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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에 제주올레 1~3구간을 다녀온 후 남은 구간에 대한 병이 더욱 깊어 졌다고 할까?
아니면, 내가 꼭 가고 싶었던 7~9코스를 제주도에 행사가 겹쳐 영부인이 그 길을 걷는다고 하여 통제가 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1~3구간을 선택했던 아쉬움인가?
8코스에 해병들이 길을 만들었다는 해병대길이 꼭 걷고 싶은 마음이 깊은 병이 되었는지?
요리조리 시간 나기를 염탐하다가 회사 일이 느슨해진 틈을 타서 딱 하루? 아니 몇시간 생각해 보고 가기로 결정
함께 할 사람이 없으면 나홀로 여행을 떠나리라 굳게 마음 먹고 친구에게 전화를 하니
추석에 다녀 왔는데 7코스가 너무 이뻐서 다시 가겠단다
둘이서 가기로 결정하고 혹시나 싶어 목포에 있는 언니한테 전화를 했더니
역시 언니도 이미 병이 나 있던 상태라 형부가 흔쾌히 허락
이렇게 셋이서 가기로 결정을 하고 숙소며 교통편을 알아보니 이건 장난이 아니다.
평일이니 모든것이 한가로울줄 알았는데 그건 우리의 착각였다
항공편도 겨우 2장 구입하고 숙소는 소문나 있는 민중각엔 이미 예약이 끝난 상태
민중각에서 알려준 남국호텔이란 곳에 숙소를 정하고 전화로 예약
번개불에 콩을 볶아 먹는다고 했던가?
9일날 마음의 결정을 하고 10일에 모든 예약 끝내 버리고 세 여자들의 일탈이 시작되기만 기다린다
드디어 14일 아침 6시 20분에 공항행 리무진에 몸을 싣고 김포공항으로 출발
8시 40분 뱅기를 타고 제주공항에 9시 40분 도착
10시 50분에 도착하는 언니 기다리며 성게국 한그릇으로 아침겸 점심해결
11시에 도착한 언니도 성게국을 먹는데 1분이라도 빨리 올레길을 걷고 싶은 마음에 게눈 감추듯 뚝딱 ㅎ
남국호텔에 도착하여 여장을 풀고 곧바로 7코스를 향해 발바닥에 로켓을 달고 질주 ㅋ
드디어 시작된 제주올레 7코스
칠십리 시길을 따라 제주도를 노래한 시인들의 글도 읽어보고 그 마음에 내 마음을 맞춰보며 여유를 부린다.
올레코스의 표시선을 따라 곧장 지나치려는 우리 일행을 잡는 아저씨 한분
곧장 가지 말고 소나무가 있는 벤치에 잠깐 들러 가란다
거기에 뭐가 있는데요? 여름에 영부인이 다녀 가시면서 차를 한잔 마셨던 곳이라나?
영부인이 앉았던 자리에 내가 앉을 수 있다는 영광을? ㅎㅎ 과연 멋진 곳이다
한라산 백록담이 구름을 이고 그렁그렁 졸고 있는 모습과 천지연 폭포가 시원스레 떨어지는 풍경이 한눈에 그득하다
시간은 짧고 볼거리는 많으니 서둘러 그 곳을 빠져나와 외돌개로 향한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다녀간 외돌개
제주도 관광코스, 신혼여행지로 유명한 외돌개는 제주도 다녀온 사람이면 누구든 한번은 갔을 것이다 우리도 역시 마찬가지
그러나 관광하면서 차로 한바퀴 빙~둘러 나가는 그런 맛과 걸으면서 구석구석 파고드는 재미는 비교 할 수가 없다
와~멋있다, 우와~~~~~~좋당~ 아! 이게 바로 제주도구나~의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한발 한발 제주를 애무하며 지나간다
서명숙 이사장님은 제주올레길은 놀멍,쉬멍,걸으멍 간세다리(느릿하게)로 걸으라고 강조를 하는데
철부지 여자들은 그 명을 거역하고 빠른 걸음을 재촉해 약천사까지 내달린다
가을바람에 햇빛도 맥을 잃어 일찍 잠자리 찾아 기울고 있으니 마음은 더욱 급해지고
멋진곳에서 일몰을 보려는 욕심만 가득한채 자리 찾기에 바쁘다
약천사 도착하니 6시 여름이면 아직 4km는 더 걸어도 되련만 깜깜해 지니 여기서 마무리 하기로 한다
제주올레에 대해 입에 침이 마르도록 말을 하고 다닌 덕에 서울서 울 산악회원 한분이 뱅기를 타고 오후 늦게 날아 오셨다
약천사에서 만나기로 하고 기다리거나 말거나 우리는 구경할거 끝까지 구경하고 약천사에 도착하니
5시쯤 도착해서 법당에 들어가 기도하고 나오셨단다
도대체 올레길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그리 야단들인지 확인하고 싶어서 오셨다나?
남자인 죄로 저녁식사와 호프집에서의 맥주값 지불 ㅎㅎㅎㅎㅎㅎㅎㅎ
다음날 8,9코스 걷고 저녁 뱅기로 서울로 가시는 바람에 또다시 여자 셋만 남겨짐 ㅋ
벌써 발에 물집이 잡히고 발바닥까지 물집이 하나 나를 약올린다
민폐를 끼칠까봐 일회용 밴드로 덕지덕지 무장을 하고 신발끈 단단히 조여매고 아침 식사 후 8시 약간 넘어서 출발
어제 마무리를 지었던 약천사부터 다시 걷기 시작
8코스 역시 중문관광단지가 끼어 있어서 옛 신혼여행을 추억하며 한바탕 웃음보따리 털어놓으며
치맛자락 휘날리며 사진 몇장 찍고 지나쳤던 그때와 편한 복장에 여유롭게 걷는 즐거움의 차이를 얘기하며
늙은 해녀들이 손짓하는 곳에서 낙지랑 고동을 한접시에 만원을 주고 입에 넣어 본다
피서인파가 모두 떠난 빈 바닷가에 외국인들은 홀딱 벗고 일광욕을 즐기는가 하면 수영까지 서슴치 않는다
안전 요원들도 모두 철수한 뒤라 약간 위험해 보이긴 하지만 뭐 멀리 나가진 않겠지? 하는 맘으로 그냥 돌아선다
하얏트호텔을 지나니 내가 그리도 가고 싶어 했던 해병대길이 나타나고
어린 병사들이 돌을 하나,하나 옮겨가며 길을 만들었을 것을 생각하니 안쓰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길을 만들어준 해병대 여러분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면서 그들의 복을 빈다
7코스와 8코스
끝없이 이어지는 바닷길
바다가 약간 지겹다고 생각되는 시점에서 9코스를 만난다
제주도에 이런 한적한 산이 있다는건 생각지도 못했는데 아기자기 아주 재밌는 산이다
산 위에 올라서면 발아래 절벽이 100m 이상이지만 일부러 내려다 보지 않는 이상 그냥 공원길을 걷는것 같은 기분
일부러 고개 내밀어 짜릿함도 맛보고 여유자적 들길을 걷는 기분으로 여유도 즐겨보고
졸졸 소리내며 님 만나러 바다로 향하는 시내도 만날 수 있으니 불현듯 고향 생각에 친구들이 그립다
내 발은 점점 고통을 안겨주며 물집이 조금 더 부풀어 오르는데 얼굴에 나타낼 수는 없고 힘이 배가 된다
빨리 끝내고 숙소로 돌아가고픈 맘뿐
시간을 보니 8시간 약간 넘게 걸은거 같은데 태양은 아직 하늘 중간쯤 걸쳐 있는거 같은 느낌?
모두 같은 생각인가? 다들 욕심을 부린다
답답한 숙소에 들어가 시간 죽이긴 아깝다는 생각이겠지
나도 역시 같은 마음이니까~그러나 마음 따로 몸 따로~~~몸은 쉬라하고 마음은 앞으로 나갈 것을 재촉하고 ㅠㅠ
집나가면 개고생이라고 했던가?
이왕 고생하러 나온거 그래 마음이 시키는데로 하자~ 의견일치로 10코스로 전진
힘이 넘치는 친구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지는데 지친 내 발은 터벅터벅 무겁게 쫒아 간다
용머리에서 일몰을 보고 산방굴사에서 오늘을 마감하는 기도를 올린 후 마무리
8,9코스 예상 시간이 10시간이라고 했더니 그 시간 채우느라 1시간 30분을 더 걸어 기어이 10시간을 채우고 끝을 낸다
내일 7-1코스를 더 걸을려면 체력을 남겨야 하는데 오늘 몽땅 소진해 버린거 같아 나는 또 내일이 걱정이다
중문에서 리무진을 타고 숙소로 돌아올 예정였는데 택시 한대가 우리 앞에 서더니 무조건 타란다(리무진 탈거란 내 말은 완전 무시)
리무진 요금이나 택시 요금이나 마찬가진가? 싶기도 하고 몸은 바닥으로 가라앉고 하여 그냥 택시에 몸을 실었다
근데 이 아저씨 과잉 친절이 좀 지나치다
여기까지 왔으면 새연교를 가야 한다면서 그 곳으로의 이동을 적극 추천한다
야경이 너무 아름답고 새섬과 연결해 놓은 새연교 때문에 사람들이 새섬에 맘대로 들락거릴 수 있는 제주도의 명소라면서
몸이 너무 지쳐서 인지 아무리 설명을 해도 가고 싶은 마음이 한치도 안생긴다
그런데 이 택시가 숙소를 향하지 않고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
아저씨 남국호텔 가자는데 지금 어디 가시는거예요?
새연교를 꼭 구경하고 가셔야 한다며 자기 맘대로 새연교쪽으로 방향을 잡았던 것
까칠한 내 성격이 그냥 있을리 없지~~~몸이 물에 젖은 솜뭉치마냥 무거워 죽겠는데
한마디 까칠하게 했더니 숙소로 방향을 돌리면서 안가면 후회 할 거란 말을 되풀이 으앙~~~~승질나 죽것네 ㅠㅠ
이렇게 하루를 마치고 숙소에 돌아와 대충 정리하고 꿈나라행 열차에 나의 영혼을 맡긴다
일탈의 마지막 날 7-1코스
9코스에선 그래도 양념으로 멀리서나마 바다를 볼 수 있었지만 여기 7-1코스에선 바다를 볼 수 없다
월드컵 경기장에서 시작된 이 곳은 제주도 전통 농촌마을인듯 처음부터 귤밭이 끝없이 이어지고
무슨 이유인지 귤 농사를 멈춰버린 농장들이 여러곳 눈에 띈다
덕분에 농약을 치지 않아 귤 껍질이 거북이 등처럼 까만점이 수없이 박혀 있는 귤을 몇개 따서 먹어본다
약간의 신맛과 달콤한 맛이 혀를 타고 내장 깊숙히 침투하는 느낌이 기분 좋게 머리에 전달된다
방금 주인 잃은 농장에서 몇개의 귤을 따 먹고 오는 길에
한창 수확중인 밭을 지나며 안녕하세요? 인사 한마디 던졌더니 인심 후한 아주머니들이 귤을 한보따리 내어 놓는다
아마도 1년 먹을 귤을 이 날 다 먹은거 같다 ㅎㅎ
굶주린 곱창을 채우기 위해 식당을 묻는데 거기서도 요기나 하면서 가라며 귤을 한웅큼 내어 줬으니 말이다
그렇게 귤을 얻어 먹으면서 널리 알려지지 않은 엉또 폭포를 만나러 가는 길엔 사람 그림자를 찾을 수도 없을 만큼 한적한게
복잡한 도시에서 하늘 한번 쳐다 볼 여유도 없이 살았던 사람들에겐 천국이 따로 없다
70mm이상의 비가 내려야만 보여 준다는 엉또 폭포는 마른 절벽만 허옇게 드러내 놓고
물 한방울 흐르지 않는 계곡엔 갖가지 나무들이 밀림을 이루고 있으니 이국적인 풍경이다
제주도의 또 다른 산 고근산 어제의 그 산과는 또 다른 멋을 지니고 있다 마치 펑퍼짐한 아줌마의 엉덩이처럼
고근산을 휘감고 허리 한바퀴를 돌아 내려오는 동안 앙증맞은 야생화들이 눈길을 잡아끈다
야생화에 해박한 언니의 도움을 받아 녀석들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주니 좋아라 내 카메라에 무료 모델이 되어주기도 ㅎ
올 가을 억새를 제대로 구경하지 못할 것 같은 예감을 눈치라도 챘는가?
은빛 억새가 춤을 추며 반겨주니 흥이 절로 나며 더덩실 나도 같이 춤이라도 추고 싶다
산행을 마치고 마을로 들어서니 비어 있던 내 곱창에 뭐라도 집어 넣을 수 있을거 같아 바가운 마음이 앞선다
그런데 이게 왠일이여? 중간에 식당이며 마트, 하다못해 동네 구멍가게도 없고 학교앞엔 그 흔한 분식집도 없으니
뱃속에선 밥좀 달라며 아우성을 치며 난리가 났다
겨우 겨우 찾아간 토계촌이란 식당에서 삼계탕과 전복 뚝배기로 서로의 곱창을 채우고
서로의 일정에 맞춰 뱅기와 여객선 시간에 맞추려니 바쁜 발걸음을 재촉한다
봉림사를 지나 하논 분화구를 지나면서 또 다시 만나게 되는 야생화에 잠시 발을 멈추고
뒤따르던 아가씨들한테 잘난척? 야생화 이름도 가르쳐 주고 주렁주렁 열매를 매달고 있는 천선과를 하나 따서 먹어보라고 권한다
마치 무화과처럼 생김새도 비슷하고 맛도 거의 같은 맛이라 신기해 하면서 같이 따 먹는다
이런 저런 해찰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 탓에 이제야 여객선 시간이 임박했다는 사실에 화들짝 놀라 걸음을 재촉한다
외돌개에서 버스를 이용 제주시 가는 버스를 다시 갈아타고 제주시청 앞에서 또다시 택시 이용
여객선 터미널 도착하니 출발시간 30분 전
미리 예약해 둔 승선표를 발급받고 곧바로 퀸메리호에 몸을 싣고 긴 여정을 마친다
제주올레 2박 3일의 경비내역
14일
성남->김포 리무진 6,000
김포->제주 항공 81,800
제주공항 성게국 9,000
제주공항->숙소 리무진 5,000
남국호텔 숙박요금(2일) 80,000*3 = 26,700
약천사->숙소 택시요금 10,000*4 = 2,500
(저녁 식사는 제주도 흑돼지 오겹살 대접 받아서 먹었음)
15일
귤 3,000
오분작이 뚝배기 48,000*4 = 12,000
숙소->약천사 택시요금 10,000*4 = 2,500
고등어 조림+갈치조림 36,000*4 = 9,000
해변가에서 소라 20,000*4 = 5,000
음료수 6,000*4 = 1,500
산방산->중문 버스요금 6,000*4 = 1,500
저녁식사 38,000*4 = 9,500
중문->숙소 택시요금 12,000*3 = 4,000
16일
소고기 된장찌개 18,000*3 = 6,000
새섬->월드컵 경기장 택시 6,000*3 = 2,000
토계촌 삼계탕 30,000*3 = 10,000
외돌개->?? 버스요금 1,500 (친구 부담)
??-> 제주시청 버스요금 6,000*2 = 3,000
제주시청->여객선 터미널 택시 4,000*2 = 2,000
제주->목포행 퀸메리호 25,300
여객선내 돈까스 7,000 (언니 부담)
개인 총 지출 227,3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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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첨부터 끝까졍 모두 샅샅히 살펴봤음에 내도 제주올레코스 (7~10코스 + 7-1코스) 댕겨온것이나 다름없다는 것...!!! ㅎㅎ & 일정에 얽매이지 않고 셤셤 밟고 싶네염...^^* & 본문내용에서 울 산악회라함은?... 산울림이 아닌가보네여!!~~ ㅎㅎ
마음으론 함께 하셨죠![?](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9.gif)
다음엔 같이 가셔요![~](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그땐 산울림 산악회 회장님이 함께 하셨다고 일기에 쓸테니깐 ![ㅎㅎ](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70.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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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에서 성남은 걸어오셨나요?ㅎㅎ언제 갈지는 모르지만 덕분에 구경 잘했습니다~~~
목포에선 서방님과 또다시 지리산에 갔다가 다음날 버스 타고 올라 왔구만요![ㅎㅎ](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70.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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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경비는 내 주머니에서 나간 돈이 아니라서 ![ㅋ](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5.gif)
![ㅋ](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5.gif)
ㅎㅎㅎ주머니 돈이 쌈지돈 아니구나~~~내돈은 내돈 니돈도 내돈!!ㅋㅋㅋㅋㅋ
세여자의 일탈을 보며 저는 꿈을 꿈니다...내도 저런날이 올거라는 ~~~행복함에 잠시 젖어 봅니다...^^*
꿈깨!!ㅎㅎ
아라슈~~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