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hoanoflagellate S. rosetta. Schematics of ‘slow-swimmer’ single cell, base angle θ, and rosette colony / @ ResearchGate
세계적인 과학 저널리스트 에드 용이 쓴 『내 속엔 미생물이 너무도 많아』를 읽은 독자들은 '살핑고이카 로제타'라는 단세포생물과 '비브리오 피셰리'라는 세균이 생각날 것이다. S. rosetta는 세균의 신호를 받아 집락을 형성하는 단세포생물이고, V. fischeri는 짧은꼬리오징어의 발광을 책임지는 세균이다. 그런데 이 두 생물을 둘러싼 놀라운 비밀이 새로 밝혀졌다. V. 피셰리가 분비하는 단백질이 S. 로제타로 하여금 광란의 짝짓기를 통해 유성생식을 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계(界)를 넘나드는 신호전달」의 사례를 추가로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
과학자들은 단세포생물을 위한 놀라운 성욕촉진제(aphrodisiac)를 발견했다. 그것은 세균이 분비하는 단백질이다. 세균이 진핵생물(균류, 식물, 동물을 포함하는 생물계)의 성행동을 제어하는 수단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서 말하는 단세포생물은 갓편모충(choanoflagellate)으로, 정자와 비슷하게 생겼으며, 현존하는 단세포생물 중에서 동물과 가장 가까운 친척이다. 생물학자들은 단세포생물이 초기 다세포동물로 진화한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 갓편모충을 연구하고 있다. 갓편모충은 평상시에 무성생식(분열)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먹이를 주지 않음으로써 유성생식(짝짓기)을 하도록 유도할 수 있었다. UC 버클리의 니콜 킹 박사(미생물학)가 이끄는 연구진은 특정 세균의 신호가 갓편모충류의 일종인 살핑고이카 로제타(Salpingoeca rosetta)의 세포분열을 유도하는 메커니즘을 연구하던 중, 뭔가 놀라운 현상을 발견했다. 해양세균인 비브리오 피셰리(Vibrio fischeri)를 배지에 첨가했더니, S. 로제타가 떼를 지어 광란의 짝짓기를 통해 유성생식을 하는 게 아닌가! "그것은 전혀 뜻밖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는 V. 피셰리를 대조군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게 다세포성(multicellularity)을 유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이번 연구의 공동저자인 하버드 의대의 존 클라디 박사(생화학)는 말했다. 이번 연구는 8월 31일 《Cell》에 발표되었다(참고 1). 사랑의 단백질 에로스(EroS) 추가실험 결과, V. 피셰리가 단백질을 분비하고, 이것이 S. 로제타로 하여금 무리를 짓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랑의 신(神)의 이름을 따서, 이 단백질에 에로스(EroS)라는 별명을 붙였다. S. 로제타는 최대 35마리가 그룹을 형성하여, 머리를 맞대고 융합했다. 그런 다음 DNA를 복제하여 재조합하고, 최종적으로 '유전적으로 독특한 자손'으로 분열했다. 【참고】 S. 로제타가 무성생식에서 유성생식으로 전환하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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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이 진핵생물의 짝짓기를 유도하는 것을 본 건 생전 처음이다"라고 텍사스 대학교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의 바네사 스페란디오 박사(미생물학)는 말했다. "세균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다세포동물의 행동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새로운 신호전달경로가 발견되면, 다른 생물그룹에서도 이와 비슷한 발견이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편모충이 세균에게 짝짓기를 의존한다니 참 신기하다. 후속연구에서는 편모충이 자신의 성행동까지도 촉발할 수 있는지, 만약 그럴 수 있다면 그 방법은 무엇인지 알고 싶다"라고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닉 브라운 박사(세포생물학)는 말했다. 연구진은 자신들이 관찰한 S. 로제타의 메커니즘이 야생에서 통상적으로 생식할 때도 작동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S. 로제타는 V. 피셰리와 마찬가지로 해안에 서식하므로, 세균이 분비한 성욕촉진제의 농도가 편모충의 무리 형성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두 개의 세포들이 융합하여 유성생식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번 논문의 저자인 UC 버클리의 아리엘 워즈니카 박사는 이렇게 제안했다. "편모충은 V. 피셰리를 '환경조건이 유성생식을 요구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지표로 사용하도록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 짝짓기의 역학 세균이 편모충의 짝짓기를 제어하는 이유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연구진은 단백질이 짝짓기를 유도하는 메커니즘에 대해 몇 가지 이론을 갖고 있다. 클라디 박사는 이렇게 제안한다. "EroS는 S. 로제타의 세포외기질(extracellular matrix: 세포를 둘러싼 구조단백질의 집합체)에서 발견되는 화합물을 절단하는 효소다. EroS가 겨냥하는 화합물은 황산콘드로이틴(chondroitin sulfate)인데, 당단백질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V. 피셰리는 EroS를 분비하여 이 분자를 처리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 세포외기질을 분해하면 세포가 물리적으로 부드러워지므로, 두 마리의 편모충이 융합할 수 있다." 킹 박사는 다른 이유를 찾고 있다. "황산콘드로이틴은 EroS에 의해 절단될 때만 활성화되는 신호전달분자"라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이번 연구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계(界)를 넘나드는 신호전달(cross-kingdom signalling)」의 사례를 추가로 제시했다. 「계를 넘나드는 신호전달」이란 하나의 생물그룹이 보내는 신호를 다른 생물그룹이 접수하는 과정을 말한다. "화학적 생태계는 풍부하며, 앞으로도 발견될 것들이 많다"라고 하와이 대학교의 로시 알레가도 박사(미생물학)는 말했다. "무성생식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다른 미생물들도 적절한 상황에 노출된다면 유성생식을 시도할지도 모른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 참고문헌 1. Woznica, A., Gerdt, J. P., Hulett, R. E., Clardy, J., King, N., "Mating in the closest living relatives of animals is induced by a bacterial chondroitinase", Cell (2017); http://dx.doi.org/10.1016/j.cell.2017.08.005 ※ 출처: Nature http://www.nature.com/news/bacterial-aphrodisiac-sends-single-celled-organism-into-mating-frenzy-1.22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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