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찾아오는
신나는 주일학교 만들기
생일파티, 석 달에 한번씩 열린다. 평균 30~40명의 학생들이 생일을 맞는다. 아이들은 이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어린이날이나 크리스마스보다 교회에서 베풀어주는 생일파티에 더 매력을 느낀다.
선생님의 동화를 들으며 파티의 막이 오른다. 이어 특별 초대 손님의 플롯 연주, 대학부 형님이 초대됐다. 신비한 음의 높낮이를 따라 눈동자를 깜빡이는 아이들 모습이 아름답다. 연주가 끝나고 부장 집사님이 마이크를 잡았다. 생일 맞은 아이들을 위한 기도가 드려진다. 생일파티의 하이라이트는 지금부터다. 웅장한 음악이 훌륭한 음향 시설을 타고 흐른다. 순식간에 분위기는 고조된다. 생일을 맞은 아이들이 음악과 함께 행진을 한다. 아이들의 뒤를 따라 3단짜리 대형케이크가 들어온다. 절단식이 끝나면 선물 증정시간이다. 선물은 매번 다르다. 이번에는 작은 거북이가 선물 항목에 들어 있다. 나머지는 꽃씨가 담긴 예쁜 봉지다.
생일카드 전달, 전도사님과 담임선생님이 하나씩 마련한다. 향기가 나는 카드에 한 사람 한 사람 각각 다른 내용의 축하 메시지가 적혀있다. 아이들은 카드를 받은 뒤 서로 돌려보면서 자기 것을 자랑한다. 자기를 위한 전도사님의 관심에 무척 즐거운 표정이다.
생일파티의 마지막은 전체 사진 촬영이다. 촬영된 사진은 집에 우편으로 발송하고 예배당에도 크게 확대해서 걸어둔다. 이렇게 모인 사진들이 예배당을 가득 메우고 있다.
생일파티를 얘기하면서 다뤄야 할 가장 중요한 부분은 다른 데 있다. 땀, 수고, 사랑, 관심…. 생일파티 하나를 위해 뒤에서 전도사와 교사들이 흘려야 하는 땀의 무게를 간과하면 여느 파티와 크게 다를 게 없다.
우선 그들은 생일파티를 위한 실내장식을 한다. 천장에 리본을 달고 풍선으로 구름다리를 만들고, 선물을 고르는 일도 여간 어렵지 않다. 돈의 가치를 생각지 않고 선물자체를 갖고 싶고 받은 뒤 기뻐할 수 있는 선물이어야 한다. 생일카드 작성, 한 사람 한 사람의 특징을 제대로 알아야만 그들에게 맞는 메시지를 넣을 수 있다. 카드 서른 장을 쓰는 일 또한 만만찮은 작업이다.
생일 맞은 아이들의 부모와 전화통화를 해야 한다.“아무개가 이번 주일에 교회에서 생일파티를 갖습니다. 가진 것 중에서 가장 깨끗하고 좋은 옷을 입혀서 보내 주세요”하는 내용이다.
이쯤서 대전 새로남교회 유년부를 담당하는 조성민 전도사(지금은 목사이지만 기사 작성의 때를 기준으로 이하 조 전도사로 나감)의 열정을 얘기하자. 생일파티 하나에 쏟아 붓는 조 전도사의 열정은 한 예에 불과하다. 사역 현장 어디에나 아이디어와 땀이 묻혀있다. 아이디어와 땀, 이것이 새로남교회 유년부를 특징짓는 가장 특징적인 부분이다.
예배현장을 살펴보자. 얼마 전 주일설교를 준비하다가 조 전도사는 고민에 빠졌다. 본문은 여리고 성이 무너지는 이야기. 단순히 말과 몸짓으로 이 감격을 아이들이 느낄 수 있을까? 하는 것이 그의 고민이다. 머리를 짜낸 끝에 한 가지 방법을 얻어냈다. 그는 이런 걸“성령이 주시는 깜짝 아이디어”라 표현한다.
주일 아침, 예배당의 모든 세트를 교회 앞산의 작은 공터로 옮겼다. 공터의 가운데 놀랄만한‘작품’하나가 설치됐다. 여리고 성. 라면상자 70여 개로 쌓아올린 모형 구조물이다. 아랫부분은 끈으로 연결해서 잡아당기면 성 전체가 무너지게 돼 있다. 교사 한 사람이 이 끈을 잡아당기도록 짜뒀다. 일을 마쳤을 때 이미 이른 봄 날씨가 무색할 정도로 조전도사와 교사들의 옷은 땀으로 범벅이 됐다.
예배시간, 교사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산으로 올라갔다. 영문을 모르는 아이들, 아니 대부분의 교사들조차도 자세한 건 알지 못한 상태다. 함께 예배를 드리고 설교를 한 뒤 모두들 손에 손을 잡고 여리고 성을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소리를 지르고 조 전도사의 사인에 의해 여리고 성이 무너지고… 그날 아이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생각만 해도 재밌지 않은가.
실제로 취재가 있는 날, 이미 몇 달이 흐른 뒤였음에도 아이들은 그 날의 설교를 외다시피 하고 있었다. 내 마음에도 무너져야 할 욕심과 게으름의 여리고 성이 있다는 말까지 열 살 배기 꼬마의 입에서 거침없이 흘러나왔다.
설교시간, 조 전도사의 설교를 듣는 아이들은 결코 한눈을 파는 일이 없다. 아니 그럴 여유가 없다. 무선 핀 마이크를 와이셔츠에 꽂고 긴 줄을 끌며 보조마이크를 든 그의 모습은 방송극에 나와서 원맨쇼를 하는 듯‘신출귀몰’하다. 질문을 하고 마이크를 대어 아이들의 대답을 듣고, 다시 설교로 이어지고, 입에서 완전히 녹아 있다가 이 모양 저 모양으로 만들어지는 솜사탕? 아이들은 그런 맛을 느낀다. 아이들은“우리 전도사님은 너무 힘들게 설교하셔!”라고 말한다.
언제나 얼굴에 땀이 흥건하고 그만큼 열정적인 모습을 보아왔기 때문에 아이들이 느끼는 전도사님의 설교모습은“얼마나 힘이 들까?”라는 것이다.‘신구약 파노라마’를 설교에 도입한 것도 조 전도사의 설교특징 가운데 하나이다. 천지창조에서 타락과 아브라함의 순종으로 이어지는 성경의 핵심 사건들이 율동과 함께 아이들의 입에서 술술 나오는 걸 보면‘교육이 무섭다’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예배당 바닥도 아예 이스라엘 지도를 그려놓았다. 어느새 아이들은 이스라엘의 지명을 우리나라 대구 부산 위치만큼 쉽게 이해한다.
분반공부는 조 전도사의 설교내용을 가지고 다시 문제와 토론 등으로 진행된다. 분반공부란 말이 아이들에게 실증을 주기 때문에‘재미있는 성경퀴즈’시간으로 바꿨다. 놀라지 마라. 단어하나 바꾸는 것이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설교와 분반공부의 내용을 하나로 연결시키는 사례는 최근 여러 교회들이 시도하고 있다. 효과가 예상외로 좋게 나타난다. 분반공부용 문제집은 조 전도사가 직접 제작한다. 만화도 삽입하고 물음도 재미있게 만든다. 교사들을 위한 분반공부 자료도 만든다. 일주일 전에 미리 교사들에게 배포하고 교육도 한다.
분반공부가 끝나면‘성경활동’시간이다. 활동이란데 의미를 둔다. 만들기, 반별 사진촬영 후 액자 만들기, 그리기 등. 교회에 출석하는 장년성도들 가운데 전문적 지식을 가진 이들이 이 시간을 지도한다. 기억에 남는 시간은 역시 반별 음식 만들기 콘테스트. 아이들이 재료를 준비하고 선생님은 조리 기구를 준비한다. 김밥을 만드는 반, 떡볶이를 만드는 반, 모두들 진지하고 흥미가 가득하다. 다 만든 음식은 함께 나눠먹는다. 이런 장면은 또 사진에 담아서 교회의 복도에 전시한다. 매주 전시되는 아이들의 활동모습을 보면서 학부모들의 웃음과 신뢰가 끊이지 않는다.
학부모를 교육의 대상으로 끌어들인 조전도사의 '업적'을 빼놓을 수 없다. 조 전도사는 1년 동안 적어도 20통 이상의 편지를 가정으로 띄운다. 학부모들에게 보내는 편지다. 이른 바‘편지사역’. 효과를 알게 되면 누구나 한번쯤 해보고 싶은 방법이다. 편지에는 자녀에 대한 사랑을 담는다. 아니 담겨지고 그런 정성이 묻어난다. 아이들처럼‘깍꿍’으로 시작하는 조 전도사의 편지를 받으면서 학부모들은 은연중에 이런 생각을 갖는다.
“이 정도면 우리 아이를 맡겨도 좋겠어!”
편지와 함께 다양한 교육정보를 함께 보낸다. 신문이나 잡지를 스크랩해서 복사한 내용이다.
매년 한 차례 대심방기간을 통해 학부모들을 만나고 함께 기도하는 기회도 거리를 좁히는 중요한 길이다. 물론 불신자, 신자의 개념이 없다. 어느 부모가 자기 자식 잘돼라 기도하고 정성을 주는데 싫어하겠는가? 새롭게 전도된 아이가 교회에 나오면 조 전도사는 예배 후에 이 아이의 집으로 전화를 한다. 부모와의 통화를 꼭 갖는다.“아무개가 오늘 우리 교회에 나왔습니다. 앞으로 누구보다도 훌륭하게 교육시키겠습니다. 아무 걱정하지 마시고 지켜봐 주십시오”그런 내용이다.
학부모와의 관계는 때로 전도의 기회가 되기로 한다. 적지 않은 학부모들이 자식 때문에 교회에 나오기 때문이다. 아이들은“우리 교회에 한번만 나와 보라”고 부모들에게 곧잘 떼를 쓴다고 한다. 그럴 만도 할 것이란 생각을 가진다.
또 하나의 일화를 소개하지 않을 수 없다. 새로남교회 유년부에도 제자반이란 게 있다. 이름은‘QT반’이다. 아이들은 QT반에 드는 걸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 QT반의 1년 행사 가운데 가장 기다리는 것이 QT여행이다. 서울에서 열리는 QT세미나에 참석하는 행사이다. 이것만 가지고 뭘 기다리고 말고 할 게 있나 싶지만, 작년에 일어난‘사건’한 토막을 들어보라.
조 전도사는 QT여행을 떠나던 날 아침 교회로 아이들의 부모들을 초청했다. 미리 전화로“아무개가 이제 QT여행을 떠납니다. 자녀는 하나님의 말씀을 공부하고 신앙생활을 잘 하기 위해 먼 여행을 떠나는데 부모들이 나 몰라라 해서는 안 됩니다. 나와 주십시오”라고 메시지를 전했다. 물론 그동안 쌓아 둔 신뢰감이 바탕이 됐지만 모두들 아침 일찍 교회로 나왔다. 그들에게 조 전도사는 또 하나의 부탁을 했다.
“돌아오는 날은 모월 모시인데 이날 아이들이 깜짝 놀라도록 여러분들이 일을 꾸며보십시오.”
그리고 돌아오던 날, 대전역은 이상한 풍경의 사람들이 눈길을 모았다. 고깔을 쓰고 폭죽을 터뜨리며 아이들을 맞이하는 엄마 아빠들, 이날 20여 명의 아이들의 부모 가운데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 나와 이런 잔치를 꾸민 것이다. 아이들이 어떤 기분이었을까? 상상해 보라. 아이들은 지금도 조른다.
“전도사님 우리 언제 QT여행가요? 네?”
조 전도사의 사역현장에서 나타나는 이런 이야기들은 한 둘이 아니다. 한참을 들었는데 해가 기운다. 가야 할 길을 재촉해야 하는데 발길이 떨어지질 않는다. 얼핏 그런 생각이 든다.
“나도 할 수 있을까?”
(교벗 07년 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