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집멸도無苦集滅道’의 의미를 말하다.
고집멸도는 불교의 사성제 즉, 네 가지 거룩한 진리 가운데 하나로 부른다. 불교 인생관을 말할 때 12인연과 사성제 그리고 해탈과 열반을 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것이 부처님이 깨달음 직후에 가르친 기본적인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서 12인연은 인간이 해탈을 얻지 못하고 윤회하는 원인과 그 과정을 보여준 것이라면, 사성제는 인간이 겪어야 하는 고통과 그 원인을 뿌리 뽑기 위한 네 가지 가르침으로 요약한 것이다.
이 네가지 진리는 고제, 집제, 멸제, 도제로 구분하여 설명된다. 여기서 고제와 집제는 인생이 겪고 있는 현실세계의 고통과 그 원인을 말하고 있는 것이며, 멸제와 도제는 고통의 실상과 원인을 제거하는 방편을 말하는 것이다.
고苦는 인생이 생로병사하는 네 가지의 고통 그 자체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겪게 되는 네 가지의 또 다른 괴로움인 이별의 괴로움 애별리고愛別離苦, 원수를 만나야 하는 괴로움 원증회고怨憎會苦, 구하여도 얻지 못하는 괴로움 구불득고求不得苦, 온갖 번뇌가 무성한 괴로움 오온성고五蘊盛苦을 합하여 8고로 설명되기도 한다. 이 밖에도 수 많은 고통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여타 대부분의 고통은 정신과 육체의 부조화에서 오는 온갖 번뇌가 무성한 오온성고라는 범주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
집集은 고통이 모이다는 뜻이다. 괴로움이 모여드는 원인에 대한 가르침이다. 괴로움의 모여드는 원인은 앞의 12연기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무명이 근본 원인이 되고 그에 수반되는 갈애나 집착 등이다. 무명에서 시작되는 일체의 행위는 주로 탐하는 일 탐貪, 눈을 부릅뜨고 분노하는 일 진嗔, 어리석은 행위 치癡 라는 삼독으로 설명된다. 이러한 삼독은 더욱 구체적으로 몸으로, 입으로, 뜻으로 악행 곧 악업을 쌓게 되는데 이를 또한 세 가지 업이라고 한다. 이것이 모두 집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간 실존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멸滅은 고통의 소멸을 뜻한다. 고와 집에서 떠나 괴로움이 완전히 소멸된 해탈, 곧 열반의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번뇌의 불길이 모두 꺼지고 소멸한 그곳은 고요와 적정뿐이지만 대승불교에서는 이러한 상태를 보다 적극적으로 표현하여 영원하고, 즐겁고, 자유자재하고, 깨끗한 세계로서의 상락아정으로 설명한다. 멸의 의미는 갈애나 탐, 진, 치와 같은 온갖 무명의 속성들을 소멸시킨다는 뜻이다. 무명의 소멸은 곧 밝음의 드러남이기 때문이다. 이로써 우리는 열반의 세계가 어두움의 세계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도道는 고와 집을 소멸시키는 길을 말한다. 고를 소멸시키는 방법으로서의 길에는 8가지가 있다고 말한다. 이것이 팔정도이다. 즉, 바르게 보고, 바르게 생각하고, 바르게 말하고, 바르게 행동하고, 바른 생업을 가지며, 바르게 정진하며, 바르게 염원하며, 바르게 집중하여, 선정, 곧 삼매에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고통을 벗어나는 첩경이 바르게 보는 일에 있고 그 완성이 바르게 선정에 드는 것이니 바르게 보고, 바르게 생각하며, 바르게 행동하는, 일체의 일에 있어서 한 치의 어리석은 행동이나 말이나 뜻을 내어서도 안 된다. 깨달음과 해탈의 길은 이와 같이 험준하다. 어렵고 힘든 길이지만 해탈을 위한 길이라면 불자는 누구나 이 길을 걸어야 한다. 삼보일배의 걸음처럼 한 발자국씩 정진하는 자세야말로 불자들이 가져야 할 덕목이다. 고통과 원인이 되는 집착으로서의 집을 소멸시키는 길을 일러 고집멸도라는 네 가지 진리로 석가모니 부처님은 첫 가르침인 초전법륜을 펼쳤다. 도에 이르는 길, 그것은 진리에 이르는 길이다. 그런데 반야심경에서는 무고집멸도라고 하면서 그 도에 이르는 네 가지 진리, 곧 사성제인 고집멸도도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말해온 고집멸도는 무엇인가? 철퇴로 뒤통수를 내리치는 듯 한 말이 아닌가? 공의 따끔한 맛을 보라는 역설이다. 고집멸도에 대한 고집은 고와 집의 인위적 소멸이다. 인위적 소멸은 일시적 소멸에 불과하다. 참되고 영원한 소멸은 공 그 자체의 논리에만 적용된다.
공의 논리에 따르면 원래 고도, 집도, 멸도, 도도 없는 것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볼 때 고집멸도가 있을 뿐이다. 현실은 있지만 본체는 없다는 뜻이다. 무고집멸도의 세계에는 상락아정이 있다. 그것은 공의 눈으로 본 세계다.
⇒ 다음은 ‘무지역무득無智亦無得’의 의미를 말하다.
첫댓글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