면 어떤 것을 들 수 있을까요?
최교진 : 초등학교 때 학력격차가 생기면 평생 갈 수 있잖아요. 그래서 초등학교 저학년 과정에서 학력격차가 생기지 않도록 2학년 모든 교실에 학습도우미를 배치했습니다. 또 선생님들이 행정업무에서 벗어나 가르치고 배우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교무행정사를 큰 학교는 두세 명을 두어 도와 드리고 있고요. 교육청에서 내려 보내는 업무도 꾸준히 줄이고 교육청이 주관하던 온갖 대회는 다 없앴습니다.
최창의 : 세종시 교육감 출마할 때 학생들의 다양한 교과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고등학교 연합교정을 구상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남다른 공약이라 다른 지역에서도 주목하고 있는데 어떻게 추진되고 있나요?
최교진 : 캠퍼스형 고등학교의 기본 발상과 장점은 이런 거죠. 고등학교 세 개 정도를 한곳에 두고 체육시설이라든가 강당이라든가 공연장 같은 공동시설들을 크게 지어 함께 쓰는 겁니다. 또 영어 선생님이 한 학교에 다섯 명씩이면 세 학교 합해 열다섯 명이잖아요. 그러면 교정 안에서 교과별 연구 모임이 가능하고, 학생 선택권에 있어서도 제2외국어 같은 경우 선택의 폭이 넓어지지 않겠습니까? 올 초부터 전담팀을 꾸려서 교육과정과 건축 같은 문제를 계속 논의하고 있으니 2017년쯤에는 어느 정도 계획이 나올 걸로 압니다.
최창의 : 세종시는 스마트교육 시범지구로 알고 있습니다. 스마트교육에 대해서는 사실 찬반양론이 있어요. 정부가 한때는 스마트교육을 전국으로 넓히려다가 유보하기도 했지요.
최교진 : 스마트교육을 하려면 해결할 과제가 많은 건 사실이에요. 세종시 학교에 개인용 태블릿, 전자칠판, 외국 학교와 화상 수업을 할 수 있는 시스템 같은 건 갖춰져 있어요. 그런데 그 기기를 활용할 만큼 콘텐츠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콘텐츠 개발을 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뒤따르는데 국가에서 그걸 다 뒷받침할 수가 없는 거죠. 그래도 초등학교는 어느 정도 콘텐츠가 있어서 활용도가 좀 높은데 중, 고교로 갈수록 콘텐츠가 적어서 활용도가 낮지요. 전자기기를 주기적으로 교체할 때 들어갈 돈도 엄청나고요. 그래서 우리 교육청은 되도록 예산은 아끼면서 최대한 수업에 활용할 방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최창의 : 세종시도 제주도와 같은 특별자치시도 개념 아니겠습니까. 제주도처럼 일부라도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교육행정 권한이 보장되어 있는지요.
최교진 : 아쉽게도 제도로서 특별히 보장된 것이 없어요. 일반 시도교육청하고 다른 점이라면 2020년까지는 교육재정교부금을 25퍼센트 안쪽에서 더 줄 수 있다는 정도입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세종특별자치시는 거의 같은 자치 개념인데도 워낙 차별이 크기 때문에 자율학교의 교장, 교감 공모제와 교육예산 배정문제를 특별법으로 선포해 달라고 건의했습니다.
최창의 : 우리 학교 현장은 우리에게 걸맞는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혁신해야겠지요. 그런 면에서 성래운, 이오덕 선생님 같은 교육자들의 교육철학을 어떻게 받아들이시는지요.
최교진 : 대학에서 교육학과 교육심리학을 배웠지만 어떤 생각을 가지고 아이들을 바라봐야 하나, 아이들을 교실에서 어떻게 도와야 하나, 교사는 아이들 앞에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나, 이런 것에 대한 뚜렷한 생각도 없이 교사자격증을 받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1970년대 후반기에 나온 이오덕 선생님의 《삶과 믿음의 교실》, 성래운 선생님의 《인간회복의 교육》 같은 책들은 아이들을 올바른 눈으로 보게 해 준 교과서였어요. 제가 세종시 교육에서 추구하고 아이들한테도 늘 얘기하는 게 1등부터 25등까지 줄 세워 배우는 교실을 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스물다섯 가지 1등이 함께 살아가는 교실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게 결국 이오덕 선생님께 배운 정신입니다.
최창의 : 이오덕 선생님은 아이들이 표현을 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하나가 학급회의라 했습니다. 세종시에서 학생 자치활동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습니까?
최교진 : 요즘에는 학생들이 자치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자치 공간, 학생회실을 따로 마련해 달라는 요구가 많아요. 매우 타당한 요구이지요. 교장실 따로 있고 선생님들도 교과실이 있는데 아이들만 자기 공간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그런 공간을 마련해 주는 일에 힘쓰고 있습니다. 세종시는 거의 모든 학교가 민주적으로 학생회장 선거를 하고 있는데요. 학생회 선거 때 지킬 수 없는 공약은 아예 내세우지 말도록 지도하고, 대신 들어줄 수 있는 것은 교육청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꼭 지켜 주라고 합니다.
최창의 : 교육감이 되기 이전에는 참교육 운동에 누구보다 앞장섰고 그에 따른 고초도 많이 겪었지요.
최교진 : 제가 교사를 하면서 세 번이나 해직이 됐습니다. 근무한 세 학교의 경력을 다 합쳐도 10년이 채 안 돼서 교육위원도 나서지 못했어요. 이전에 함께 참교육 활동을 했던 교육감님들이 전국에 여덟 분 계신데요. 그 가운데 저를 뺀 일곱 분은 교육위원 출신이라서 교육행정에 상당히 깊은 이해를 갖고 있지요. 사실 저는 예산이라든가 교육일반행정에 관해 아직도 모르는 게 있어서 공부를 부지런히 하고 있습니다.
최창의 : 대담을 마치면서 앞으로 세종시 교육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갈지 말씀해 주십시오.
최교진 : 학교를 새롭게 변화시키는 일을 꾸준히 해 나가겠습니다. 그런 가운데 경쟁보다는 협력이 중심되는 학교 문화와 민주적인 소통 문화를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또 2017년도부터 우리 지역도 고교평준화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고교평준화를 통해 학습 능력뿐만 아니라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능력, 동료들을 배려할 줄 아는 능력 들이 올라가는 상향평준화를 이루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좀 더 많은 지역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올바른 지역교육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세종특별자치시를 세종교육특별자치시로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