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와 그를 배신한 제자 가롯 유다의 관계를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시각에서 기술한 '유다복음'의 내용 일부가 6일 공개됐다. 1700여 년 전 나온 유다복음은 유다가 예수의 요청을 받아 로마 병사에게 스승을 고발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신약성서에 나온 것과는 전혀 다른 각도에서 예수와 유다의 관계에 접근하고 있어 많은 논란을 부를 것으로 예상된다.
◆ 죽음과 부활을 이해한 유일한 제자=미국의 유력 미디어 기업인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일부 공개한 유다복음의 내용은 '예수가 유다와 나눈 계시에 대한 비밀스러운 이야기'로 시작된다. 예수가 유대 명절인 유월절을 맞기 사흘 전 유다와 나눈 대화가 담겨 있다. 성경학자들이 주목하는 대목은 "너는 그들 모두를 능가할 것이다. 너는 인간의 형상을 빌려 이 땅에 온 나를 희생시킬 것이기 때문이다"고 한 예수의 발언이다. 예수가 인류구원이라는 과업을 완수하기 위해 유다에게 자신을 배신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유다가 배신하지 않았다면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지 않았을 것이며, 따라서 인간을 모든 죄로부터 구원하려는 '신의 섭리'가 이뤄지지 못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밖에 "너는 오랫동안 저주를 받겠지만 그들을 다스리게 될 것이다. 너에게 왕국의 비밀을 말해주겠다"는 예수의 발언도 실려 있다. 유다복음은 유다를 12제자 가운데 유일하게 예수가 육신을 벗어야 부활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한 '수제자'로 묘사하고 있다. 베드로를 예수의 수제자로, 역대 교황을 베드로의 후계자로 여기는 가톨릭의 교리와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부분이다.
또 유다는 사막에서 평생 수도자의 삶을 살았다고 적고 있다. 유다가 예수를 배반한 것을 후회하며 그를 팔고 로마군에게서 받은 은화를 돌려준 뒤 목을 매 자살했다고 쓴 마태복음과는 상반되는 내용이다.
가톨릭과 개신교회 측은 이러한 내용이 자칫 일반인들에게 유다에 대한 그릇된 생각을 심어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애즈버리 신학교의 벤 위더링턴 3세 교수는 "유다복음에 나오는 내용을 예수와 유다에 대한 역사적 사실로 볼 수 없다"며 "그 문서는 과거 존재했던 많은 이단자 집단이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학자들은 요한과 마가복음에도 예수가 자신을 배신할 사람으로 유다를 선택했고 나아가 실제로 자신을 팔아넘기도록 격려까지 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며 "전혀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학자들은 유다복음이 초기 기독교의 다양성을 나타내고 있다고 평가한다. 전 하버드대 신학 교수인 캐런 L 킹은 6일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과의 인터뷰에서 "만일 예수의 죽음이 모두 신의 계획에 따른 것이라면 유다의 배신도 그 계획의 일부분이었을 것이라는 초기 기독교인들의 인식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 첨단기술로 5년 만에 복원=서기 3세기께 제작된 유다복음의 저자는 확인되지 않았다. 1970년대 이집트의 골동품 시장에서 파피루스에 적힌 채 발견된 유다복음은 유럽을 거쳐 미국으로 건너가 16년간 뉴욕의 한 금고에 보관됐다.
2000년 스위스 취리히의 메세나 고미술 재단으로 넘어갔으며, 재단 측은 학자들에게 복원을 의뢰했다. 파피루스 13장에 콥트어(고대 이집트의 콥트 기독교도가 사용한 언어)로 쓰인 유다복음은 심하게 손상돼 1000여 개로 조각난 상태였다.
방사성 동위체를 동원한 연대측정에서는 서기 220~340년께 만들어졌다는 결과가 나왔다. 잉크의 성분이나 종이 화상 또는 문장 구조와 문법.서체를 분석한 결과도 이 파피루스가 서기 3~4세기에 작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후세에 수정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메세나 재단은 내셔널 지오그래픽과 함께 유다복음의 내용을 영.독.프랑스어로 번역하고 있으며, 관련 다큐멘터리도 제작 중이다. 9일엔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유다복음 전체를 공개할 예정이다.
첫댓글 잘봤습니다.
좋은글에 잼나게 놀다 감니다
잘봤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