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은 나의 보물입니다’
책 <인문학으로 광고하다>의 첫페이지를 폈을 때 가장 먼저 보이는 말이다.
그는 원하는 시간에 울려준 알람, 출근길에 만나는 모든 풍경, 그 풍경을 즐길수 있게 만들어준 교통 정체 까지 나의 보물이라 말한다.
어째서 그 일상 속 사소하고 자잘한 것들이 그에겐 보물이 될수 있는지…..했는데
나도 내 일상속 아주 사소한 일이 보물이 되는 경험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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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오빠와 내가 밥을 차려먹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원래 같았으면 오빠가 요리를 내가 뒷정리를 맡았을텐데
오늘은 그 역할을 바꾸자는 오빠의 말에 내가 요리를 하게 되었다.
사실 내가 하는 요리는 거의 조리에 가깝다.
햇반을 꺼내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그런 조리 말이다.
이번 식사에 메인 메뉴는 바로 탕수육이다.
물론 냉동탕수육이였다. 에어프라이기에 먹을만큼 옮겨 담은 나는 가장 중요한 온도와 시간을 확인했다.
탕수육 뒤에 있는 설명서엔 조리시간과 온도를 두가지 선택지로 제시하고 있었다.
170도에 약 16분 또는 190도에 약 10분.
낮은온도 이지만 오랜시간 가열하는 것, 높은 온도에 짧은 시간 가열하는것에 차이였다.
170도16분에 ‘셰프추천’ 이라 되있었기 때문에 이걸로 할까 했지만
또 오빠가 배고프다 했던것이 생각나 ‘그냥 빨리해서 먹는게 나으려나? 하고 고민을 하게 되었다.
결국 오빠의 의견을 묻기위해 오빠방으로 갔는데 갑자기 기발한 질문이 떠올랐다.
“오빠! 오빠는 한번에 확 뜨겁지만 그 기간은 짧은 연애가 좋아? 아님 막 그렇게 서로 좋아 죽는건 아니지만 오래가는 연애가 좋아?”
하지만 내가 말을 잘 못했는지 아님 오빠가 모쏠ㅇ…
아무튼 질문이 너무 뜬금없었는지 이해를 잘 못하는것 같아 다른식으로 바꾸어 다시 질문했다.
“오빠는 한 분야에서 완전 최고에 올랐지만 그 기간이 짧은게 좋아? 아님 막 최고까진 아니지만 평범한 위치에서 오래가는게 좋아?”
오빠의 선택은 후자. 즉 평범한 위치이지만 오래가는 것이였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에어프라이기 앞으로 와 170도에 16분으로 조리를 시작했다.
역시 오빠의 선택은 옳았다. 셰프가 추천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갑자기 센불로 가열하는 것보다 약한불로 오랜시간 여러부분을 가열하는 것이 탄부분 없이 바삭바삭 더 맛있는 것이다.
탕수육을 먹으며 오빠에게 했던 질문을 나 스스로에게 물어봤다.
‘나라면 어떤걸 선택했을까?’
탕수육을 먹기 전이라면 난 전자를 선택했을것이다.
첫눈에 반한 뜨거운 사랑이, 제일 위에 도달한 최고가 훨씬 멋져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쎈 불은 오히려 고기를 태워 검게 만들고 그 지속 시간 또한 길지 않다.
이처럼 뜨거운 사랑또한 금방 식고, 그것에 데이게 된다면 내 마음을 검게 태울만큼 너무 큰 상처가 될것 같다.
또 유명한 아이돌들은 자신들의 음악이 1위를 했을 때 더 잘해야한다는 부담감과, 내려갈곳 밖에 없다는 불안감에 오히려 괴롭다고 한걸 본적이있다.
이처럼 최고가 되는게 겉으론 멋져보일지라도 그 안은 그렇지 않은것 같다.
그래서 나는 한번에 뜨거운 열을 쏟고 금방 식는 사랑과 일보단
오랜시간 서로를 알아가며 힘이 되는 깊은 사랑을,
높은 위치는 아니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을 오랫동안 즐겁게 하고싶다.
지금까지 이 생각들은 단지 저녁에 먹으려한 탕수육 설명서를 보고 했던 생각들이다.
그냥 넘길 수 있던 탕수육 뒷면 설명서도 의미를 부여하고 그때 떠올랐던 생각들에 대해 기록해 두니 지금 글소재라는 아주 소중한 보물이 되어있었다.
책 속 박웅현 또한 이러한 이유로 일상속 소소한 것들이 다 자신의 보물이라 한것같다.
나에게 영감을 주고 생각하게 하고 글의 소재가 되기도 하는 일상들이 그에겐 보물창고 였던것이다.
우리 또한 반복적이고 지루한 하루를 그냥 보내는게 아닌 이 하루는 내 보물 창고다! 하는 생각으로 살아보면 어떨까? 당연히 처음부터 모든게 보물처럼 보이진 않을것이다.
그래도 외쳐보는게 어떨까?
‘오늘 본 탕수육 조리법은 나의 보물입니다’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