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웅전 / 작자 미상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앞부분 줄거리] 중국 송나라 문제 때 승상 조정인이 이두병에게 참소를 당하여 죽자, 외아들 조웅은 이두병의 모략을 피해 어머니와 함께 도망간다. 온갖 고생을 하며 유랑하던 조웅은 월경 대사와 철관 도사로부터 병법과 무술을 전수받는다. 이두병은 송나라 태자를 유배 보낸 후 스스로 황제의 자리에 오른다. 서번은 송나라 침입을 위한 전초전으로 위를 침범하고, 조웅은 위를 구하기 위해 출전한다.
위왕이 장대에서 보다가 뜻밖에 난데없는 비장이 나가 번장을 베고 나는 듯이 본진으로 들어오거늘, 실로 꿈같은지라. 극히 괴이하여 바삐 나와 맞아 장대에 올려 앉히고 황망히 치하를 무수히 하였다. 웅이 대하에 내려 땅에 엎드려 죄를 청하며 말하기를
“소장이 군영 밖의 사람으로 진중에 와 고하지도 아니하고 전쟁에 참여하였사오니 죄를 받고자 합니다.”
위왕이 칭찬하여 말하기를,
“과인이 지각이 없어서 장군을 멀리 나아가 맞아 오지 못하여 과인의 잔명이 오늘날 다하게 되었더니, 천만뜻밖에도 장군이 와 목숨을 보전하오니, 바라옵건대 장군의 거주와 존호를 알고 싶소이다.”
웅이 다시 땅에 엎드려 처음부터의 근본을 자상히 아뢰니, 왕이 대경실색하여 웅의 손을 잡고 탄식하여 말하기를,
“장군의 부친은 곧 과인의 죽마고우라. 이제 그대를 보니 벗을 대면한 듯, 일변 반갑고 일변은 어찌 슬프지 아니하리오.” / 하고 다시 묻기를,
“그대의 소식을 모른 지 오랜지라. 어디서 이리 오며, 대국 소식을 대강 설화하라.”
웅이 눈물을 흘리며 이두병이 송을 멸하고 천자가 되어 송 태자를 태산부 계량도에 안치한 사연과 모자 망명하여 다니는 곡절을 아뢰었다. 위왕이 듣고 기절하여 엎어지니 좌우 제신이 구하매, 왕이 진정하여 대국을 향하여 사배 통곡하니, 그 충성이 본디 거룩한지라. 웅이 위로하여,
“큰일을 당하여 아직도 도적을 멸망시키지 못하였사오니, 평국(平國)하온 후에 이로부터 하실 일이 많을 것이오니 너무 슬퍼 마십시오.” / 라고 말하니 위왕이 정신을 진정하여 승전할 모책을 의논하더라.
[중략 부분 줄거리] 조웅은 위왕을 도와 서번을 격퇴하고 항복을 받은 후 태자를 구출하기 위해 태산부에 있는 섬인 계량도로 간다.
미인이 거문고 타기를 그치고 눈물을 비 오듯 흘리니, 만조 제신이 또한 비창하여 일시에 일어나 사배하고 물러나 돌아갔다. 원수가 몸을 솟구쳐 나는 듯이 들어가 태자 앞에 나아가 땅에 엎드려 사배하고 아뢰기를,
“소신은 전조 충신 조정인의 아들이온데 태자의 옥체는 안녕하옵시나이까?”
하니, 태자가 크게 놀라고 낯빛이 변하여 말하기를,
“이것이 꿈이냐 생시냐? 귀신이냐 사람이냐? 귀신이 아니면 어찌 이곳을 왔으리오?”
하며 붙들고 눈물을 흘리며 말씀을 못 하시거늘, 원수 붙잡고 위로하여 말하기를,
“잠시 진정하옵소서.” / 하니, 태자가 눈물을 거두며 말하기를,
“어찌하여 사지(死地)에 왔는가? 과인은 신운이 불길하여 목숨이 경각에 달렸기에 생전에 다시 만나기가
꿈밖이요. 옛일을 생각하니 또한 꿈이라. 여덟 살 때에 서로 보고 이제야 다시 보니 반갑기가 그지없고 슬픔이 헤아릴 수 없도다.”
원수가 묻기를, / “저 여인은 누구라 합니까?” / 태자가 말하기를,
“매화라 하는데, 이 계량도의 관비라. 이 계량도 별장의 이름은 백성취라 하는데 또한 충신이다. 이리로 온 후 별장의 관대함에 힘입어 편히 머물렀으니 실로 바라지 못했던 일이다.”
또한 저 아이를 시중들 여자로 정하여 주기에 데리고 수회(愁懷)를 위로한 일이며, 또한 고국 충신들이 따라와 있는 일이며, 명일 진시에 사약하는 일과, 이 섬에 있는 충신들을 모두 내일 나거(拿去)*하는 일 등이 모두 다 태산부 자사가 장문(狀聞)을 올려서 이렇게 된 사연임을 이야기하며 통곡하였다. 원수 또한 슬픔을 헤아릴 수 없으나 위로하여 말하기를,
“지금 일이 급하옵고 소신이 싸우기에 유리한 진세에 둔병(屯兵)하고 태자의 존망을 모르고 들어왔습니다. 소신이 이제 급히 나가서 군사를 거느리고 와 태자를 모셔 갈 것이니 옥체를 보중하옵소서.”
하고는 즉시 하직하고 나왔다.
이날 새벽 네 시경에 계명성이 나니, 모든 충신들이 각각 처소로 돌아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일시에 나아와 태자전에 하직 인사하러 들어갔더니, 태자 등불을 밝히고 얼굴에 희색이 가득하였다. 모든 충신들이 엎드려 아뢰기를,
“태자의 용안에 희색이 있사오니 연유를 알지 못하겠습니다.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습니까?”
태자가 말하기를, / “내가 즐거운 까닭은 매화가 아느니라.”
하니 여러 신하들이 반겨 나와 매화에게 물으니, 매화가 웃으며 붉은 입술을 잠깐 열어 맑은 노래 한 곡을 울리니 그 노래에 하였으되,
[A] <산중의 어젯밤 비에 봄소식 들어 보았는가?
오며 아니 옴은 설매(雪梅) 네 알리라.
매화야 알련마는 양류(楊柳) 알까 하노라.>
모든 충신이 그 노래를 듣고 크게 기뻐하여 원수가 오기를 고대하더라. 이날 밤에 원수가 진에 돌아와 여러 장수들을 불러 말하기를,
“그대 등은 이리이리하라.”
약속을 정하고 군사를 몰아 급히 계량도로 가니, 날이 벌써 밝아 진시가 되었다. 원수가 마음이 바빠 칼을 들고 몸을 날려 별궁으로 다다라 들어가니, 벌써 봉명(奉命) 사신이 약그릇을 내어 오고 모든 충신들을 다 결박하였거늘, 원수가 분기충천하여 약그릇을 빨리 물리치고 칼을 들어 봉명 사신의 목을 치니 머리가 땅에 떨어졌다. 원수가 군사를 재촉하여 ‘모든 충신을 다 끌러 놓아라.’ 하고 태자 앞에 엎드려 사배하니, 태자가 정신을 겨우 차려 원수의 손을 잡고 슬픈 마음을 이기지 못하여 말하기를,
“꿈인들 이러하겠는가? 행여 꿈을 깰까 염려하노라.” / “안심하옵소서.”
하고 충신을 모두 당상에 올려 영접하니, 태자 매우 바쁜 사이에 혼을 잃어 실성한 사람 같았다.
*나거: 잡아감.
01. 윗글을 통해 알 수 있는 내용이 아닌 것은?
① 태자와 조웅은 이전에 만난 적이 있는 사이이다.
② 위왕은 송 황실이 이두병에 의해 무너졌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③ 조웅은 서번과의 전투에서 승리한 후 위왕과 함께 계량도에 들어갔다.
④ 송 황실의 신하 중 일부는 유배된 태자를 따라와 계량도에 함께 있었다.
⑤ 태자는 이두병이 유배지로 사약을 보내 자신을 죽일 계획임을 알고 있었다.
02. <보기>를 참고하여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조웅전」에서 서사적 갈등의 핵심은 권력을 둘러싼 지배 질서의 문제이다. 이는 이 작품에서 대립의 축을 형성하고 있는 인물이 ‘황제–신하, 황제–제후’ 등 동아시아 봉건적 지배 질서의 수직적 신분 관계를 표상한다는 점에서도 분명히 알 수 있다. 황제를 중심으로 하는 봉건적 질서의 위기와 회복 문제를 다루고 있는 이 작품은 세계를 중심부와 주변부로 차별화하고 중심부를 굳건히 함으로써 평화를 실현하고자 했던 유교 이념이 당위적으로 공고하게 버티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① 조웅과 위왕은 송 황실을 중심으로 지배 질서를 회복하려는 뜻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겠군.
② 신하인 이두병이 황제의 자리를 차지한 것은 송 황실을 중심으로 한 기존의 질서가 무너져 내린 것으로 볼 수 있겠군.
③ 황제의 자리를 빼앗은 이두병을 악인으로 설정한 것은 송 황실을 중심으로 한 봉건적 지배 질서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겠군.
④ 이두병이 송 태자를 계량도로 유배 보낸 것에는 봉건적 지배 질서에 닥친 위기를 중심부와 주변부의 차별화를 통해 극복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겠군.
⑤ 송나라 태자의 소식을 듣고 위왕이 송나라를 향해 사배 통곡하는 것으로 보아, 송나라 태자와 위왕은 봉건적 지배 질서의 수직적 신분 관계를 가지는 것으로 볼 수 있겠군.
03. [A]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자연 현상과 인간사를 대비하여 무상감을 드러내고 있다.
② 대상에 감정을 이입하여 대상과의 친밀감을 나타내고 있다.
③ 설의적 표현을 통해 상황에 대한 냉소적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④ 계절적 이미지를 통해 특정 인물의 처지가 바뀔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⑤ 배경에 대한 묘사를 통해 인물 간의 갈등이 심화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