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얼 생각하고 있을까? 바닷가의 바위 위, 방파제 위, 꽤나 야릇한 분위기로 바다를 응시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발길들이 봄꽃나들이로 향하고 있지만 은근히 낭만을 즐기는 사람들이 향하는 곳은 너른 들판이 아닌 바닷가였습니다. 알싸한 겨울바다가 조금은 부담스러웠다면 이제 바로 바다로 달려가도 될 듯싶습니다. 바닷바람이 한결 포근해졌음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바다에는 바닷바람과 파도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쉬지 않고 조용하게 울려 퍼지는 화음, 귀를 기울여 가만히 듣고 있으면 어느샌가 자기도 모르게 화음을 따라 그곳으로 향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고르르르르~~~촤!, 촤르르르~~~~~♬, 무슨 소린가 했는데, 파도와 몽돌이 만들어 내는 소리입니다. 사진으로만 소개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 동영상으로 그 신비스런 마력의 소리를 담아봤습니다.
<이어폰을 양쪽귀에 모두 꼽고 가만히 눈을 감고 들어 보세요..>
제주도에서 단 한 곳밖에 없는 몽돌로만 된 해변, 제주에는 특유의 현무암질 해변이 대부분이고 새하얀 백사장과 간혹 현무암이 오랜 세월 풍파에 부셔져 만들어진 검은 모래의 해변이 있지만 이처럼 자갈로만 만들어진 해변, 즉 역빈은 보기 힘듭니다. 이곳이 바로 또 하나의 숨겨진 비경인 내도동 알작지입니다. '알작지'라는 말의 '작지'는 제주어로 돌멩이. 즉, 자갈을 뜻하며, 알작지는 작은 자갈입니다. 이제는 사람들이 입소문을 타고 하나둘 이곳을 찾으면서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하는데, 둥그렇게 반원형으로 이어진 자갈 해변에 파도가 밀려들었다 쓸려 나가면서 발생하는 오묘한 화음이 사람들의 혼을 빼놓기도 합니다. 가만히 자갈위에 걸터앉아 화음에 심취하고 있으면 오케스트라의 교향곡을 연상케도 합니다. 조그마한 해안마을에 자동차나 사람들의 잡다한 소음이 없는 주변 환경도 은근히 매력적입니다.
환경전문가는 이곳을 다음과 같이 고증하고 있습니다. 내도 알작지는 제주도내에서 유일하게 자갈로 이루어진 역빈(礫濱, gravel beach)으로 독특한 경관적 가치와 외도동 일대의 지질학적 특성을 잘 보여주는 곳이다. 이곳에 분포하는 자갈들은 흐르는 물의 유속에너지에 의해 만들어지는데, 이는 과거 50만년 전 외도동 일대에 현재보다 더 규모가 큰 하천이 존재했었음을 증명해주고 있다.
파랑(波浪, wave)에 의해 수시로 모습이 변하는 알작지 역빈은 자연의 변화를 알려주는 바로미터(barometer)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파랑과 역빈이 어우러져 내는 소리는 마치 오케스트라가 바다를 연주하는 교향악처럼 들리는 아름다운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