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폭언, 말다툼과 학교 폭력의 경계선은? - 가볍게 올린 글, 부메랑 될 수 있어 주의!

[유담]

SNS 폭언, 말다툼과 학교 폭력의 경계선은?

가볍게 올린 글, 부메랑 될 수 있어 주의!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일상화되면서 아이들 간의 다툼도 신체 폭행보다는 언어 폭력으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사이버 공간에서의 사소한 말다툼이 학교 폭력으로 이어지기도 해 주의가 필요하다. 말 한마디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는 사례도 있어 사춘기 아이를 둔 엄마들은 늘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SNS상의 글은 모두 남는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때다.

취재 홍혜경 리포터 hkhong@naeil.com

도움말 강복혁 실장(강남Wee센터)·김해환 상담교사(서울 장안중학교)·차민희 팀장(청예단 학교폭력SOS지원단) 자료 방송통신위원회·청예단·한국인터넷진흥원(KISA)

편집부가 독자에게 ...

SNS 폭력이 증가하는 시대의 교육법

‘가해자’는 폭력을 행한 학생, ‘피해자’는 폭력을 당한 학생이라고 생각하게 마련이죠. 하지만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열리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는 사례가 많다고 합니다.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가 그야말로 욱하는 성격에 SNS상에 부정적인 말을 남겼기 때문이죠. 이렇게 남긴 SNS상의 대화는 학교 폭력의 결정적인 증거로 남아 가해자가 된 것입니다.리포터의 아이도 최근에 비슷한 일을 겪을 뻔했지요. 누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해선 안 될 행동임을 설득하느라 애먹었습니다. 아이들에게 SNS교육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_ 홍혜경 리포터

READER’S LETTER

“최근 중2 아이가 친구와 다투고 나서 일대일 메시지로 절교를 선언한 일이 있었습니다.

                           자칫 학교 폭력의 요인이 될 수 있어 SNS 대화 자제를 권했지요.

아이는 상대방에게 욕만 사용하지 않으면 된다고 말하는데, 정말 괜찮을지 걱정입니다.”

사이버 폭력 유형, 언어 폭력 가장 비중 높아
올해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공동으로 발간한 ‘2015 사이버 폭력 실태 조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초·중·고 학생 10명 중 2명(17.2%)은 최근 1년 새 사이버 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반대로 가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 비율은 17.5%였다. 2014년 대비 피해 경험은 1.8% 줄었지만 가해 경험은 3.5% 증가했다. 초·중·고 학생들의 사이버 폭력 유형은 ‘언어 폭력’이 대부분이었다. 구체적으로 사이버 폭력 가해 유형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언어 폭력이 15.8%(복수 응답)로 가장 많았다. 이외 따돌림, 명예훼손, 스토킹 등은 2~3% 이내로 미미하게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표 1 참조).
또한 학교 내에서 ‘사이버 폭력 피해 학생이 발생하여 문제된 적이 있다’는 응답은 중학교(62.4%), 고등학교(43.4%), 초등학교(36.6%) 순으로 나타났고, ‘사이버 폭력 가해 학생이 적발되어 문제 된 적이 있다’는 응답은 중학교(62.4%), 고등학교(45.8%), 초등학교(29.3%) 순으로 나타났다.
강남Wee센터 강복혁 실장은 “초등학생 때는 휴대폰이나 SNS를 사용하지 않는 아이도 있었는데, 중학생이 되면 거의 모두가 휴대폰을 갖는다. 사이버 폭력과 관련해 상담을 의뢰하는 학년도 주로 초등 6학년에서 1,2학년”이라고 전한다.
청예단 학교폭력SOS지원단 차민희 팀장은 “학교 폭력에는 여러 유형이 있다. 신체 폭행이나 언어 폭력, 집단 따돌림 등에 비해 사이버 폭력이 전체 학교 폭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학생들의 사이버상의 언42어 폭력이 증가하고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청예단의 설문조사 역시 사이버 폭력의 피해 유형에서 최근 1년간 ‘욕설이나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는 것(표 2 참조).
학교 폭력은 신체 폭행이나 언어 폭력, 사이버 폭력 등 유형별로 따로 일어나는 게 아니라 보통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사이버 공간에서도 언어 폭력이나 협박, 금품 갈취 등이 발생할 수 있어 학부모들이 각별히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게 더욱 중요해졌다.

SNS에서의 말다툼, 어디까지가 학교 폭력일까?
사실 아이들 간 다툼이 SNS로 옮겨갔을 때 어디까지가 학교 폭력인지 구분은 모호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 강 실장은 “요즘 아이들은 직접 만나서 얘기하는 것보다 글로 소통하는 것을 더 편해하는 세대다. SNS상에서는 자신이 쓴 글을 상대가 확인했는지 알 수 있어, 답글이 없는 데 대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글이 상대방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인식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한다. 신체에 폭행이 가해져서 상해를 입으면 폭력이라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지만 사이버 공간에서의 대화는 직접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생각해 소홀히 여기는 경향이 있기 때문. 당연히 폭력적인 글에 대해서도 덜 민감하다.
차 팀장은 “아이들은 사이버 공간에서의 폭력이 직접 신체적으로 폭행이 일어나거나 대면해 욕설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학교 폭력이 아니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사이버 폭력도 학교 폭력의 유형 가운데 하나다. 자신의 글로 인해 상대방의 심리적 고통이 크다면 폭력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서울 장안중 김해환 상담교사 역시 “전후 맥락을 모르는 상태에서 ‘폭력이다’ ‘폭력이 아니다’라고 이분법적으로 나누기는 힘들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얘기도 듣는 사람이 성적 수치감을 느꼈다면 성추행이 성립되듯이 말다툼과 사이버 폭력의 경계도 그 연장선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학생 자신은 단순한 장난으로 글을 올렸지만 상대방이 모욕감과 불쾌감을 느꼈다면 사이버 폭력이 성립될 수 있다는 얘기다.
김 교사는 “예를 들어 어떤 학급에 누가 봐도 엄청 뚱뚱한 A라는 아이가 있어서 B학생이 SNS에 ‘완전 돼지 같지 않냐’는 글을 올렸다고 하자. B학생이 생각할 때는 객관적으로 정말 뚱뚱해서 그렇게 썼다고 말하더라도 A학생이 그 글로 인해 큰 상처를 받았다면 사이버 폭력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학부모 영향력 커져 더 민감해진 ‘SNS 폭언’

SNS상의 사소한 말다툼이나 뒷담화가 학교 폭력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김 교사는 “최근에는 학교 폭력에 대한 처벌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고, 종전보다 부모들의 영향력도 커졌다. 과거에는 그냥 넘길 아이들 간의 다툼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따라서 온라인상에 욕설은 물론 부정적인 글은 최대한 남기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전한다.
‘학교 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선 사이버 폭력을 학교 폭력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가벼운 문제로 치부했던 아이들 간 다툼도 피해 학생이 심리적 피해를 호소하면 학교 폭력 행위 대상이 될 수 있다. 학교 폭력으로 징계를 받으면 학교생활기록부에도 기재돼 고등학교 입시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강 실장은 “아이들에게 사이버상의 글은 사라지지 않고 모두 남는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욕설이나 비난의 글이 지금 당장 문제가 되지 않더라도 나중에 다툼이 생겼을 때 과거의 글이 학교 폭력 행위의 근거 자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조언한다. 그 과정에서 지속된 괴롭힘을 견디지 못해 SNS에 욕설을 남긴 아이가 오히려 학교 폭력으로 연루돼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물론 “이제부터 너랑 안 놀아”라는 식의 절교 한마디가 학교폭력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김 교사는 “아이들 사이의 다툼이 문제가 되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열리면 사건의 원인과 결과. 여러 가지 정황을 고려해 학교 폭력 행위 여부를 판단한다. 지속적·반복적으로 사이버 폭력을 행사했다든지, 다른 아이들과 있을 때도 고의적으로 괴롭혔다든지 등의 종합적인 사례를 통해 판단한다”고 전한다.
차 팀장은 “일찍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접한 중학생들은 사이버상의 폭력적 언어에 대한 민감도가 낮다. 가정에서부터 아이들에게 사이버 공간에서의 욕설이나 비난도 엄연한 폭력 행위가 될 수 있음을 알리는 사이버 윤리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SNS는 대면해서 눈을 맞추거나 비언어적 상황들을 확인하며 대화하는 게 아니라서 더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미즈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