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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진도초등학교 총동문회 원문보기 글쓴이: 56이세진
오늘은 한겨울 – 운악산, 원통산, 돼지산
1. 운악산 동봉(비로봉) 아래 만경대에서 전망, 왼쪽부터 국망봉, 귀목봉
하늘이 높은 산 만들 때 동쪽에 솟게 하고
아름다운 이름 소금강이라 전하였네
봉우리는 높이 솟아 은하수에 닿았고
푸른 기운은 하늘 밖까지 이었구나
하늘에선 범종 소리 우레처럼 울리고
나무 위의 금빛 사찰은 햇빛처럼 빛나네
나직이 아래로 삼천세계 내려다보니
눈 밑에 하늘과 땅 모두 아득하여라
天作高山壓震方
芳名流轉小金剛
危峯聿聿參霄漢
積翠蒼蒼接大荒
天上梵鐘雷發響
樹頭金刹日分光
猶然下視三千界
眼底乾坤兩窅茫
―― 봉래 양사언(蓬萊 楊士彦, 1517~1584), 「雲岳山」
주) 포천시에서 운악산 서봉 정상 표지석 뒷면에 새겼다.
▶ 산행일시 : 2023년 11월 18일(토) 맑음, 추운 날
▶ 산행인원 : 4명(악수, 다훤, 메아리, 하운)
▶ 산행코스 : 운악산휴게소,운악산자연휴양림,운악사,사부자바위,만경대,서봉,동봉(비로봉),만경대,서봉,애기봉,
숯고개,노채고개,원통산,돼지산,일동
▶ 산행거리 : 도상 15.0km
▶ 산행시간 : 9시간 42분(07 : 42 ~ 17 : 24)
▶ 갈 때 : 동서울터미널에서 사창리 가는 시외버스 타고 운악산휴게소에서 내림
▶ 올 때 : 일동터미널에서 동서울 가는 시외버스 타고 옴
▶ 구간별 시간
06 : 50 – 동서울터미널
07 : 42 – 운악산휴게소, 산행시작
08 : 13 – 운악사, 소꼬리폭포
09 : 04 - 사부자바위
09 : 33 – 만경대(萬景臺), 운악산 서봉(935.5m)
09 : 49 – 운악산 동봉(비로봉, 937.5m), 만경대, 휴식( ~ 11 : 20)
10 : 30 – 운악산 서봉, 만경대, 휴식( ~ 10 : 52)
12 : 05 – 679m봉 아래 공터, 점심( ~ 12 : 45)
13 : 20 – 580m봉
14 : 50 – 노채고개
15 : 03 – 520m봉
15 : 15 – 원통산(圓通山, △567.2m)
16 : 10 – 422m봉
16 : 41 – 돼지산(435m)
17 : 24 – 일동, 산행종료, 저녁
19 : 25 – 동서울 가는 시외버스 탐
20 : 19 – 동서울터미널
2. 산행지도(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 일동 1/25,000)
3. 산행 그래프
▶ 운악산 동봉(비로봉, 937.5m)
“매직 아워(magic hour)는 일출 또는 일몰 후 수십 분 정도 체험할 수 있는 황혼 때 촬영을 하면 광원이 되는 태양
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그림자가 없는 상태여서, 색상이 부드럽고 따뜻하고 금색으로 빛나는 상태가 되는 시간을
의미한다. 골든아워(Golden Hour)라고도 한다.” 위키백과의 설명이다.
나는 산을 갈 때에는 무박이면 더욱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교통편이 허용하는 한 최대한 이른 시간에 가려고 한
다. 산정에서 설령 매직 아워에는 늦었지만 그에 근접한 시간에 첩첩 산을 조망하고 싶은 욕심에서다. 물론 하산할
때는 늦을수록 좋다.
동서울터미널에서 사창리 가는 06시 50분 출발 첫차를 탄다. 서울의 일출시각이 7시 17분께이니 아직 어둑하다.
인터넷 승차권예매 운행정보에는 운악산휴게소까지 1시가 15분이 걸릴 것을 예상하는데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빠른 52분이 걸린다. 7시 42분이다. 사릉에서 오는 메아리 님과 하운 님은 8시 30분쯤에 도착하게 될 거라고 했다.
나와 다훤 님이 먼저 산행을 시작한다. 운악산 서봉에서 동봉과 그 아래 만경대를 들렀다가 다시 서봉에 오면 만나
게 될 것이다.
이른 아침 운악산휴게소 주차장과 너른 광장이 썰렁하다. 우선 등산안내도를 자세히 살핀다. 서봉을 오르는 3개
코스를 안내한다. 1코스는 무지개폭포와 신선대를 경유하는 2.6km로 2시간 소요, 2코스는 운악사, 소꼬리폭포,
궁예성터를 경유하는 2.62km로 2시간 30분 소요, 3코스는 대안사와 서령골, 궝소를 경유하는 2.8km로 2시간 소요
다. 우리는 2코스를 간다. 다른 두 개 코스보다 산행시간이 30분 더 걸리는 것은 아마 험로여서이다. 이 또한 썩
마음에 든다.
운악산 자연휴양림 가는 대로를 0.4km 정도 가면 휴양림 시설 철조망 왼쪽으로 등로가 이어진다. 휴양림 가는 도중
에 왼쪽의 산자락 오르는 계단길이 1코스 시작지점이다. 운악사 가는 숲속 길이기도 하여 널찍하니 잘 났다. 오늘이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이다. 재킷 껴입고 귀마개 털모자 눌러 쓰고 핫팩 만지작거리는데도 입김이 얼고 입도
얼어 말이 더듬거려진다. 잰걸음 30분 하니 등로 왼쪽 골짜기에 운악사 절집이 보인다.
주지 스님이 커피 한 잔 드시고 가라고 한다. 소꼬리폭포는 운악사 안쪽에 있다. 가파른 돌계단 내려 스님의 안내를
받아 사랑채(?)에 든다. 운악사 현재 기온 영하 5도다. 사랑채 장작 지핀 난로가 훈훈하다. 요란스레 짖어대던 개 두
마리는 금세 친해졌다. 주지스님이 믹스커피를 타서 주신다. 주지스님 혼자 산다. 공동 주지였던 벽암((碧岩) 보살님
은 4년 전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주지스님의 법명은 혜거(慧炬)라고 한다. 사방이 높다란 바위 절벽이다. 신비롭고
아름다운 산골짜기를 일컫는 샹그릴라(Shangri-La)가 바로 여기다.
소꼬리폭포는 산신각 뒤쪽에 있다. 돌길 약간 더 들어가면 오른쪽으로 장대한 절벽이 나오고 폭포는 수량이 적어
얼어붙었다. 빙폭이다. 여기서도 왼쪽으로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면 1코스와 연결된다. 돌계단이 관폭대다. 수량이
많을 때면 장관일 것이 분명하다.
길손 다훤 님은 대촉 밝히려 원통보전에 들어갔다. 문득 용대리에서 백담사 가는 길옆에 있는 ‘추억의 백담사’ 노래
비가 생각난다. 안치행 작곡, 작사 이호섭, 노래 금방울자매다. 이 노래는 가사를 약간 달리하여 김용임이 ‘백련암’이
라고 하여 불렀다. 그 2절 가사이다.
속삭이던 별빛마저 잠이 들고
달도 기운 백담사에
등촛대 밝혀놓고 등촛대 밝혀놓고
시름하는 저 길손아
합장한 두 손위에 흘린 눈물
저 하늘에 사무치면
더러는 잊으리라 언젠가 잊으리라
그 슬픈 그 상처도 세월에 묻혀질 거야
4.1. 운악사 주변
4.2. 한국화가 박진순의 작품 「운악사」(29×37cm, 한지에 수묵담채)(월간 산, 2023.2.17.)
5. 소꼬리폭포
7. 멀리 가운데는 왕방산, 그 오른쪽 뒤는 국사봉, 왼쪽은 해룡산
8. 오른쪽은 수원산
9. 뒤는 운악산 서쪽 능선(한북정맥)
10. 가운데는 운악산 애기봉, 그 오른쪽 뒤는 천마산
11. 멀리 가운데는 천마산, 그 오른쪽은 철마산, 주금산, 그 앞 왼쪽은 개주산
운악사 나와 핸드레일 붙들고 오른쪽 슬랩을 오른다. 등로는 운악사를 지나자마자 껄끄러워지기 시작한다. 양쪽
사면이 절벽인 릿지이기도 하다. 곧추선 암벽에는 요(凹)자 모양의 철근을 박아 홀더를 만들었고 굵은 밧줄을 고정
하였다. 아울러 바위에 올라서면 조망도 트인다. 천주산, 그 너머 해룡산, 왕방산, 수원산 등이 보이기 시작한다.
흑백 농담의 수묵화다. 740m봉 사부자바위. 암벽 오르막이 잠시 주춤한 너른 암반이다.
사부자바위는 등로 오른쪽으로 15m 벗어난 절벽 위에 모여 있는 크고 작은 네 개의 바위이다. 경점이기도 하다.
운악산 애기봉이 골짜기 건너편에 보인다. 그 뒤 흐릿한 산은 천마산이다. 다시 암벽과 암릉에 달라붙는다. 여태의
사족보행은 예행연습이었다. 수직으로 보이는 암벽을 오르다가 좁은 밴드로 트래버스 한다. 트래버스 할 때는 두 줄
의 밧줄 난간이 버티지만 자칫 미끄러지면 그 사이로 빠져나갈 것만 같은 아슬아슬한 생각이 들어 오금이 저린다.
암릉 날등을 약간씩 오른쪽으로 비켜 오른다. 고개 뒤로 젖혀 올려다보는 마지막 피치가 아슬아슬하다. 왼쪽 사면을
돌아 오르고 ┫자 갈림길이다. 왼쪽은 우회로로 사면을 멀리 돌아 1코스와 만나서 오르고 직진은 철사다리 올라 바
로 만경대이고 서봉이다. 직진한다. 철계단이 매우 가파르고 높아 위압적이다. 큰 숨 한 번 길게 내쉬고 나서 달라붙
는다. 양손으로 각각 양쪽 철봉 난간을 붙들고 한 발 한 발 오른다. 나도 모르게 철봉 난간을 너무 세게 붙들었는지
나중에는 팔심이 부친다. 내 거친 숨에 철사다리에 깔린 눈이 흩날린다.
철사다리 오르고 몇 미터 더 가면 만경대다. 가평 제6경인 운악망경(雲岳望景)은 아마 여기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
다. 절벽 위 너른 암반에 데크 전망대와 평상을 설치하였다. 이른 아침에는 먼 산까지 뚜렷이 보이더니만 한낮이
되자 연무가 끼어 원경이 흐릿하다. 천마산을 희미하게 가운데 두고 그 오른쪽은 철마산, 주금산이, 왼쪽은 서리산,
'축령산이, 중간에는 개주산이, 그 앞으로는 애기봉(768m)이 우뚝하다.
서봉을 지나 곧장 동봉을 향한다. 이곳에는 어제 눈이 제법 내렸다. 눈길을 간다. 등로 주변의 잡목에는 상고대 설화
혹은 빙화가 스러지기 시작한다. 역광으로 보는 그 모습이 눈부신 가경이다. 동봉에서 잠시 머뭇거리다 그 동쪽 아
래의 또 다른 만경대를 다니러간다. 데크계단을 길게 내렸다가 슬랩 덮은 데크계단을 잠깐 오르면 만경대다. 여기도
데크전망대를 설치했다. 서봉의 만경대와는 다른 전망이다. 국망봉과 귀목봉, 화악산, 명지산, 연인산이 설산이다.
히말라야 준봉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닮았다.
데크계단을 한 피치 더 내려가 병풍바위를 위쪽에서 내려다본다. 운악산의 명물이다. 다시 만경대에 올라 간이의자
꺼내어 앉아서 휴식한다. 첫 휴식이다. 탁주 독작한다. 눈 들면 사방이 가경이니 술맛이 나지 않을 수 없다. 동봉을
오르고 정상 표지석을 들여다본다. 가평군에서는 커다란 자연석에 ‘雲嶽山毗盧峰’이라고 새겼다. 멋진 필치다. 포천
시에는 ‘雲岳山’이라고 생겼다. 돌도 글씨도 멋이 없다. 각각의 표지석 뒷면에는 한시를 해석과 병기하여 새겼는데
오래되어서인지 알아보기 어렵다.
가평군에서 세운 표지석에는 현등사를 중건한 함허 스님의 ‘운악산에서(題雲嶽山)’를 새겼다. 함허 스님
(1376~1433)은 함허선사, 함허득통스님, 함허조사, 함허화상 등으로 불린다. 현등사에는 함허 스님의 사리를 안치
한 전국 5개의 부도(浮圖) 중 하나인 ‘함허당득통탑’(부도, 사리탑)과 그걸 밝히는 석등이 있다.
운악산 자락 현등사
위로는 돌 구르고 아래엔 물소리
천 년 전부터 뭇 지식인의 발길 이어져
밝고 환한 날에도 오고감 멈추지 않네.
雲嶽山帶懸燈寺
落石飛泉上下聲
出自千尋與萬丈
滄溟未到不曾停
12. 멀리 가운데는 천마산, 그 오른쪽은 철마산, 주금산, 그 앞 왼쪽은 개주산
13. 멀리 왼쪽은 개주산, 주금산, 철마산
14. 멀리 가운데 왼쪽이 천마산, 그 앞 왼쪽은 서리산
15. 운악산 동봉(비로봉) 정상
16. 동봉 아래 만경대에서 전망, 왼쪽은 국망봉, 오른쪽은 귀목봉
17. 동봉 아래 만경대에서 전망, 왼쪽부터 국망봉, 귀목봉, 화악산, 명지산
18. 뒤가 화악산, 앞은 명지산
19. 왼쪽부터 국망봉, 귀목봉, 화악산, 명지산
포천시에서 세운 표지석에는 백사 이항복(白沙 李恒福, 1566~1618, 포천 출신)의 한시 ‘현등사(懸登寺)’를 새겼다.
운악산 깊은 계곡에
현등사를 처음으로 지었네
노는 사람들 성을 말하지 않았는데
괴이한 새는 스스로 이름을 부르네
용솟음치는 흰 기운 폭포수(天紳) 장대하고
푸른 산 빗긴 섬에 지축이 기운 듯
은근히 호계(虎溪)에서 작별을 하니
석양 속에 저문 산 밝아오네
雲岳山深洞
懸燈寺始營
遊人不道姓
怪鳥自呼名
沸白天紳壯
攢靑地軸傾
殷勤虎溪別
西日晩山明
호계(虎溪)는 계곡 이름이다. 진(晉) 나라 때의 고승(高僧) 혜원법사(慧遠法師)가 여산(廬山)의 동림사(東林寺)에
있을 적에 하루는 도잠(陶濳)과 육수정(陸修靜) 두 고사(高士)를 전송하면서 3인이 서로 도의(道義)가 부합하여 즐
겁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기도 모르게 호계를 지나쳐 버렸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한국고전번역원 임정기 주석)
나뭇가지 젖혀 서봉과 만경대를 바라보고 그리로 간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니 이때는 그리 추운 줄 모르겠다. 때마
침 서봉 만경대를 오르는 메아리 님과 하운 님을 만난다. 그새 반갑다. 서봉 표지석과 기념사진 찍고 원통산을 향한
다. 긴 데크계단을 내린다. 응달진 데는 눈이 낙엽과 섞여 얼었다. 살금살금 내린다. 서봉에서 0.4km 내려가다
871m봉 직전 야트막한 안부에서 왼쪽으로 비스듬히 내린다. 871m봉과 그 너머의 암릉은 운악산에서 가장 난이도
가 높다.
이정표는 왼쪽 사면을 도는 등로를 안내한다. 871m봉 쪽으로는 인적이 보이지 않고 풀숲만 우거졌다. 가파르고
길게 내리다 절벽 아래 사면을 트래버스 한다. 핸드레일 밧줄이 등로유도선이기도 한다. 이 밧줄이 없다면 가파른
사면에 인적은 수북한 낙엽에 가려서 대체 어디를 뚫어야 할지 가늠하기 어렵겠다. 엷은 지능선을 두 차례 넘는다.
그때마다 뚝 떨어졌다가 숨차게 기어오르기를 반복한다. 주릉과 만나고도 가파른 내리막은 계속된다.
20. 멀리 가운데는 천마산
21. 만경대에서 남서쪽 조망
22. 명지산, 그 왼쪽 뒤는 화악산
23. 왼쪽은 국망봉, 오른쪽은 귀목봉
24. 운악산 동쪽 지능선
26. 병풍바위
27. 운악산 서봉과 만경대
28. 중간 가운데가 애기봉
▶ 원통산(圓通山, △567.2m), 돼지산(435m)
핸드레일이 나오면 겁난다. 핸드레일이 있는 데는 예외 없이 험로다. 702m봉 내리고 내리막이 잠시 주춤한 안부는
숯고개다. 명당인 점심자리 찾기가 쉽지 않다. 양광이 가득하고 바람이 알지 못하는 4인용 평평한 공터여야 한다.
봉봉을 넘는다. 679m봉 아래가 그나마 낫다. 난로 겸한 버너 피운다. 코펠에는 떡사리, 넙죽이 어묵, 라면을 차례로
넣는다. 술은 탁주와 꾸지뽕 담금주다. 이 정도면 한겨울 산상성찬이다. 험로도 끝났것다 만복에 얼근하여 일어난다.
607m봉에 이어 580m봉을 내리는 중에 오른쪽으로 등로를 약간 벗어나면 되똑한 바위와 널찍한 암반이 나오는데
드문 경점이다. 메아리 님이 화장실 가는 길에 발견하여 알렸다. 설산인 연인산이 한층 가깝다. 등로는 여태와 다르
게 부드럽다. 줄달음한다. 등로 주변은 참나무 일색이라 버섯 따위가 있을지 몰라 두리번거리며 간다. 잔나비걸상버
섯이 흔하지만 식용이 아닌 약용이라 먹는 절차가 복잡하여 따지 않는다.
참나무 주간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도톰하게 살진 버섯은 느타리버섯이다. 보기도 좋고 높아야 눈높이이니 따기도
좋다. 자연 건조된 버섯이라 미끌미끌 하지 않고 꼬독꼬독하다. 그런 참나무를 세 그루 훑으니 수대로 큼직한 비닐
봉지 가득이다. 이래서도 운악산이 명산이다.
노채고개. 바닥 친 안부다. 비로소 운악산을 벗어나 원통산 품에 안긴다. 원통산 1.02km. 멀리 바라보는 원통산이
바위 슬랩에 둘러싸인 둥그런 모습이다. 거기까지 비슷한 높이의 봉우리를 세 개 넘어야 한다. 세 개봉 모두 정상
]직전의 능선 마루금은 가파른 바위 슬랩이라 오른쪽 사면을 길게 돌아 오른다.
원통산. 사각 돌기둥인 정상 표지석 앞에 있는 삼각점은 ╋자 방위표시만 남았다. 사방이 키 큰 나무 숲에 가려 아무
런 조망을 할 수 없다. 배낭 벗어놓고 휴식한다. 원통산(圓通山)은 이 산의 북서쪽 일동레이크골프장 가운데에 위치
한 원통사(圓通寺)라는 절에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한다. ‘원통(圓通)’은 ‘관음보살의 자비가 두루 통하지 않는 곳이
없다’라는 뜻으로, ‘원통사’라는 이름의 사찰들은 대체로 관음보살을 주존(主尊)으로 모시고 있다.
원통산에서 하산 하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왼쪽 지능선을 타고 유동리로 가서 47번 도로에 닿는다. 둘째
는 북진하다 542m봉을 넘어 오른쪽 한북정맥 길로 가면387번 지방도로 노채고개에 닿는다. 이 두 경우는 일동 택
시를 불러야 한다. 주말이라 군인들 면회 온 사람들이 많아 쉬는 택시가 있을지 의문이다. 세 번째는 일로 북진하여
일동으로 바로 가는 것이다. 도상 4.9km. 우리는 세 번째를 택한다. 산행거리도 늘리고 황혼의 매직아워도 볼 수 있다.
원통산을 길게 내린다. 곳곳의 송전탑을 지난다. 송전탑 있는 데에는 조망이 트인다. 오른쪽 골짜기 건너 청계산이
장릉의 한가운데 우뚝하다. 길 좋다. 숲속 오솔길이다. 고도를 낮추니 매서운 추위는 가셨다. 운악산에서는 살랑살
랑 부는 바람도 날카롭더니 이제는 팔 걷어붙여도 시원하다. 해거름 햇살은 산릉을 황금색으로 물들인다. 381m봉
은 동네 뒷산이다. 간이운동시설이 있고 주변은 소나무 숲과 바위다. 필로스 골프장과 청계산 쪽으로 조망이 트이는
경점이기도 하다.
지도에는 381m봉인데 표지판에는 ‘해발 435m, 돼지산 정상’이라고 한다. 이제부터 등로는 동네 뒷산 산책길이다.
조금만 가팔라도 핸드레일이 있다. 쭉쭉 내린다. 확장공사 중인 동네 나오고 고샅길 지나 대로와 만나고 다리 건너
골목길 돌아 돌아 일동터미널 근처다. 일동이 ‘밤의 도시’다. 아침에는 썰렁하던 거리가 저녁이 되자 불야성으로 활
기를 띤다. 우리의 단골식당은 김장하는 날이라며 휴업이고, 길 건너 음식점은 순번번호표를 뽑아 자리가 나오기를
기다려야 한다. 조금 외곽에 있는 음식점을 찾았다. 우리가 첫 손님이었는데 금방 전 좌석이 찬다. 지난주 메아리 님
이 종류산에서 데려온 덕순이 술이다. 일주일 숙성한 덕순이라 맛이 깊고 향기는 그윽하다. 술잔 높이 들어 오늘도
무사산행을 자축한다.
29. 운악산 서봉에서
31. 왼쪽부터 국망봉, 귀목봉, 화악산, 명지산
32. 멀리 가운데는 수원산
33. 운악산, 오른쪽 능선을 우리가 지나왔다.
34. 연인산
35. 멀리 왼쪽부터 해룡산, 왕방산, 국사봉
36. 청계산
37. 멀리 왼쪽부터 해룡산, 왕방산, 국사봉, 해룡산 앞은 천주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