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개교할 당시 방명록에 저는 ‘부러워요!’라고 짤막하게 썼었습니다.
이제 첫 졸업생들이 대학에 들어간 이 시점에서도 여전히 그 말을 하고 싶었어요.
산울림 선생님 네 명과 조리노 원장님과 저 여섯명이 두 대의 자동차로 갔습니다.
판교 인터체인지에서 오른쪽, 수지방향으로 제대로 빠지지 못한 것은 2년전과 같았습니다.
이번엔 분당이 아니라 신갈을 조금 돌아왔습니다.
그사이 학교로 들어가는 시골길 입구에 아파트가 많이 생겨 거기서도 돌아본 셈입니다.
이수광 선생님께서 맞아주시어 맛나고 조금 비싼 두부정식을 점심으로 사주셨습니다.
학교로 올라가니 고민하던 흙길이 벽돌로 덮여있었습니다.
비탈지던 운동장도 똑바로 되었고 주변은 공사중이었습니다.
펜션처럼 가볍게 느껴졌던 건물은 그 세월동안 살짝 낡아 그윽해졌습니다.
건축상을 받았다는 건물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를 맞은 이 광호 선생님 안내로 스리퍼를 바꿔 신고, 온 건물은 다 다녔으니까요.
이우학교를 위한 새 디자인의 책상과 걸상에 앉아 보았어요.
교실마다 여전히 게시판은 치장한 게 적고 학생들이 관리하는듯 했습니다.
실험실, 음악실, 발표회장 등을 보고, 마당에 있는 가건물을 가보니 거기서 무슨 수업을 하고 있었어요. 그 옆동엔 정자 지을 때 사용하는 작업기구가 가득 했습니다.
정자의 모양은 좀 높고 거창했는데, 그것이 매주 토요일마다 학부형(주로 아버지겠지요?)이 모여 만든 것이랍니다.
모여서 만들며 힘들기도 했겠지만 얼마나 재미있었을까요?
각 사람들이 ‘좋은 아버지’같은 자부심도 높아졌겠고 피하고 싶은 모임도 덜 나가기도 하고요. 신명 났을 거 같았습니다.
건물 뒤쪽에 만든 연못가 정자가 첫 작품이었는데, 한반이 모두 올라가 앉기가 어려워 좀 더 크게 두 번째 정자를 지었답니다.
교장실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교무실 같은 교사연구실이나 교장실은 다른 학교와는 퍽 다릅니다.
푹신한 소파도 없고 상패나 상장 등 형식적 자랑도 볼 수 없습니다.
지나치는 학생들이 인사하는 모습은 밝았습니다.
지나가던 선생님께 단체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며 슬쩍 보니 역시 환하고 편한 모습입니다.
이런 학교가 있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학생들을 믿고, 학생들은 선생님들을 신뢰하는 분위기, 쓸데없는 치장이 없는 대신 교육적인 것에는 과감하게 투자하는 것 등.
조금 걱정되는 것은 교과서도 만들고 학습계획도 1년 치를 미리 올려야하는 선생님들입니다.
너무 고단하지 않을까...해서요.
또한 60명의 선생님들을 바짝 조이는 악역?을 맡은 우리 이수광 샘의 건강도요.
백두대간장정 동아리 활동이나 동남아 방문실습, 농사체험 등을 얘기하는 두 선생님의 얼굴은 빛이 나는 듯 했습니다.
정말 부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