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떤 가난한 어촌에 갓 결혼한 금실도 좋은 부부가 살았는데요. 그러던 어느 날 고기잡이 나간 신랑을 매서운 풍랑이 휩쓸고 가버렸다지요. 바다 속 얄미운 고래인가 상어인가 어떤 놈이 하필이면 신랑의 거시기를 물어뜯어 먹고 해안가 모래톱에 알몸을 던져 놓았다지요.그의 새색씨가 신랑의 몸 더듬어 하늘 알갱이 없는 줄 알고 울면서, 해일처럼 울면서 소리쳤더래요. -살아도 못 살아 살아도 못 살아!-
그 후, 몇천년이 흘렀을까. 못다한 사랑을 부처님이 아시고 운주사 잡목숲에 나란히 누운 바위 한쌍 새겼는데요.이 바위 벌떡 일어나면 새 세상이 온다지요.
지난 밤 신랑바위가 불현듯 피가 돌아
고이 누운 각시바위를 몰래 끌어안는 꿈
뜨건 입술 부벼 산천에 단내 피우던 꿈
시방 흰옷 눈송이 폴폴 날리네요
새벽닭 우는 소리 우렁차게 들리네요
우리네 한 세월 절름발이 세월
저 굳게 닫힌 하늘문 열 수 없다면
-살아도 못 살아요 살아도 못 살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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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김희수 시인은 1949년 담양에서 태어나 1983년 ‘창작과비평’ 엔솔로지 ‘마침내 시인이여’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뱀딸기의 노래’, ‘사랑의 화학반응’을 펴냈으며 현재 광주·전남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장을 맡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