監修의 辯
(사)한국여성소비자연합이 주관하는 제 27회 신사임당.이율곡 서예대전이 한문서예.한글서예.문인화.캘리그래픽.전각 등에서 ㅇㅇ여 작품이 응모한 가운데 1차 심사를 거쳐, 지난 2월 4일 한국여성소비자연합 대강당에서 최종감수가 있었다. 곱게 흐르는 필치의 초간서체를 바탕으로 활달한 왕탁 초서의 획을 재현한 아인 정옥임의 작품이 영예의 대상을 차지한 가운데, 이하 우수상등 입상 작품들이 최종감수를 거쳐 안탑괘명의 영광을 떨쳤다.
10여년 넘게 이 대전의 감수를 맡아 오면서 나는 매년 감수전 대전 관계자에게 올 해의 심사위원은 누구누구 였는지, 어느어느 문중에서 얼마의 작품이 왔는지를 세심하게 묻는다. 나름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심사자에 따라 나의 감수 하는 일이 많이 복잡해 지기도 하고, 그 반대의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서예의 언저리인 인사동에서 한문을 지도하다 보니 은연중으로 서단에서 활동하는 서예가들의 면면을 알아 그에 대처 할 수 있는 방책의 하나 이기도 하다. 애써 공들인 작품들이 감수에서 오,탈자 논란속에 낙선으로 처리되는 것을 보노라면, 한 두 작품을 넘어 숫자가 더해 갈 때 마다, 나는 작품을 지도한 서실 지도자들의 겉치레 포장에 큰 경멸과 분노를 삭힌다. 이제는 전통학문의 범주에서 벗어나려는 듯한, 옛 기록문화의 하나인 서예가 작품 내용을 새로이 창작하거나 소재인 시문을 짓는것도 아닌, 단순히 베껴쓰거나 옮겨씀에 불과한 행위에서, 그 작품에 오,탈자가 논란이 된다는 것은 서실의 지도자나 쓰는자의 자기기만이요 셀프모독 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내년에도 이 대전등 여러대전이 있으므로 출품자및 서예동호인 들에게 부탁한다. 근래 서단에 들불같이 번진 부산과 왕탁의 서체 따라쓰기에 마치 체력이나 기능도 덜 숙련된 체조선수가 고난도의 기능을 선보여 높은 점수만을 탐내는 듯한 가식 이전에, 부산과 왕탁의 왕희지로 부터의 연찬하는 공부과정을 되짚어 보고, 명말 시인으로 명성을 떨친 왕탁의 시문공부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권하고 싶다. 서실의 선생님이 모르니 제자나 도제교육생도 알 필요가 없다는 안이한 생각에서 속히 깨어나길 바란다. 나는 늘 머잖아 감수없는 서예대전을 바라며, 요새 도처에서 서예진흥을 외침에 위 방법도 정녕 서예진흥의 참된 한 술책 일 것이다.
2024년 3월 1일
감수위원 소병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