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6일 첫 모임에서 록시를 다녀온 후 어느 정도 송창식님과 록시에 대한 신비감이 없어지지 않았을까를 생각하니 정모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가 고민되었습니다.
사실 열광적인 팬(미국에는 '팬'이라는 으시시한 영화도 있습니다)들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세칭 오늘날의 팬클럽(솔직히 저는 이런 이름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만) 에서야 공지만 하면 열성적으로 모임도 이루어진다고 들었습니다만, 그저 은은하게, 오래가는 송창식님에 대한 사랑만을 지니고 있는 송창식님 팬들께 그런 열광적인 참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송창식님께는 트윈폴리오 시절, 열광하는 오빠부대들이 잠시 있었던 적은 있지만, 대부분 깊은 음악성과 변하지 않는 정체성에 고개를 끄덕이며 존경의 마음을 담아 사랑하는 팬들은 있을지언정 '꺄악∼'대는 그런 분들은 없(적)잖습니까?
첫 번 째 모임은 6명이 오붓하게, 그러나 참으로 감동적이게 록시를 다녀왔습니다만, 두 번 째 록시를 가지 않았던 모임에서 참여가 저조했던 것도(겨우 3명 참가) 고민을 많이 하게 만든 이유중의 하나였습니다. 역시 우리 모임은 우리끼리 모여서 노는 것이 아니라 송창식님 또는 그분의 노래가 중심에 있어야만 하는 것이구나 깨닫게 되었습니다.
만일 록시에 가지를 않는다면 대신에 무엇을 할 것인가를 신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어떤 행사를 개최하기 위한 토론·준비를 한다든가, 모임의 향후 발전방향을 논의 한다든가 하는 분명한 목적이 있는 경우는 굳이 록시를 가지 않더라도 괜찮겠습니다만, 어중간하게 목적의식도 불분명한 상태에서 다른 곳에서 모여 시간을 보낸다면, 어쭙잖은 친교모임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있고, 또 그리 된다면 한번 참가했던 분들은 자칫 실망할 수도 있고, 다음부터는 모임에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해서, 다시 록시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당분간, 정말 어떤 이벤트를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기 위해 만나거나, 그냥 만나기만 해도 반가운 사이들이 되어 아무런 주제 없이라도 모이고 싶다는 분위기가 되기까지는, 되도록 모임장소는 록시가 좋을 듯 합니다.
그 곳에서 더욱 송창식님의 세계를 열심히 견문하고,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어느 자리에서든, 누구와 대화를 나누든, 그분의 음악세계를 완벽하게 이해하기 전에는 항상 조심스럽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말뿐이 아니라, 송창식님의 팬이라는 자부심 이전에 그에 상응하는 공부를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임이 자연스럽게 그냥 둬도 잘 흘러가는, 조직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서두를 필요 없이 그때까지는 최소한의 연락조직만을 유지하며, 점진적으로 만들어 가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조직이 전혀 없으면 안됩니다. 모임의 힘이 한 곳으로 집중되지를 않고, 흩어져버리는 오합지졸이 되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이러저러한 이유로 록시엘 가기로 결정하고, 최초 모임과 같은 순서를 밟기로 했습니다. 코엑스에 모여서 저녁을 먹고 함께 록시로 이동하는...
맑은 공기
님이 제가 다니는 회사로 여유있게 찾아왔습니다. 주차를 하고 길 건너 약속장소로 함께 걸어갑니다. 맑은공기님은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젠틀맨'입니다. 언제 보아도 조용조용하고, 매너가 좋습니다. 지적이기도 합니다. 부럽습니다. 다만, 노래방엘 가면 조금 달라지기는 합니다.^^
인자
인자님이 벌써 와 계셨습니다. 역시 준비성이 많으신 분이군요. 52년생답지 않게 첫 인상이 정말 샤프하시고, 아름다우시고...이지적인 누님 같으십니다. 저와는 온라인에서 몇 번 조우하셨는데, 독수리가 좀 느려서... 긴 대화는 나누지 못했습니다만, 이미 친숙한 느낌이었습니다.
오공손
한참을 기다리니 마악, 수능을 마친 여고생차림으로, '산소 이영애씨가 닮은' 오공손님이 등장하셨습니다. 마침 코엑스 밖에서는 '탈출, 수능...' 이라는 주제로 젊은이들의 라이브 녹화가 있었는데, 님이 그 안에 들어가시면 찾을 수 없을 것임이 분명합니다. 본인은 30대, 아이엄마라고 강조하시지만.
스칼렛
우아한 기품의 스칼렛님이 등장하십니다. '스칼렛'이라는 닉에 대하여 제가 물었습니다. '스칼렛 오하라...이십니까?' 대답이 정말 일품입니다. '제가 사업경험이 많잖아요.' 동문서답이라고요? 아니지요. 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비비안 리가 맡았던 스칼렛 오하라가 버틀러가 떠난후 그런 독백을 하지 않던가요? '내일은 또 내일의 해가 뜬다(Tomorrow is another day)'라고. 아직도 이해가 안된다고요? 하하하, 사업이란 항상 굴곡이 있게 마련인데 어떤 어려움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뜻일겁니다.
석순이
다섯이서 일단 저녁을 먹으러 옮긴 그곳으로, 할머님과 어머니와 마당놀이를 보고 저녁을 대접하고 급히 달려오신 석순님을 만났습니다. 석순님은 아시다시피 작곡과를 이번에 졸업하시는 장래가 촉망되는 음악가족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무슨 일을 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송창식님을 무지무지 좋아하여, 모습만 봐도 뻑! 가는 사람입니다.
꽃귀녀
석순님이 모셔온, 동생이라는, 82년생 사촌 동생입니다. 닉을 '꽃보다 귀한 여인'이라고 소개하길래, 넘 길어서 꽃귀녀로 줄여드렸습니다. 이 분도 젊은(?) 분이 어쩌면 그렇게 송창식님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재치가 통통 넘치는, 보면 볼수록 귀여운 신세대입니다. 앞으로 연장자들이 많이 배우겠습니다.
이렇게 7명이(저 포함)서 두 차에 분승하고(ㅠ_ㅠ 오늘도 저와 맑은 공기는 운전당번입니다. 맥주도 못 먹습니다) 신나게, 핸들도 가볍게 미사리로 향했습니다. 미사리 가는 도중에 알게된 사실인데, 미사리에 다가가면 무조건 맨 왼쪽 차선으로 밀고 들어가야 합니다. 길을 비켜주지 않으면 힘으로라도 뚫고 들어가야 합니다. 우측 차선들은 고속도로와 양평 방향 팔당대교로 빠지는 차량들이므로, 미사리 방면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잊지마세요,
그렇게 차종도 같은 두 대가 앞 서거니 뒷 서거니... 록시에 닿았습니다. 맑은공기님과 저는 사는 곳도 같습니다. 차도 같고, 운전담당이라는 것도 같고 나이도 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