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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의 화형식, 소주의 저주, 막걸리..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2013-03-15/짝재기양말
오늘 아침,
난 경건한 마음으로 약을 태웠다.
내가 먹어야할 40만원어치 ‘약의 화형식’을 엄숙하게 거행한 것이다.
화학적 가루의 집결체.. 약이 타는 갖가지 냄새를 맡으며..
이 값비싼,
일반약국 약이 아닌 병원처방 특별한 약을
나만의 쓰레기소각장에서 태웠다.
양이 너무 많아 다 태우지 못하고 다음 불 땜을 기약하고 보관했다.
대량의 약을 불태우기는 난생 첨으로 하는 일이다.
무슨 제의적 의식을 거행하는 건 아니나 내 나름대로.. ㅎㅎ..
불 때는데 무슨 핑계와 명분이 있겠냐마는 그래도..
오랜만에 타들어가는 불길을 바라보니 마음이 편안하다.
겨울엔 오그라드는 심신을 불 때며 달래 왔는데..
약 타는걸 보면서 지난 1년의 생활이
사진들 슬라이드로 감상하듯 쪼르르 흘러 지나간다.
참 많은 감상과 감성과 감정이 뒤섞이며..
고통스럽고 몸서리치게 지겨운 병원생활을 졸업한지 언뜻 1년이 됐다.
일반병동, 중환자실, 환자복 벗고
일반인 행세하기에 한해를 무사하게 보낸 것.
지금은 정상인 같다는 느낌이 든다.
‘병원졸업선물’ 2달치 약을 첨엔 착실하게 먹었다.
약 안 먹기로 선수인 내가 믿을만한 주치의 신뢰감에 그냥 먹은 것.
그담 또 2달치는 지겨움도 있고 나아짐도 없어 끊었다.
약이란 대체수단으로 난
‘국가대표 술꾼’답게 술을 택했다.
맥주, 막걸리는 암만 먹어도 오줌만 마렵고 안취하니 술로 안쳤고..
소주, 양주만 술로 쳤던 난 이걸 ‘농약’이라 정해 버렸다.
막걸리는 한국에서 실패한 술답지 않은 술로 보고..
맥주는 독일에서 그런 것처럼 목마를 때 먹는 음료수 정도로 봤으니..
이런 건방진 생각이 날 망가트려 병원에 떼돈을 바쳤다.
교만한 건방짐을 고쳐먹기에 난 엄청난 과소비를 했던 것.
수전노 특급 구두쇠가 수1000만원을 써댔으니..
어쨌든, 지금 난 막걸리를 먹고살면서 희한하게 건강을 되찾았다.

‘코리안 라이스 와인’ vs ‘라이스-요구르트’.
난 보통 ‘장수 막걸리’만 고집하는데,
이것도 여러 잡스런 종류가 너저분한 이상한 맛들이 판을 친다.
그냥 보편타당성에다 싼 소비자가격이 최고인 것.
매일 하루 평균 6병 쯤 소비하는데 ‘속’에 부담이 없다.
하루 평균 소주 6병일 때는 꽤 부담이 됐지만..
부담 없는 막걸리가 아무래도 신기하니까 좀 괴상한 계산을 해봤다.
막걸리 - 1병 750ml☓6도(알콜수치)=4500☓6병=27000
소주 - 1병 360ml☓20도(알콜수치)=7200☓6병=43200
막걸리가 양은 소주에 2배지만
알콜수치로는 소주가 막걸리보다 2배 가깝다.
허나, 독성은 소주가 훨씬 강한 것.
이 독한 소주를 무려 30년 동안이나
매일 6병 이상 먹어댔으니 내 속이 어찌 되었겠나~
지금 멀쩡하게 살아있다는 게 신통하다.
약 안 먹고 막걸리로 대체한 뒤 몸이 좋아진 것에 대해,
난 의문점이 많았고 이유를 밝히고자 애를 썼다.
하여, 결론은 ‘술꾼들이여~ 소주 끊고 막걸리 먹어야!’ 병원 안 간다는 것.
나처럼 미련하고 무식하게 소주 고집하다,
‘속’ 작살나고 ‘몸’ 망가트리지 말고..
지금 난 소주라면 ‘농약’ 취급을 해놨기에 약간이라도 안 먹는다.
소주만 고집하는 인간들보면 측은지심이 동한다.
당해봐야 정신을 차리는데 늦으면 죽는다.
인간이 천수를 다하고 죽어야지 술 땜에 부모보다 먼저가면 거 되겠나~
내가 그럴 뻔했는데 아슬아슬하게 그 고비를 넘겨왔다.
76단의 학자 수준 괴물배우 ‘이항수’가 죽었다.
살아 있을 적, 나랑 참~ 무던히도 학문적으로 싸웠는데 죽다니..
병명은 간경변증에 신장염으로 그놈에 소주 때문에..
깡패 같은 이 인물은 여자 연애랑은 거의 무관하게 살다 죽었다.
가을끝자락 발에 바스락 밟히는 녹슨 낙엽처럼 무참히..
소주만 고집 안했다면 수10년은 더 살 팔자인데.. 참~
요 모니터를 통해 삼가 명복을 빌어주는 바다.
막걸리야 그럴 확률이 거의 없겠지만 소주는 사람을 빨리 죽여 버린다.
바로 요 며칠 전,
요절하신 배우 강태기님도 그를 세상과 하직하게 만든
유력한 증거물인 소주가 그의 곁에 있었다.
어찌 그리 빨리 가시는지..
좋은 곳으로 소천 하시어 안락하소서.
소주는 아무리 봐도 농약이라 생각되는 독주다.
비싼 양주도 술의 양반 같지만 마찬가지..
막걸리는 ‘막걸러낸 술’이란 이름이다.
‘청주’의 원료도 되고 ‘탁주’에 ‘약주’란 명찰도 지닌다.
허나, ‘막걸리예찬’도 ‘술 약골’엔 위험하다.
약도 약이기 이전에 독이다.
화학적으로 보면 뭐 백지 한 장 차이니까~
약도 무턱대고 먹어대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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