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일인칭 복수의 문화
담
한국의 돌담은 벽돌담이 갖고 있지 않은 특성이 있다. 똑같은 규격의 벽돌과 달리 돌담의 돌들은 하나하나가 그 모양이나 크기 그리고 색깔까지도 모두 다르다. 제각기 다른 돌들이기 때문에 오히려 서로 모여 하나의 울타리를 만들 수가 있다.
제주도 돌담이 태풍이 몰아쳐도 끄떡하지 않는 이유는 제각기 다른 돌들이 충격을 각각 여러 방향으로 흩어놓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모양이 다른 돌로 다양하게 쌓은 돌담이 획일적인 벽돌담보다 튼튼하듯이 한국인의 집단적인 힘도 그와 비슷한 데가 있다. 일본인의 조직을 그들의 말대로 '하나의 큰 바위一枚岩' 같은 벽돌담에 비유할 수 있다면 한국인의 단결력은 하나하나가 제 형태를 갖고 그것이 균형을 이룬 제주도의 돌담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의 농촌을 돌아다보면 다 쓰러져가는 움막집에도 반드시 담이 둘러쳐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아무리 보아도 도독을 막는 담장으로는 생각되지 않는다. 첫째 무엇인가를 훔쳐가기에는 집이 너무나 가난해 보이고, 둘째 도둑을 막기에는 담장이 너무 허술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또 시골 담장에는 으레 개구멍이라는 것이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뛰어넘지 않더라도 쉽사리 들락거릴 수가 있다.
담장은 있어도 막상 대문이나 문을 잠그는 자물쇠 같은 것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집들이 많다. 돌담은 있어도 문은 없는 것이 제주도의 특징이라고 하지만 한국의 담은 모두가 본질적으로 그와 비슷한 데가 있다.
한국인의 돌담은 단지 안과 바깥을 나누는 상징적 의미 공간을 보여주는 역할만 한다. 아무리 가난하고 천해도 한국인들 은 한집안 식구가 성을 쌓고 지내는 것 같은 정신적인 자기 영토를 갖고 살아온 셈이다. 그러므로 일본인같이 한 지붕 밀 의 울타리 없는 나가야長屋(몇 개의 소규모 주택이 나란히 연결되어 있는 서민의 주택 형식)에서 살기에는 부적합한 사람들이다.
일본인들은 제도적으로 성주의 허락 없이는 집에 울타리를 마음대로 쌓지 못했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절대군주 시대의 억압 속에서도 담을 치고 사는 권리를 누림으로써 제각기 자기만의 영지를 만들 수 있었다. 그러기 때문에 아무리 허술한 시골 돌담이나 흙담 그리고 불면 날아갈 것 같은 싸리담 같은 것이라 해도 의미론적인 해석으로는 영주의 성벽과 다를게 없다.
그 담 그 울타리가, 한 사람 한 사람이 살아 있는 한국인의 독특한 '우리'라는 집단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울타리'란 말 자체가 일인칭 복수인 '우리'와 같은 뿌리의 말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래서 한국인은 "나의 아내"라고 할 때에도 "우리 아내"라고 말하고, 서양 사람들이 "내 집", "내 나라"라고 할 때에 한국인은 "우리 집", "우리나라"라고 한다.
따로 그러나 함께 있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의 힘을 알기 위해서는 한국의 돌담을 보라고 권하고 싶다.
우리 문화 박물지 중에서
이어령 지음
첫댓글 우리~~
우리 기사협회 ~
오늘도 하루가 열림니다.
우리모두 오늘도 건강한 날이 되시길 빌어봅니다.~~^^
우리 카페지기님 화이팅입니다.
우리기사협회 우리고문님들 우리 이사님들 하루종일 우리 우리 하고 다닙니다 ~~ㅋ ㅋ 자랑할것이 너무많아 😘
기사협회라는 울타리가 '우리'를 돈독하게 해 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