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스런 이야기지만 저는 독일을 사랑한다. 여행지로써는 이탈리아가 최고겠지만, 평생 살 곳을 택하라면 그래도 독일이다. 삶의 즐거움에 행복과 쾌락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면, 이탈리아는 ‘쾌락’ 쪽이고 독일은 ‘행복’일 것이다.
쾌락은 비일상적인 거대한 즐거움을 뜻한다. 40여분 간의 커튼콜이 터져 나오는 공연을 봤을 때나 – 같은 자리의 천 오백명 관객과 함께 손에 불이 나도록 박수를 쳤었다 -, 상상을 초월하는 기막힌 음식과 와인을 먹었을 때나, 희대의 절경을 발견했을 때의 ‘흥분지수 200’ 상태를 말한다. 그 순간에는 온 세상이 다 내 것 같지만, 그러나 그 쾌락은 곧 허무라는 숙명의 단짝을 만나게 된다. 산이 높은 만큼 골은 깊다. 지나치게 쾌락에만 탐닉하는 사람들이 곧장 심각한 금단증상이나 불감증에 빠지는 건 그만큼 쾌락 뒤의 공허와 허무가 깊고 거대하기 때문이다.
행복은 반대다. 잔잔한 ‘알레그로 마 논 트로포’로 흐르는 일상의 작은 즐거움이다. 매일 아침 내려 먹는 적당한 산미의 커피나, 제대로 기름칠 한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저녁 강변의 바람이나, 늘 챙겨보는 책과 신문, TV프로그램, 손길에 닿는 애청음반 30여개 등이다. 그런데 행복은 때때로 권태롭다. 늘상 보고, 듣고, 존재하는 것이기에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쉽고, 그래서 쉽사리 질리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