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과 섬 사이 그대도 섬이 되네…서남해안 다도해
보석같은 섬들이 점점이 떠있는 다도해. 우리나라 전체 2,300여개의 섬 가운데 서남해안에만 1,980여개의 섬이 떠있다. 그중에서도 전남
신안군에만 827개의 섬이 흩어져 있어 국내 최다를 기록하고 있다. 신안 앞바다의 올망졸망한 섬과 개펄을 모두 합치면 전라남도 육지 면적보다
10% 정도나 넓다. ‘섬이 바람처럼 스치는’ 바다에서 배를 타고 섬 하나를 떠나보내면 금세 다른 섬이 다가선다. 섬과 섬 사이로 열린 뱃길은
바위벼랑 꼭대기 등대를 이정표 삼아 이리저리 휘어져있다. 도초도·비금도와 함께 수많은 섬 피서지를 거느린 신안 앞바다 서남해안 다도해로
여름휴가를 떠나보자.
하필 날이 궂었다. 장맛비가 화살처럼 파도에 꽂히는 목포항을 떠난다. 팽팽한 바람의 서슬에 놀란 파도가 깃을 세우고 뱃전에 와락 들치는
바다. 지도를 보면 도초도, 비금도, 자은도, 암태도, 팔금도, 안좌도, 장산도, 하의도, 신의도, 우이도가 원처럼 빙 둘러 목포 앞바다를
에워싸고 있다. 이중 도초도와 비금도는 신안에서도 손꼽히는 아름다운 섬. 뛰어난 풍광 때문에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에 속해 있다.
“섬이 바다를 에워싸고 있는 것이 영락없이 지중해를 닮았다니까요.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세계 어느 섬에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입니다”
신안군청 박창훈 관광과장은 신안 앞바다를 ‘한국의 지중해’로 표현했다. 섬마다 사람들이 도시로 떠나버려 1970년대 220여개에 달했던
유인도는 현재 76개로 줄었다. 그러나 섬으로 둘러싸인 바다는 다른 곳에 비해 파도가 높지 않고 아늑하다. 고운 모래의 백사장에는 호리병처럼
가는 물목을 비집고 들어온 파도가 한 겹 두 겹 겹쳐진다.
비금도와 도초도는 7년 전 다리로 이어져 이제 한 섬이나 다름없다. ‘날아가는 새’ 형국을 하고 있다는 비금도(飛禽島)를 먼저 찾았다.
비금도는 섬 한가운데 어찌 이런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넓은 평야가 펼쳐진다. 섬 주위를 빙 둘러 산이 에워싸고 있다.
비포장길을 따라 산 능선을 넘어서면 비금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하누넘 해수욕장이 나타난다. 서쪽 바다를 향해 탁 트인 해수욕장 양 옆으로는
깎아지른 벼랑. 너른 백사장은 절벽과 절벽 사이에 끼여있다. 여행객 서너명만이 바닷가를 거닐고 있을 정도로 호젓하다.
하누넘이란 이름은 바닷가에 서면 하늘과 바다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뜻. 일몰과 어우러진 하누넘 해변의 모습은 외국의 유명 휴양지와 견줘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하누넘은 비금도 명사십리의 명성에 가려 아직까지 외부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산길을 넘어야 하는 불편도 따랐다.
명사십리는 비금도에서 가장 이름난 해수욕장. 서남해안에는 명사십리란 과장된 이름을 가진 곳이 많지만 이곳은 충분히 이름값을 할 정도로
드넓은 해변이 펼쳐져 있다. 명사십리 바닷가에서는 인가를 찾아보기 어렵다. 백사장 길이가 길고 물이 깊지 않기 때문이다. 배를 대기 힘들어
마을이 자리잡을 수가 없었다.
그만큼 ‘무공해 해변’이란 뜻이다. 한참을 들어가도 물이 허리춤밖에 차지 않는다. 조수간만의 차이도 없어 해수욕장으로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폭 300m, 길이가 4㎞에 달해 끝이 아득할 정도로 광활하다. 승용차나 소형버스를 타고 달려도 빠지지 않을 정도로 모래가 단단하다.
촌부들이 해수욕장 끝머리의 바위에 붙은 굴을 캐는 모습도 평화롭다. 벼랑과 모래밭이 어우러진 풍광도 이색적이다.
도초도는 비금도보다 조금 더 큰 섬. 당나라 때부터 돛배들이 쉬어가는 기착지였다. 초목이 무성해 한때는 목장이 많았다고 한다.
도초도의 해수욕장도 비금도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다. 시목해수욕장은 도초도에서 가장 대표적인 해수욕장. 해변은 호리병 형국을 하고 있다.
물이 들어오는 물목은 좁고 해수욕장은 바가지처럼 타원형이다. 그러니 파도가 잔잔할 수밖에. 백사장은 2.2㎞에 불과하지만 넉넉하고 아름답다.
해변 뒤에는 야영을 할 수 있는 솔숲이 그늘을 드리운다.
동쪽 산기슭을 따라 놓인 비포장 도로를 타고 올라서면 시목해변이 한눈에 들어온다. 벼랑을 따라 펼쳐진 멋진 해안선. 올망졸망 떠있는 섬
사이로 일출을 볼 수 있어 사진작가들의 촬영 포인트로 각광을 받는다. 비금도와 도초도는 해수욕장보다 염전이 더 많이 알려져 있다. 국내 최초로
천일염을 생산했던 곳. 지금도 다른 곳의 소금보다 가격을 더 쳐준다고 한다. 섬의 안쪽으로 들어가면 옛모습을 간직한 돌담집들이 꽤 남아 있다.
수많은 섬들이 별처럼 박혀있는 신안 앞바다. 때로는 해무에, 때로는 파도에 가려 그 많은 섬을 다 볼 수는 없다. 다도해의 섬에는 여름의
추억과 비밀이 숨어 있다.
▲여행길잡이
도초도와 비금도에 가려면 목포에서 배를 타야 한다. 비금도와 도초도는 다리로 연결돼 있어 차를 싣고 가면 두 곳 모두 돌아볼 수 있다.
목포항과 북항 등 2곳에서 배를 탈 수 있다. 사람만 타는 쾌속선으로는 50분 거리. 차를 싣고 가는 철부선은 북항에서도 떠난다. 철부선은
쾌속선보다 평균 1시간 이상 더 걸린다. 쾌속선 편도 1만4천7백50원, 철부선 편도 6,650원. 승용차는 2만5천~3만원. 목포항에서는 오전
7시20분, 7시50분, 오후 1시10분, 오후 1시20분, 오후 3시 등 여객선사별로 하루 2~3편의 배편을 운행한다. 오는 17일부터는
성수기 특별수송기간으로 하루 2편 정도 배편이 늘어난다. 이 기간에는 10% 정도의 할증요금이 붙는다. 남해고속페리(지역번호
061-244-9915). 동양고속페리(243-2111). 목포대흥상사(244-0005). 비금면사무소 (275-5231).
도초면사무소(275-2032).
비금도에는 오란다회관(275-4620), 김연복씨집(275-5726), 삼거리민박(275-1250), 바닷가민박(275-8588) 등이
있다. 도초도에는 오만년씨(275-2318), 고근식씨(275-1664), 김연희씨집(275-2235) 등에서 민박을 한다. 오란다회관의
꽃게비빔밥이 별미. 꽃게살을 발라내 양념을 한 뒤 비벼먹는다. 꽃게값에 따라 값이 달라진다. 1만5천~3만원. 횟감은 3만~5만원 정도. 요즘은
민어가 제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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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도초도에 속해 있는 "우이도"란 섬은 신비한 모래 언덕으로 유명한 곳 이지요.옛날엔 도초도 불섬 선착장에서 하루에 두차례씩 다니던 행정선(신해호)가 있었는데 지금은 목포에서도 곧바로 갈수 있는지는 모르겠네요.도초,비금은 섬초로 널리 이름이 알려진 시금치가 나는 섬이기도 하지요-시금치의 맛은 확실히 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