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새들이 펑 터지는 토마토라면 어떨까 생각도 해봤어요. 그러면 새들의 유리창 충돌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모를 수가 없거든요.” 국립생태원 김영준 수의사가 한 강의에서 말했습니다. 하루 2만 마리, 1년에 약 800만 마리의 새가 유리창에 부딪혀 죽지만 그 피해에 비해 심각성이 드러나지 않아 답답함을 표한 것입니다. 유리창에 혈흔이 남지 않는 데다 사체가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아서 일까요? 하루 2만 마리라는 통계가 무색하게 유리 건축물과 유리 방음벽은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새들은 왜 유리창에 부딪힐까요? 투명 유리를 경험으로 학습한 사람과 달리 새들은 투명 유리의 존재를 모릅니다.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눈이 측면에 있는 새들은 정면에 있는 구조물과의 거리를 인식하는데 어려움이 따릅니다. 더군다나 투명하고 반사되는 유리창의 경우, 개방된 공간으로 인식해 그대로 돌진하게 됩니다. 사람은 유리에 부딪혀도 이동속도가 느려 큰 피해를 입지 않지만, 새들은 골격 구조가 비행에 최적화되어 텅 비어있는데다 36~72km/h의 빠른 속도로 비행해 큰 부상을 입거나 대부분 즉사합니다. 피해는 멸종 위기종, 천연기념물, 철새와 텃새를 가리지 않고 발생합니다.
조류 충돌 흔적(출처: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그룹)
649번 지방도 투명 방음벽 구간에서 발견된 새 사체
(출처: 페이스북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그룹)
시민이 살린 100마리의 새
2019년 새를 살리는 ‘새친구’ 활동은 시민들의 모금과 참여로 가능했습니다. 국립생태원 김영준 수의사님과 네이처링의 강홍구 대표님의 교육을 듣고 조류충돌 모니터링 활동과 조류충돌 저감을 위한 스티커 부착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새들이 비행을 시도하지 않는 틈 ‘높이 5cm×가로 10cm’를 활용해 점 스티커를 붙인 후 나타난 변화는 놀라웠습니다. 연간 약 100마리의 새가 부딪혀 죽던 서산시 649번 지방도의 투명 방음벽 구간에선 조류충돌 방지 스티커를 붙인 이후 새의 사체가 거의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모니터링: 서산 주민 ‘서해로 흐르는 강’님) “죽어가는 동물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도 않고, 어렵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생태 관련 지식이 있고 여건이 허락하는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한 발짝 떨어져서 응원하곤 했다. 이 생각은 녹색연합의 다양한 시민참여 활동을 접하고, 참여하면서 크게 달라졌다. 죽어가는 동물들을 구하는 것은 지식과 여건이 아니라 관심과 참여였다.” - 신소진님의 후기
새친구 현장 캠페인
새들이 하늘 길로 자유롭게 날 수 있도록
하늘은 본래 새들이 먹이를 찾거나 가족을 만나러 다니는 삶의 길입니다. 어쩔 수 없이 유리벽을 세워야 한다면 새들이 최소한 유리벽을 피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올해도 조류충돌 모니터링단, 교육, 스티커 부착을 포함한 ‘새친구’ 활동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연말 공유회를 열어 시민들과 함께 이뤄낸 구체적인 변화를 나누려 합니다. 이미 설치된 유리 건축물의 ‘저감방안’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설치될 유리 건축물에 대한 ‘예방 방안’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인식 확산과 제도 변화가 병행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미국, 캐나다, 스위스 등에서는 건축물 관련 규정에 조류충돌 방지를 제도화하고 가이드라인 발간, 충돌 방지 제품 인증이 추진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구체적인 노력이 부족한 현실입니다. 올해는 더 많은 시민들에게 새 유리창 충돌 문제를 알리고, 법과 정책의 변화를 시도하도록 힘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