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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같은 사랑] 10
씬1. 미숙의 집 전경, 밤.
옥희 : (E) 뭐해, 자지 않구.
씬2. 용배의 부엌.
옥희, 설거지하며 말하고 있고, 재민, 문턱에 앉아 눈가 그렁해 옥희 보며 있는.
옥희 : (설거지만 하며) 벌써 열두시가 다됐는데, 자야지, 왜 그러고 앉아 있어.
재민 : (소매로 눈물 찍고) 엄마 오면..누난 어떡해?
옥희 : (설거지만 하며, 속상한 마음 애써 참는) ..들어가.
재민 : 누나랑 나랑 살고, 엄마랑 아빠랑,
옥희 : (속상한 마음 애써 참으며) 들어가서 자. 제발 말 좀 들어. 너까지 누나 말 안들을래?
재민 : (옥희 보다, 방으로 들어가 문 닫는)
옥희 : (눈물 나는 것 모질게 참고, 설거지하는) .....
씬3. 상우의 방안.
상우, 속상한 얼굴로 한숨 씩씩 몰아쉬며 앉아있고,
상우모, 그 앞에 앉아서 한 손으로 상우의 옷 덜미를 잡고, 한 손으로 등짝을 후려치 며 말하고,
영숙, 그런 상우모의 팔을 잡고 말리는.
상우모 : (화난, 큰소리) 니가 도대체 뭐하는 자식이여!
영숙 : (난감한, 울상) 어머니, 진정하세요. 동네 사람들 다 깨요!
상우모 : (아랑곳없이 소리치며, 상우의 등짝을 후려치는) 바람을 펴! 차라리 내 뱃속으로 도로 들어가, 이놈! 어디서 배울짓이
없어서 기집질을 배워갖고, 에미 속을 태워! 니가 아주 에미 명을 재촉할라고 고사를 지낸다, 고사를 지내!
상우 : (속상한 한숨쉬고, 고개 돌리고, 맞고만 있는) ......
상우모 : (상우 보며) 에미가 이 나이까지 사는 게 속상하냐, 이놈아! 도대체 언년하고 놀았냐? 도대체 어떤 년이길래,
니들 부부사이 일을 에미까지 알게 해! 그년 집이 어디야! 말 안해, 이놈! (하며, 손으로 상우 머리 치는)
영숙 : 어머니! (하며, 상우모 등뒤에서 상우모 안아, 손 못쓰게 하는)
상우 : (눈가 붉어진, 더는 못참겠는지 일어나 나가는)
상우모 : (상우 나간 문 쪽에 대고, 소리치는) 어디 가냐, 너!
영숙 : (울상) 그만하세요, 제발...
씬4. 거실.
방 쪽에서 상우모 말소리 들리는.
상우모(E) : 이리 안와! 에미 말하는데 어딜 가, 이놈아!
상우, 속상하고 화난 얼굴로 신발 신고 문 열고, 문 쾅소리 나게 닫고 나가는.
씬5. 상우의 방안.
상우모 : (노여운) 저 자식 저거 하는 양 봐! 어디서 쏘가질 부려 이 누무자식!
하고, 쫓아 나가려는데, 영숙, 상우모 잡으며.
영숙 : (울상) 어머니..
씬6. 상우의 집 앞.
상우, 속상하고 화난 얼굴로 이 앙다물고 걸어나가고 있다.
씬7. 동네, 삼거리 만나는 길.
용배, 휘파람을 불며 기분 좋은 얼굴로 걸어서 가고, 다른 길에서 상 우 오는. 두 사람 서로 스쳐가는.
씬8. 용배의 방안.
옥희, 애써 작게 웃으며 전화하고 있다, 괜히 제 발등을 한손으로 만지면서.
여자1 : (E) 왜 살림 차려 산다드니, 안좋니?
옥희 : (애써 태연한 척) 그렇게 됐어. (사이, 어렵게 묻는) 거기 식당 자리 있어? (사이, 어렵게 묻는) 잠자리도 주나?
(서글프게 작게 웃으며) 그럼 그 자리 누구 주지 말고, 조금만 기다려줄래. 혹시, 나 가게 될지도 모를 것 같아서..
(눈가 붉어지는, 안들키려 하며) 어어..
씬9. 미숙의 마당 + 용배의 부엌.
용배 휘파람 불며 현관문 열고 부엌으로 들어와 신 벗고 방문 열다 순간 얼굴 굳는.
씬10. 용배의 방안.
재민, 자고, 옥희, 전화 받고 있는.
용배 : (제 맘이 들켰을까봐 마른침 한번 삼키고, 들어오며, 짐짓 태연한 척) 왜, 아, 아직까지 안잤냐?
옥희 : (보고, 전화하는) 그래, 언니 끊어. 어, 또 연락할게. (전화 끊고)
용배 : (옷 벗고, 앉으며) 어디다 오밤중에 전화질이야? 안자?
옥희 : (보고, 서글픈) 빨리 왔네?
용배 : (괜히 머리 긁으며) 어, 그게, (양발 벗으며, 거짓말하는) 요즘 통 장사가 안되가지고..
(옥희 보고, 미안하지만) 참, 낼 내 양복 좀 다려 놔라.
옥희 : (안보고, 재민 이불 덮어 주며, 서글픈) 왜 낼 누구, 만나?
용배 : 어, 그게 치, 친구 놈이 겨, 결혼을 한 대.
옥희 : (안보고, 서글픈) 결혼 안한 친구가 아직도 있었나보네.
용배 : (괜히 주절대는) 요즘 늦장가가 유행 아니냐. 혼자 사는 게 만사 뱃속 편한데, 뭐 한다고 결혼은 한다고 주접인지,
내가 장가 들어보니까 좋은 것도 없구만. 안그러냐?
옥희 : (보고, 가라앉은 잠시 그대로 있는)
용배 : 왜? 내 낯짝에 뭐 묻었냐? (하며, 얼굴 만지는)
옥희 : 재민이 엄마 찾았다며?
용배 : (시침떼는) 뭐, 뭔 소리야?
옥희 : (서글픈) 한번쯤, 아니 한번만이라도 나한테 솔직할 수 없어?
용배 : 얘가 또 왜 이래, 귀찮게.
옥희 : (외면하며) 씻어.
용배 : (피하듯) 그래야지. 아따 피곤하다. (하고, 나가는)
옥희 : (나간 용배 쪽 보고, 맘아픈)
씬11. 용배의 부엌.
용배, 슬리퍼 신고 문 쪽 보다, 미안한. 작게 혼잣말하는.
용배 : 너랑 나랑 인연이 아니면 못사는 거다, 내 원망 마라. (하고, 한숨 쉬고, 나가는)
씬12. 용배의 방안.
옥희, 용배의 양복 멍하니 다리기만 하는.
씬13. 연탄가게, 불꺼진 방안.
상우, 벽에 기대 속상한 얼굴로 전화하고 있다.
영숙 : (E, 속상한 가라앉은) 그래서 집에 안 올거야?
상우 : (화난, 가라앉은) 너 같으면 이 기분으로 집에 들어가고 싶겠어?
영숙 : (E, 속상하지만 달래려는) 들어와서 얘기해.
상우 : (속상해 가라앉은) 나, 너랑 할 말 없어. 내가 그렇게 빌었는데, 엄마한테 고해 받쳐? 너 내가 그렇게 우습니?
이 나이 먹어서 엄마한테 두들겨 맞는 게 보기 좋아?
영숙 : (E, 한숨 쉬고, 가라앉은 달래려는) 들어와. 들어와서 얘기하자구.
상우 : (한숨쉬고, 눈 감았다 뜨며, 가라앉은) 미안한데, 지금은 나, 니가... 보기가 싫다. (하고, 전화 끊고, 벽에 기대 멍한)
씬14. 상우의 집 거실, 불꺼진.
영숙, 전화하고 있는.
영숙 : 자기야, 자기야?
그때, 상우모 잠자리차림으로 방안에서 문 열고 앉아서 몸 반쯤 내밀고 말하는.
상우모 : 그 놈 전화냐?
영숙 : (전화 끊고, 안보고) 네.
상우모 : 어디래?
영숙 : 가게래요.
상우모 : 반푼이 같은 놈, 갈 데도 없는 게 쏘가진. 그만 속 꿇이고 너두 자. 꼴같지 않은 일 땜에 잠 축내지 말고. (하고, 문 닫고)
영숙 : (멍한, 상우 생각하는, 가라앉은 혼잣말) 내가 보기가.. 싫어? (속상한, 숨 고르고, 그대로 앉아있는)
F. O.에서 F. I 되는.
씬15. 상우의 집 전경. 아침.
씬16. 거실.
영숙, 주방에서 찌개 가져와 상에 놓고, 옆에 있는 찬합을 보자기로 싼다.
그때, 상우모 화장실에서 수건 들고 손 닦으며 나와 그런 영숙 보며.
상우모 : 뭐해? (자리에 앉고)
영숙 : (계면쩍어 안보고) 상우씨 아침 갖다줄라고요.
상우모 : 뭐 한다고 집 나가 자는 놈, 아침까지 해다 받쳐.
영숙 : (듣기 싫다) 그만하세요. (하고, 상우모 보며) 어머니도 너무 그러지마세요.
상우모 : (밥 뜨다가, 영숙 보는) ?
영숙 : (속상한) 다 큰 사람 머린 왜 때려요? 그러다 정말 집구석 들어오는거 정떨어져서 나가면 어떡해요.
상우모 : 그거야, 내가 너 위해,
영숙 : (말꼬리 자르며, 안보고 일어나며) 아침 주고 올게요. (하고, 나간다)
상우모 : (그런 영숙 보고, 밥 먹으며 궁시렁) 니들은 내가 있어 좋겠다. 뭐든 꼬이는 일만 있음, 나 때문이니.
나 죽으면 누구 탓을 하고 살란지..어이.. (하면서도 밥 먹고)
씬17. 연탄가게 앞.
영숙, 찬합보자기를 들고 가게로 가는데, 상우, 가게에서 나오는.
그런 상우 보고, 영숙 말하는.
영숙 : 벌써 출근하게?
상우 : (그 말에 돌아보는) ?
영숙 : 밥 가져왔는데, 먹고 출근해.
상우 : (굳은) 너나 먹어. (하고, 돌아서는데)
영숙 : (팔 잡으며, 속상한) 왜이래?
상우 : (팔 빼며, 큰소리) 너나 먹으랬지!
그 바람에 영숙 들고 있던 찬합보자기 떨어져 밥이며 반찬이며가 바닥에 뒹구는.
영숙 : (바닥에 뒹구는 음식물 보다, 상우 보는, 속상하고, 맘아픈)
상우 : (미안하지만, 굳은) 저녁에 봐. (하고, 가는)
영숙 : (가는 상우 속상하고 굳은 얼굴로 보다, 쪼그려 앉아 흩어진 그릇 줍는데, 눈가 붉은,
그러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손에 든 그릇 팽개치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는)
씬18. 연탄가게 방안.
영숙, 명함 들고 전화번호 누르고, 신호음 기다리면, 잠시 후 신호 떨어지고.
영숙 : (가라앉은) 거기 **나이트죠?
재수 : (E, 졸린) 그런대요.
영숙 : 거기 조용배씨라고 있죠? 거기 좀 찾아 갈려고 하는데, 위치가 어떻게 되죠?
씬19. 미숙의 집 마당.
옥희, 용배의 구두를 닦고 있다.
재민, 그 옆에서 앉아 세수하고.
용배, 재민 옆에서 앉아 양치질하며 말하는.
용배 : (옥희 안보고) 잘 닦어라. 파리새끼가 낙상할 만큼 윤 빤짝빤짝나게. 누가 봐도 멋들어지게 알았지?
재민 : (세수하다 옥희 불쌍하게 보는)
옥희 : (말없고, 힘없이, 구두만 닦는)
용배 : (옥희 눈치보고, 재민 보며) 넌 오늘 학교 끝나고 부리나케 집으로 와. 딴 데 새지 말고.
재민 : (용배 밉게 보고, 세수만 하고)
옥희 : (구두만 닦는)
씬20. 미숙의 집 마루.
미숙 : (E) 안비켜?
씬21. 미숙의 방안.
한방, 문을 가로막고 서서, 출근차림의 미숙을 나가지 못하게 하고 있다.
한방 : (미숙의 눈 바로 보며, 남자답게) 못비켜. 나랑 얘기 좀 해.
미숙 : (어이없는) 무슨 얘기?
한방 : 앉아. 내가 다섯 셀 때까지 안앉으면 그땐 정말,
미숙 : 그땐 정말 뭐?
한방 : (미숙 노려보며, 천천히 숫자 세는) 하나-, 두-울..
미숙 : 뭐 숨가쁘게 다섯씩이나 세니, 셋만 세. (빠르게) 하나, 둘, 셋! 됐지? (나가려면)
한방 : (얼른 꽉 안으며, 부드럽게) 왜 이러냐? 날 두고 선은 왜 봐?
미숙 : (가만있으며) 존말 할 때, 팔 풀어.
한방 : (안고) 우리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자. 첨, 내가 이 집에 왔을 때, 자기가 나한테 한 프로포즈 내가 받아들일게.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
미숙 : 팔 안풀어?
한방 : 말해주기 전에 못 풀지.
미숙 : 이래두. (하며, 아랫도리를 무릎으로 치고)
한방 : (순간 굳어지며, 팔 풀고, 너무 아퍼 바닥을 엉금엉금 기는)
미숙 : (그런 한방 보며, 씩씩대면서도 속상해 가라앉은 목소리로) 나두 참을라고 했어. 어차피 이 나이까지 혼자 늙은 거,
거기랑 앞옆집에 살면서 그렇게 내 인생 종칠라고. 그런데, 뭐, 내가 봉이야? 전처 찾아가서 빌붙어 그 한몸 기대볼까 했어?
(체념하듯) 사람을 어떻게 이렇게 실망을 시키니? 나가. 이제 그 잘난 얼굴 보기도 싫어, 내가.
낼모레 선볼 남자 곰보라는데, 곰보면 어떠냐, 성실하고, 돈 있음 됐지. (한숨쉬고) 문 닫고 가게, 나가! 엄살피지 말고.
한방 : (벽에 기대, 두 손으로 아랫도리 가리고, 힘들게 말하는) 엄살 아니야.
미숙 : ?
한방 : (마른침까지 삼키며) 나 죽을 거 같애.
미숙 : (의심스런) 설마.. (조심스레 앉아 떠보듯, 한방 보며) 증말?
한방 : (고개만 끄덕이면)
미숙 : (울상) 급솔 쳤나보네. 어떡하니, 어떡해?
한방 : (아픈 척) 나 병신 만들고, 자긴 그래도 선 볼거지?
미숙 : (울상, 큰소리) 지금 선이 문제야? 자기가 문제지?! (한방 몸에 손도 못대고, 울상 짓는)
한방 : (씩 웃으며, 안아픈) 그렇지?
미숙 : ?!
한방 :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며) 이제 일 가. 난 아침 먹어야겠다. (하고, 문 열고 나가려면)
미숙 : (이상한) 아픈 덴?
한방 : 아직도 모르겠어, 자기 또 속은 거야. (하고, 윙크하고 나가고)
미숙 : (분해서, 옆에 있는 거 던지며) 으이그, 웬수!
씬22. 미숙의 집 마당.
한방, 마당에서 쌀 씻고.
옥희, 현관문 열고 나오고.
미숙, 나오다 옥희 보는.
미숙 : 아직 안갔네, 같이 출근하자.
옥희 : 네.
미숙 : (옷의 먼지 털다, 한방 보며, 옥희 눈치보고, 으름장) 어디 두고봐.
한방 : (쌀 씻으며, 환하게 웃곤) 그러자. 우리 두고두고 보자.
미숙 : 밉상, 밉상. (하고, 옥희에게) 늦었다, 가자. (하고, 가고)
옥희 : (한방에게) 다녀올게요. (하고, 가고)
한방 : (가는 두 사람에게, 기분 좋은) 돈 많이 벌어. (하고, 쌀 씻으며) 진짜 한 평생을 이한방 얼굴 하나로 한방에 날린다.
미숙이 쟤가 솔직히 내가 뭐 볼게 있어 맘을 주겠어. 다 이 인물 때문이지.
돌아가신 우리 두 양주가 오늘따라 왜 이리 고맙냐. 어쩜 이렇게 아들을 인정사정없이 잘나놨을까.
그때, 용배 현관문 나오다, 그런 한방 보고 말하는.
용배 : 왜 이렇게 혼자 궁시렁대요.
한방 : 그럴 일이 있, (하며, 용배 보다, 놀란) 너 왜 그렇게 기름칠을 했냐? 화투장 흑싸리 같은 놈이, 삼팔광땡처럼 보인다?
용배 : (멋적게 작게 웃으며) 그럴 일이 있수다. 나 나갔다 오겠습니다. (하고, 가는)
한방 : (쌀그릇 들고 일어나, 가는 용배 보며) 야, 좋은 껀수 있음 나도 좀 끼워 줘. 나 키 커서 망 잘 보잖냐? 어?
씬23. 집 앞, 계단.
용배, 입 꽉 다물고 눈에 힘주고 빠르게 계단 내려가 걷고.
씬24. 회사 앞, 버스 정류장.
옥희와 미숙, 버스에서 내린다.
옥희, 먼저 내리고, 미숙, 황급히 뒤따라 내려, '야, 야' 하며 옥희를 잡으며.
미숙 : 너 그게 무슨 말이야, 여길 떠야 할 거 같다니?
옥희 : (머뭇대다, 어렵게) 빨리 가요. 늦었어요. (하고, 가려면)
미숙 : (잡으며, 큰소리) 지금 공장 일이 문제야? 너 나랑 얘기 좀 해. (하고, 옥희 손잡고 공장 반대편 쪽으로 가려다가
다시 공장 쪽으로 몸 틀며) 아니다, 공장 옥상으로 가자. (하고, 옥희 끌고 가고)
옥희 : 아줌마. (하며, 끌려가고)
씬25. 공장 옥상.
미숙, 옥희 심란하게 보고.
옥희, 먼 곳 보는.
미숙 : (화나고, 기가 찬, O. L) 정말 뭐 그런 개 같은 인간이 있니?
옥희 : (먹먹한, 안보고) 인연이 아닌가보죠.
미숙 : 인연은 만들기 나름이야. 이렇게 만난 게 인연이지, 인연이 별 달러? 인연이 아니기로 치면
재민이 친 엄마야말로 인연이 아니지. 애까지 놓고 살다 집 나간 여자랑 다시 만나 뭔 좋은 인연을 만들거라고.
옥희 : (말꼬리 자르며, 안보고) 저 가면 재민이 좀 잘 부탁드려요.
미숙 : (속상한) ?
옥희 : (안보고) 일이 이렇게 되고 보니까, 딱히 오빠가 좋아서 살았던 건 아닌 거 같아요.
제가 재민이 참 많이 좋아한 거 아줌마도 아시죠? (속상한, 눈물 나려는 거 참고, 애써 아무렇지 않게)
재민이가 지 친엄말 좋아하면 아줌마한테 걔 부탁 안할 텐데, 걔가 지 친 엄말 미워해요. 애두 상철 받나봐요.
미숙 : 당연하지. 애라고 상처 안받니?
옥희 : (안보고) 저 진짜, 잘 살고 싶었어요. 뭐 크게 부자가 되고 그런거 말고, (속상한) 그냥 남들 사는 만큼만.. (속 많이 상한)
미숙 : (한숨쉬고) 아우, 지랄 같네, 증말 세상. 솔직히 난 그렇다. 너 용배랑 찢어지는 거 뭐 그거 그렇게 억울할 거 없어.
그런데, 니가 난 자식처럼 위하는 재민이랑 너랑 헤어진다는 게, (한숨) 아우..돌겠네. 어떻게 너 같은 팔자가 다 있니?
용배 그 놈이 어떤 못된 기집애랑 바람이 나서 그러는 것도 아니고, 지 자식 친엄마 찾아준다고 그러는건데
멱살을 잡을 수도 없고. (옥희 측은히 보며) 여기서 가면 어디 갈 덴 있어?
옥희 : (고개 젓는) 찾아 봐야죠.
미숙 : (기가 막힌) 내가 입이 달렸어도, 너한테 해줄 말이 없다. 일단 내려가자. 일은 해야지. (하고, 나가고)
옥희 : (그대로 맘아픈 채, 앉았다가 힘들게 가방 챙기는)
씬26. 공장 안.
상우, 일하다 소희 말하는 소리에 옥희 보는.
소희 : (한쪽에서 다림질하는 옥희에게 야단치는) 옥희야, 너 아직도 다림질 안끝냈어?
옥희 : (다림질하다, 소희 보며) 금방 끝나요.
소희 : 금방 언제? 네시에 찾으러 온댔는데, 여적 포장두 안하고 그걸 만지고 있음 어쩌자는 거야, 쟤가?
옥희 : (미안하고, 일하고)
상우 : (속상하게 옥희 보고, 일하는데)
미숙 : (소희 보며) 쟤 그만 잡어. 내 일 다 끝내놓고, 돈 안받는 언니일까지, 쟤 힘들어.
땡땡이치는 것도 아니고, 한다고 하는데도 밀리는걸 어떡하니?
소희 : 내가 급하니까 하는 말이잖어.
미숙 : 쟤 있을 때 잘해. 다른 누가 와도 쟤만큼 괜찮은 애 다신 없어. 누가 남 일을 그렇게 돕니?
소희 : 그건 나두 알지, 근데 내가 급해서,
미숙 : 알지? 그럼 쟤한테 잘해. (일하며) 이제 볼 날도 얼마 안남은 거 같으니까.
화순 : 그게 무슨 말이에요?
소희 : (끼지 말라고 화순 눈치 주고, 미숙 보며) 쟤 볼 날이 얼마 안남다니?
미숙 : (일하며) 일이나 해.
소희 : (옥희에게) 야, 너 여기 관두냐? 나 땜에 그래?
세오 : (소희 보다, 옥희 보며) 누나 어디가?
옥희 : (일만 하고)
미숙 : 왜 이렇게 말들이 많어, 일 안해!
소희, 미숙에게 계속 '말 좀해 봐, 왜 그래?'하고 있고.
상우 : (일하면서, 옥희 보고, 심란한)
그런 상우와 옥희, 한화면에 잡히는.
씬27. 은경의 집 앞.
용배, 담배 피우며 조금 초조하게 집 쪽을 건너다보다가, 연기 뱉으며 시선 다른 곳으로 트는데, 발소리 나는,
용배 재빠르게 그쪽 보면.
은경, 외출한 차림으로 집 쪽으로 와서 초인종 누르려고 하는데, 용배 어느새 그 옆에 와 말하는.
용배 : (깔끔하게 말할 것) 오랜만이다.
은경 : (돌아보고) ?
용배 : (은경 보고)
씬28. 카페
용배, 은경(고개 조금 숙인) 앉아있다.
종업원, 차 놓고 가고.
용배 : (맘 떨지만, 담담하게) 얼굴 보기 좋다.
은경 : (안보고, 가라앉은) 언제 나왔어.
용배 : 한 일년 됐다. 애 버리고 가서 넌 잘 사냐?
은경 : .......
용배 : (한숨쉬고, 은경 보며) 긴 말 말자. 너 그 집에서 나와.
은경 : (용배 보는, 맘아픈) ...
용배 : (눈가 붉어졌지만, 쳐지지 않게) 재민이 놈 많이 컸다. 걔가 너 많이 보고 싶어한다. 집에 가자.
은경 : (외면하고, 눈가 붉어져(울지 말 것)) 못가. 우리 이미 끝난 사이야.
용배 : ?
은경 : (미안하지만) 나 결혼했어.
용배 : (물 마시려다가, 그 말에 물잔 탁 소리나게 내려놓고, 화나는 것 간신히 참고) 너 아직 내 호적에 있어.
그게 무슨 뜻인 줄 아냐? 넌 내 허락없인 내 밑에서 못 벗어나. 그리고 재민이가 없음 모를까, 나 너 절대 포기 못해.
지나간 일 다 용서 할테니까, 집에 가자.
은경 : (미안하지만, 용배 안보고, 단호한) 당신한테 용서받을 일 없어.
용배 : ?
은경 : (보고, 눈가 붉어진, 쳐지지 않게) 나 당신하고 좋아서 살았던 거 아냐. 내 자식이긴 하지만 재민이한테도 정 없고.
용배 : (너무 놀라, 믿지않는, 가라앉은) 뭐?
은경 : (용배 바로 보며) 맘에도 없는 사람한테 겁탈 당해서 억지로 밴 애가 무슨 정이 있겠어. (안보고, 맘아프지만, 모질게)
걔한텐 미안하지만, 엄마만 부모 아니잖아. 당신이 잘 키워. 그리고 다신 나 찾아오지 말어.
용배 : (화 참으려, 물 마시고, 은경 보며) 언제 데리러 올까? 지금 당장 끌고 가고 싶지만, 너도 정리할 게 있을 테니까,
낼 다시 오께. 그 사이 딴 데로 튈 생각 마라. 지구 반대쪽에 있어도, 나 너 찾아. 명심해.
(하고, 일어나려는데, 그런 용배 모습위로 은경 말소리 들리는)
은경 : 나 애기 가졌어.
용배 : ?! (앉아서, 은경 보는)
은경 : (눈가 붉어진 채, 이 앙다물고, 창가만 보는)
용배 : (잠시, 고개조금 숙이고, 눈감고 가만있다가, 은경 보며, 또박또박 말하는) 낼 오께. 낼 만나서 병원 가서, 그 애 떼자.
은경 : (용배에게 조금 원망스런 큰소리) 제발 나 좀 내버려둬! 당신이랑 사는 9년 동안 당신은 어땠는지 모르지만,
난 하루도 좋은 날이 없었어. 나는 당신 싫어, 싫다구.
용배 : (은경 가만 맘아프게 보다, 일어서서 카운터로 가 돈 내고, 은경 보며, 가라앉은) 낼 3시에 여기서 다시 보자,
짐 싸들고 나와. (하고, 나가고)
은경 : (속상한, 외면하는)
씬29. 나이트 클럽 전경.
용배, 심란하게 걸어 들어가는.
씬30. 나이트 클럽 안.
재수, 다른 웨이터들과 함께 홀 정리하고 있다.
그때, 용배 들어와 조금 큰소리로 '재수 어딧냐!'하고 찾는.
재수, 일하다가 용배 보며.
재수 : 왔어?
용배 : 사무실로 마실 물 좀 가져와. (하고, 나가려는데)
재수 : 은경이 누나 만났어?
용배 : 말하기 싫어 임마. 물이나 가져와. (하고, 가려는데)
재수 : 형, 손님 기다려.
용배 : (돌아보는) ?
재수 : 세시쯤 왔나. 벌써 한 두시간, 기다리나봐. 사무실에 있어. 가봐.
용배 : (재수 보며 누군가 잠시 생각하다, 사무실로 가고)
씬31. 나이트 사무실.
영숙, 용배 마주 앉아있다.
용배 : (어이없는, O, L) 뭐라 그랬습니까? 옥희가 뭐, 바람이 나요?
영숙 : 그래요.
용배 : (허허대며, 웃고 마는)
영숙 : (눈빛 흔들리지 않고, 용배 보는)
용배 : (웃음기 입가에 띄우고, 영숙 보며) 아줌마, 쓸데없는 소리 말고 집에 가 밥이나 하쇼.
영숙 : 내가 할 일이 없어서, 쓸데없는 말할려고 여기까지 찾아왔는 줄 알아요?
용배 : (웃음기 가신 얼굴로, 영숙 보면) ?
영숙 : 여편네 단속 잘해요. 내 눈으로 직접 보고 하는 소리야.
대충 감만 가지고 내가 여기까지 댁을 찾아왔겠어요, 정신 말짱한 여자가?
용배 : (긴가싶다, 영숙 눈 똑바로 보며, 소파 등에 기대는)
영숙 : 댁한테 말해서 두 사람 사이 정리 안되면 나 그 여자 간통으로 널꺼야.
용배 : (소파에 기대, 영숙 똑바로 보는)
영숙 : 애두 있다 그러던데, 여편네 빵에 넣고 싶지 않음 단속 잘해요. 내 성질 같아선 오늘 당장 고소장 넣고 싶은데,
용배 : (말꼬리 자르며, 담담하게) 빵에 넣든 말든 당신 맘대로 하쇼.
영숙 : (보면) ?!
용배 : (영숙 보며) 걔 나랑 아무 상관없는 앱니다.
영숙 : (굳은, 용배 꼬나보며) 같이 사는 여자가 딴 남자랑 바람을 피는데, 상관이 없어요?
용배 : 조만간 우리 헤어질 겁니다. 헤어질 여자까지 챙길 만큼 나 한가한 놈 아니요.
괜히 시간 버렸수. 가서, 댁 남편이나 단속하쇼. (하고, 나간다)
영숙 : (어이없는, 큰소리치는) 이봐요! 얘기하다 어디가!
씬32. 나이트 클럽, 사무실 앞.
용배, 문 쾅 닫고 성큼성큼 몇 걸음 걷다, 사무실 쪽 보고, 다시 앞 보며 걸어가며 속상하고 답답한 혼잣말하는.
용배 : 이 등신 같은 게, 나 같은 놈 한 번 만났으면 됐지, 뭐하러 여편네 있는 놈을 또..아으, 등신, 등신...
(하고, 바닥에 있는 캔을 있는 힘껏 차고, 속상한 얼굴로 걸어가는)
씬33. 나이트 클럽 사무실 안.
영숙, 어이없고 속상해서 숨 몰아 쉬고, 일어나려다 전화기 보고, 다시 앉아 전화하는.
씬34. 공장 안.
상우, 일하며 핸드폰으로 전화하고 있다. 굳은 얼굴이다.
상우 : 여길 왜 와? 나 바뻐, 오지마. 집에서 봐.
영숙 : (E, 가라앉은) 싫어, 갈거야. 그러니까 어디 가지 말고, 거깃어.
상우 : (하던 일 놓고, 버럭) 남자 직장에 여자가 왜 드나들어!
그 말에 모두 상우 보는.
옥희, 의식은 되지만 일만 하는.
상우 : (으름장, 큰소리) 여기 오기만 해. 그땐 증말 가만 안 있어. 내가 죄수야? 니가 보초 서서 데리고 가게?!
다시 한번 말해. 오기만 해! (하고, 전화 끊고)
소희 : 별일이네, 진상우가 여편네한테 큰소리 칠 일이 다 있고.
미숙 : (상우 쪽 보며) 왜, 그래?
상우 : (안보고, 일만하며, 퉁명스런) 상관들 하지 말고 일들이나 하세요!
소희, 미숙 : (왜 저래 하는 눈치 서로 주고받고)
옥희 : (일하다, 자기도 모르게 상우 눈치보고)
씬35. 공장 앞.
영숙, 택시에서 내려 공장으로 들어가는데, 뭔가 작심한 얼굴이다.
씬36. 복도.
영숙, 성큼성큼 걸어 들어가 공장 문 벌컥 여는.
씬37. 공장 안.
영숙, 문 열고 들어오는.
일하던 소희, 미숙, 상우, 세오, '형수 왔어요', 화순, '오셨어요' 하며 모두 문 쪽 보는. 옥희 없는.
소희 : (반갑게) 영숙이 왔네!
미숙 : (무심히) 신랑 데리러 왔어.
영숙 : (눈으로 옥희 찾는)
상우 : (굳은) 오지 말랬는데, 왜 와?
영숙 : (아랑곳없이, 미숙에게) 옥희 걔 어디 갔어요?
미숙, 소희 : 옥희?
상우 : (영숙 팔 잡고, 문 쪽으로 가며) 나와.
영숙 : (팔 뿌리치며, 세오에게) 세오씨, 옥희 어딧어?
상우 : 이리 안나와! (하며, 영숙 끌고 문밖으로 나가 문 쾅 닫는)
소희 : (미숙에게) 영숙이가 옥희 찾는 거 보니까, 일이 진짜로 벌어졌나보네?
미숙 : (심란한, 화순 보고) 너 화장실 가서 옥희 보고 공장에 들어오지 말고, 영숙이 갈 때까지 옥상에 가 있으라 그래.
소희 : 야, 미숙아, 넌 알지? 상우랑 옥희랑.
미숙 : 신났네, 신났어! 입 닫어. 오해야, 오해라구. (심란하게, 일하며, 혼잣말) 가뜩이나 불쌍한 앨, 왜 가만 안두는 거야.
(그러다 화순에게) 어서 나가!
화순 : (짜증스레, 나가고)
소희 : (미숙 보며) 둘이 무슨 소리하나 내가 한번 나가 볼까?
씬38. 화장실 안.
옥희, 화장실에서 나와 세면대에서 손 씻는데, 화순 문 빼꼼히 열고 말하는.
화순 : (작게) 언니, 나와.
옥희 : (돌아보며) ?
화순 : 상우 아저씨, 아줌마 왔어. 조용히 나와요.
옥희 : (불안한 표정으로 옷자락에 물 묻은 손 닦는)
씬39. 주차장.
영숙(화나, 굳은), 상우 화나서 말하고 있는.
상우 : (O, L, 소리치는) 사람 무시하는 거야, 뭐야?! 오지 말랬지! 귓구녕이 막혔어,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
영숙 : (굳은 표정에, 가라앉은) 그 여자 어디로 빼돌렸어?
상우 : (소리치는) 빼돌리긴 누가 빼돌려?! 너 정말 왜 이래?! 나 피 말려 죽일려고 작정한 거야, 뭐야!
너 미쳤어! 옥희씰 니가 왜 찾아와!
영숙 : (흔들리지 않고, 담담한 목소리로) 그래, 미쳤다. 지 남편이 딴 년 땜에 우는 거 보고 (큰소리) 제 정신일 여자가 어딧어!
상우 : (버럭, 화난) 누가 울어!
영숙 : (큰소리) 언제까지 거짓말 할거야!
상우 : (화나, 한숨쉬며 외면하는) ......
영숙 : 그 여자 남편 만났어.
상우 : (믿기지 않는, 조금 놀란) 누, 누굴 만나?
영숙 : 니네 둘이 해결 못하면 그 남자랑 나랑 해결할라구. 근데, 그 남자 만나봤자드라.
상우 : 다시 말해봐, 누, 누굴..만나?
영숙 : (흔들리지 않고) 그 여자 남편,
상우 : (영숙의 말 끝나기 전에 뺨을 치는)
영숙 : (맞은 채로 가만있는, 멍하고)
그때, 카메라 돌아가면 소희, 한쪽 켠에서 그 모습보고, 놀라 제 입 막고 공장 쪽으로 뛰어들어가고.
상우 : (영숙 보며, 화난, 굳은)
영숙 : (맘아픈, 그래도 짐짓 담담하게, 상우 보며) 너 지금 나 ..때렸니?
상우 : (화나, 가라앉은) 한 대 더 칠 수도 있어. 니가 아프면 남도 아퍼.
오늘 옥희씨 집에 들어가서 남편한테 어떤 대접받을지, 너 생각해 봤냐?
영숙 : (서글프게, 흔들리지 않고 보는) ....
상우 : (맘아픈, 가라앉은, 그러나 또박또박) 나 지금껏 너랑 살면서 맞으면 맞았을까, 손찌검한적 없어. 그래, 나 솔직히 그렇드라,
너같이 드센 여자랑 살다가 옥희씨 같은 순한 여자 보니까 미치게 좋드라. 그래도 나 너랑 헤어질 맘 털끝만큼도 없었어.
니가 무서워서도 아니고, 엄마가 난리쳐서도 아니고.. (조금 큰소리) 그냥 난 너랑 사는 게 내 팔자려니..
(맘아프고, 속상한) 근데 증말 정떨어진다. (버럭) 꼭 이렇게까지 해야 돼!
영숙 : (가라앉은, 맘아프지만, 담담하게) 어제는 보기 싫고, 오늘은 정 떨어져?
상우 : (눈 보며, 또박또박 말하는) 그냥 좀 냅 둬. 내버려두면 니가 이러지 않아도 끝난다구!
영숙 : (한숨쉬고, 상우 보며) 오늘은 그래 그냥 갈게. 하지만, 이 말은 걔한테 꼭 전해. 이 공장 그만 두라구 해.
그게 안되면 니가 그만 두든가. (하고, 돌아서 가는데, 속상하고 맘아픈)
상우 : (그런 영숙 보는데, 답답하고, 속상한, 한쪽 벽에 기대 담배 피워물고 연기 뿜는)
씬40. 옥상.
화순, 난간에 서서 옥상 밑 보며,
화순 : 어, 저 아줌마 간다. (한쪽에 앉아 고개 숙이고 있는 옥희 보며, 편하게) 언니, 이제 내려가도 되겠다.
옥희 : (멍하게, 앉아만 있는)
씬41. 버스 안.
영숙, 멍하니, 고개 숙이고 가고 있다.
영숙 : (눈가 붉어져, 멍하게, 혼잣말) 날 때렸어..그 년 땜에 날... (하고, 창가보는데, 서글픈 쓴 미소)
씬42. 공장 안.
퇴근 무렵.
화순, '저 먼저 가요'하고 나가고.
상우 : (일만하며 세오에게, 가라앉은) 너두 가라.
세오 : (눈치보며) 같이 가.
상우 : (안보고, 일만 하며) 먼저 가.
세오 : (눈치보며) 알았어. (하고, 옷 입고)
미숙 : (일하는 옥희에게) 우리도 오늘은 그만 들어가자.
옥희 : (미숙 보고) 네. (하고, 정리하고)
소희 : (미숙 보며) 들어가게?
미숙 : 어.
소희 : (상우, 옥희 눈치보며) 나두 들어가야겠다. (하고, 기계 끄고, 정리 하는)
씬43. 공장 문 앞.
세오(앞서 혼자 가고), 옥희(담담하게, 가고), 소희 순서대로 나오는.
소희 : (문 쪽에 대고) 미숙아, 빨리 와!
씬44. 공장 안.
미숙, 나가려다 일하는 상우에게.
미숙 : (눈치보며, 조심스레) 적당히 하고 가. 저녁 먹고.
상우 : (담배 피우며) 네.
미숙 : (눈치보며) 내가 노파심으로 하는 말인데, 옥희랑 별일,
상우 : (일하며, 말꼬리 자르며) 가요. 말하기 싫어.
미숙 : (상우 보다가, 아니겠지 싶어서) 그래. 간다. (하고, 나가고)
상우 : (미숙 나가는 소리 듣고, 심란하게 재단대에 앉는)
씬45. 버스 정류장.
옥희(두 사람 말에 자기도 모르게 신경 쓰이는), 조금 떨어져서 있고, 미숙, 소희 붙어 서서 말하는.
소희 : 아이고 야, 무섭드라. 상우 그 놈이 눈이 벌개져서는 지 여편네 따귀를 냅다,
미숙 : 갈겼어?
옥희 : (맘 불편하고)
소희 : 갈긴 게 문제가 아니야. 상우 그 놈이 이혼해, 이혼하자구! 하면서 소릴 지르고.
옥희 : (불편한)
소희 : 그런데, 영숙이 그건 상우가 그러든지, 말든지 말도 없이 송장처럼 빳빳하게 서선 ..
미숙 : 왜들 그러니, 증말. 가뜩이나 재미없는 세상, 둘이 살부비고 살면서 왜 다퉈.
소희 : 차라리 길길이 개 뛰듯 뛰는 건 하나도 안무섭지, 그런데 영숙이 그게 눈을 (흘기며) 이렇게 이렇게.
미숙 : (어이없게 보다가) 그만해, 그러다 언니 눈 돌아가.
소희 : (하하하, 웃으며) 이 얼굴에 눈까지 돌아가면 볼만 할거다. 참 그건 그거고, 너 선 정말 볼래?
미숙 : 그 사람 아직 혼자래?
소희 : 그래 야. 내가 엊저녁에 달려가 물어봤더니, 얼씨구 좋다 하드라고.
그때, 한쪽에서 있던 옥희, 미숙에게 머뭇대며 말거는.
옥희 : 아줌마, 먼저 가실래요.
미숙 : 왜?
옥희 : 저 공장에다 뭘 좀 두고 온 게 있어서...
소희 : (안믿는) 뭘?..뭘 두고 왔어. 상우를 두고 왔나.
미숙 : (소희에게 눈치 주고, 옥희에게) 그래, 가. 우리 먼저 갈게.
옥희 : 조심해 가세요. (하고, 공장 쪽으로 가고)
소희 : (가는 옥희 보다, 미숙 툭 치며) 쟤들, 연애한다. 영숙이가 오해한다고, 아니야.
미숙 : 사람 말을 좀 믿어. 언닌 어떻게 그렇게 사람을 못 믿어? 아니래잖어. 둘 다 아니래잖어.
소희 : 냄새가 나.
미숙 : 무슨 냄새? 입 냄새? 언니 제발 그 틀니 좀 닦어. 그렇잖아도 내가 언니랑 말 주고받으면 냄새 땜에 코가 다 아퍼.
(그러다 버스 서는 것 보고) 차왔네. (하고, 버스 타러가고)
소희 : (가는 미숙 따라가며) 저게, 저게.. 야, 돈 없어서 야메로 해서 그렇지, 내가 이빨 안닦아서 그런게 아니야...
뭘 알지도 못하면서. (하면서, 버스 타고)
씬46. 공장 문밖.
옥희, 걸어와 그 앞에 서서 잠시 머뭇대다 조심스레 문 여는.
씬47. 공장 안.
옥희, 들어와 재단대 쪽 보면.
상우, 재단대에 문 쪽으로 등돌리고 누워있는.
옥희 : (조심스레) 저, 상우씨...
상우 : (눈감고 있다, 그 말에 눈 뜨고, 몸 돌려 옥희 보는)
옥희 : ....
상우 : (일어나 앉아서 옥희 보는) ......
씬48. 번화한 거리, 전경. 밤.
씬49. 공장 안.
옥희, 상우 앉아있다.
옥희, 걱정스레 상우 보고.
상우, 고개 조금 숙이고 담담하게 있는.
옥희 : (눈치보며) 상우씨, 뭐라고 말 좀 해요.
상우 : (그대로 가만있다, 고개 들어, 옥희 보는)
옥희 : (미안한) 미안해요, 나 때문에.
상우 : (옥희 보기만 하는) .... (가라앉은) 영숙이가 남편 만났대요.
옥희 : (보는) ?
상우 : (서글픈) 그 사람이 또, 옥희씨 때리겠죠?
옥희 : (시선 피하며, 서글픈) 그러라죠, 뭐.
상우 : (가라앉은) 나 좀 볼래요.
옥희 : (보면)
상우 : (어렵게, 그러나 다부진) 내가 이혼하면, 나랑 살래요.
옥희 : (상우 보는데, 눈가 붉어지는) .......
상우 : (어렵게) 말해봐요.
옥희 : (고개 숙이는데, 눈물 그렁한) 나 같은 여자 땜에 상우씨가 왜 이혼을 해요.
상우 : (그런 옥희 안쓰럽게 보며) 옥희씨가 어때서.
옥희 : (외면하며) 바보 같잖아요.
상우 : (서글픈) 나두 바보 같은데 뭘.
옥희 : (눈물 흐르는, 상우 보면)
상우 : 삼시세때 밥 먹는 것도 버거운 놈이, 바람이나 나고. 길가는 사람 잡고 물어봐요, 주머니 텅텅 빈 놈이 바람피는게,
바보 같은 짓 아니냐구. 세상은 내가 살아보니까, 사랑도 돈 있는 놈들 하는 짓거리더라구요. 우리 같은 사람들은
(눈물 그렁한, 속상한) 사랑도 못해.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 여편네도 엄마도 나한테 주접떤다는데, 뭐.
옥희 : ......
상우 : (어렵게 손 뻗어 옥희 얼굴 만지며, 눈 보며, 눈가 그렁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하는) 난 돈도 없고, 똑똑하지도 못하고,
마누라까지 있지만, 그래도 나랑 어디 멀리 가서 바보처럼 그냥 서로 보고만 있어도 좋으니까, 그렇게 살아 볼래요?
옥희 : (눈물 참으며, 입다물고, 상우 보는, 믿기지 않지만, 믿고 싶은 마음이다) .....
상우 : (옥희 가만 보다가, 눈물 그렁해, 서글픈 목소리로) 옥희씬, 뭐가 그렇게 무서워서, 대답도 못해.
옥희 : (눈물 참으며, 고개 돌리는데, 울음 터지는, 입다물고)
상우 : (옥희 안쓰럽게 머리카락 넘겨주다 안는)
그대로 잠시 있는 두사람.
옥희, 조금 그대로 있다가, 손으로 상우를 슬며시 밀쳐내고.
옥희 : (상우보며, 눈가 그렁해) 난, 이제 세상사람들, 그 누구 말도 안 믿어요. 믿으면, 내 마음만 더 아픈데, 뭐. (하고, 외면하는)
상우 : (맘아프게, 옥희 보는)
씬50. 회사 앞, 번화한 길가, 가로수.
옥희, 멍하니 가로수에 기대서서 지나가는 차만 보는.
씬51. 공장 안.
상우, 멍하니, 그 자리에 앉아만 있는.
명자 : (E, 큰소리) 뭐 뺨따귈 쳐!
씬52. 명자의 방안.
영숙, 벽에 쪼그리고 앉아, 담담한.
명자, 그런 영숙 보며, 화나 소리치는.
명자 : 미쳐두 단단히 미쳤구만. 누가 누굴 때려! 방귀낀 놈이 성낸다고, 지금 누가 누구한테 손찌검이야!
영숙 : (바깥쪽에 눈치 주며, 담담하게 말하는) 오빠, 들어.
명자 : 들으면 대수야! 그 기집애가 그게 보통이 아닌가보네. 도대체 상우씰 어떻게 꼬셔놨길래, 그 순한 사람이 손찌검을 해.
영숙 : (명자, 외면하고) .....
명자 : 긴말 필요없다. 어머니가 오늘 나 찾아오셨는데,
영숙 : (말꼬리 자르며) 어머니, 누구 어머니?
명자 : 니 시어머니 말이야. 당신이 직접 기집애 한번 만나본다고, 어떡하면 만날 수 있냐고 물으러 오셨드라구, 그래서 내가
영숙이랑 나랑 알아서 할테니까 어머닌 빠지시라 그랬어. 그리고, 어떤 일이 있어도 어머닌 무조건 영숙이 편만 들라고
그러시면된다고 하니까, 거두절미 당신은 영숙이 편이라고, 혼전이야, 어땠든, 결혼해서 사는데 내가 걔편을 안들게 뭐냐고
하시드라. 그러니까, 너랑 나랑 그 기집애 만나서 아주 요절을 내자. 시어머니가 니 편인데, 겁날게 뭐 있어.
영숙 : (외면하며, 심드렁) 요절을 내도 내가 낼테니까, 언닌 빠져.
명자 : (버럭) 빠지긴 뭘 빠져! 니편 들사람이 없는데?!
그때, 정국 신문 들고 들어오며.
정국 : 왜 이렇게 시끄러?
명자 : 당신 여기 좀 앉어.
영숙 : (말리는) 언니, 내가 알아서 할께.
명자 : (큰소리) 알아서 하긴 뭘 알아서해! 그러다 진짜로 두 사람 엮이면 너 어쩔래, 기집애야?
정국 : (굳은) 무슨 말이야. (하고, 앉는)
명자 : 당신 낼 상우씨 만나. 얘 신랑 이번엔 아주 된통, 바람이 난 거 같애.
정국 : 뭐?
영숙 : (속상해, 일어나 나가고)
명자 : (가는 영숙을 따라가려 하며) 야, 영숙아!
정국 : (명자 잡으며, 굳은, 가라앉은) 차근차근 말해봐.
씬53. 불꺼진 상우의 방.
영숙, 전화하고 있는. 신호음 가다 떨어지면, 음성메시지로 넘어가는 안내메시지 나오고. 영숙, 버튼 누르고.
영숙 : (가라앉은) 지금 새벽 두신데, 어딧어? ..둘이 같이 있어?
..좋은 말할 때 들어와. 낼 공장으로 또 쳐들어가는 꼴 보기 싫으면. (하고, 전화 끊고, 막막한)
씬54. 공장 안.
상우, 재단대에 누워 자는. 옆에 술병 나뒹굴고, 한쪽에 핸드폰 빤짝이는, 밤에서 아침 되는.
씬55. 상우의 집 앞, 아침.
영숙, 문 쾅 닫고 굳은 얼굴로 나오는.
상우모, 뒤쫓아 나와 '영숙아, 어디 가니?, 영숙아' 하고.
영숙, 아랑곳없이 걸어가는, 작심한 얼굴이다.
씬56. 공장 안.
미숙, 소희, 옥희, 세오, 화순, (상우 없는) 모두 일들 하는데,
갑자기, 영숙 문 벌컥 열고 들어오는.
사람들, 순간 모두 그쪽 보면.
영숙, 옥희 보며 담담하게 말하는.
영숙 : 나와.
옥희 : ?
미숙 : (영숙 보며, 조심스레) 왜 그래, 또?
영숙 : (옥희만 보며) 니 발로 걸어나올래, 내가 끌어낼까?
옥희 : (두려운, 움직이지도 못하고, 영숙만 보는) .....
영숙 : 안나온다, 이거지. (하고, 성큼성큼 걸어가, 옥희 머릿채를 잡고) 나와! 이 기집애야!
그런 영숙과 옥희의 모습에서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