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현실 참여를 뜻하는 앙가주망이라는 말이 있다.
1950년대 자유당 시절에 이승만의 하수인이었던 유명한 정치깡패 임화수가 앙가주망을 주장하는 문인단체의 행사장을 습격하면서 ‘뭐? 앵겨 주먹이라고?’ 하면서 회원들에게 주먹을 한 방씩 앵겨 주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이래서 남의 나라 말을 쓸 때는 조심해야 한다.
문화계에서 ‘전위’를 뜻하는 아방가르드라는 말이 있다.
세칭 ‘대광고 강의석 사건’으로 신앙적 양심에 따라 교목의 자리를 사직하고 기독교를 떠났던 유상태 목사가 초파일에 기독교가 불교에게 지은 죄를 회개한다는 뜻에서 교인들을 데리고 화계사를 찾아가 108배를 드렸단다.
물론 그 뜻은 이해하나 어쩐지 어색하다.
왜냐하면 종교라는 것은 각기 고유의 문화와 전통이 있는 법인데 너무 작위적인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물론 108 배의 내용은 어떤 예배행위 보다도 더 복음적이지만 구태여 절까지 찾아 가서 108 배를 하는 퍼포먼스를 벌이는 것은 그야말로 아방가르드가 아닌가?
상호소통이라는 의미에서 사전에 절 측과 충분한 대화가 있은 다음에 법당에서 기독교식 예배를 드리고 회개의 기도를 드렸다면 어떠했을까? 아마 최선의 방법이었겠지만 당연히 불교계가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불교계는 받아들일 수 있고 기독교는 받아들일 수 없는 방법을 택하는 것은 괜찮은가?
사월 초파일에 조용히 법당에 앉아 있는 모습으로 역사적인 기독교를 부정하는 퍼포먼스를 보였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도 아니고 정
108배를 하고 싶으면 절이 아닌 자기네가 평소에 모이는 장소에서 했으면 매스컴을 타는 아방가르드의 파격적 의미는 없었겠지만 신앙적 의미가 더 깊었을 것이다.
그러나 유 목사의 행동은 남의 종교를 존중하고 거기서 무엇을 배운다는 것이 실제로 행동으론 어떻게 나타나야 할까를 생각해야 하는 화두를 던진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유상태 목사의 제자였던 강의석은 국군의 날 탱크 앞에서 과자로 만든 총을 들고 알몸 시위를 해서 매스컴을 탔었다. 유상태 목사나 강의석의 행동에서 ‘그들이 얼마나 고뇌하고 결단을 했으면 저런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 “하고 미루어 짐작을 하게 된다.
어차피 많은 사람 보라고 행동을 했을 터인데 그들의 행동을 보고 편안함을 느끼는 더 많을지 불편을 느끼는 사람이 더 많을 지를 정확히 가늠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유 목사는 그동안 기독교를 철저히 부정하는 자세를 보여 왔다. 물론 그 부정은 참된 기독교의 긍정을 위한 부정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 기독교를 부정하는 비판적 자세에서 현실적 기독교를 대변하는 자세로 기독교의 죄를 회개한다니 공감을 느끼기가 어렵기도 할 것이다.
나는 이들을 보면서 라깡주의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의 말이 생각이 났다. "예술에서 악명 높은 '센세이션' 전시 스타일의 도발이야말로 규범이며, 예술이 규범에 완전히 통합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예다."
즉 '공식적인 이데올로기를 가장 크게 위반하는 것이 바로 그 이데올로기'라는 주장이다.
강의석이나 유상태는 그런 것을 의식하지 않았겠지만 예술적인 면에서 해석하면 그렇다는 것이다.
예술에서 아방가르드는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지만 종교에 있어서 아방가르드는 매우 위험한 것이다.
예수도 성전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의 좌판을 둘러엎거나 유대인의 최고명절인 유월절에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 하는 퍼포먼스를 벌여서 기성종교인들을 아연하게 만들기도 했었다.
그래서 급기야 십자가를 지게 되었지 않았던가?
첫댓글 없이주방장님 ... 건전한 댓글 들이 붙어있는 주방장님의 글을 지우시는 것은 ... 토론 공간에서의 반칙 입니다... 무슨 이유가 있는지는 머르지만 ... 지우고 다시 새로 올리신 글에 ... 그 댓글들을 붙혀 둬야 하지 않을까요? .... 적어도 말이죠 .. 잉?
무슨 말씀? 그런 일이 없는데?
다음의 말씀이 지목사님의 통찰력이 보이는 좋은 분석이네요.--->//"상호소통이라는 의미에서 사전에 절 측과 충분한 대화가 있은 다음에 법당에서 기독교식 예배를 드리고 회개의 기도를 드렸다면 어떠했을까? 아마 최선의 방법이었겠지만 당연히 불교계가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불교계는 받아들일 수 있고 기독교는 받아들일 수 없는 방법을 택하는 것은 괜찮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