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넥쏘, 5년 지나면 1500만원? '평생 보증' 해달라는 이유는?
수소연료전지차 넥쏘의 보증 문제를 둘러싸고 현대차와 소비자가 팽팽히 부딪히고 있다. 현대차가 넥쏘의 중고차 가격을 보장하는 바이백 프로그램을 내놨지만, 소비자들은 보장 수준이 부족하다며 평생 보증을 요구했다.
갈등의 시작은 올해초 넥쏘의 차량 결함 논란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부터다. 당시 차주들은 가속 상황에서 차량이 울컥인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주행 중 빠르게 속도를 높이면 뒤에서 차를 잡아당기는 것처럼 몇 초간 느려지다 갑자기 울컥거리며 튀어 나가는 증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조사에 착수했고, 올해 8월 무상 수리를 결정한다. 현대차 측은 "연료전지 스택을 보호하는 로직이 작동할 경우 주행 중 출력이 저하되고 간헐적으로 울컥거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지금까지 판매된 넥쏘 1만6229대에 대해 스택 교환을 포함한 무상수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수소차의 비싼 부품 가격에 비해 보증 기간이 너무 짧다는 것이다. 현재 넥쏘의 수소 관련 주요 부품 보증기간은 10년/16만km인데, 이 기간이 지나면 막대한 수리비를 지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 소비자는 "연료전지 스택의 가격은 4000만원에 달한다"면서 "현대차는 자신들이 내놓은 무상 수리 정책이 '통 큰 결정'이라 하지만, 보증기간이 끝나면 이 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넥쏘의 연료전지 스택에 문제가 생기면 4000만원짜리 부품을 통째로 바꿔야 한다. 아직까지 스택의 개별 셀을 내연기관처럼 부분적으로 수리하는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차주들은 평생 보증을 요구하고 있는 형편이다. 한 소비자는 "현대기아차는 지난 2016년 엔진 내 이물질 발생 문제가 불거진 세타II 엔진에 대해 보증을 10년/16만km로 연장했고, 이후 또다시 평생 보증 정책으로 확대 시행한 바 있다"면서 "연료전지 스택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던 만큼 평생 보증을 약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현대차는 넥쏘의 중고차 가격을 보장해주는 '잔가 보장 프로그램'까지 제안하며 소비자 달래기에 나섰다. 출고 후 5년 이하, 주행거리 16만7000km 이하 차량에 대해 차값의 최대 39%(보조금 제외)를 보장해주기로 했다. 한마디로 4000만원에 넥쏘를 구매한 소비자는 5년 뒤 1560만원을 받고 차량을 팔 수 있는 것이다.
넥쏘 잔가표
소비자들은 현대차가 제시한 보장 금액이 터무니 없이 낮다고 지적했다. 낮은 잔가를 보장 받는 것보다 차라리 전손 처리 후 보험 가액으로 보상을 받는게 훨씬 이득이라는 것이다.
한 소비자는 "현대차가 스스로 넥쏘의 수명이 5년/16만7000km라고 인정한 셈"이라며 "요즘 신차를 구매하고 5년 만에 폐차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라고 주장했다. 다른 소비자는 "현재 중고차 시장에서 주행거리 10만km 이하인 2016년식 투싼이 1400~1700만원에 거래된다"면서 "이를 고려하면 출고가가 훨씬 높은 넥쏘의 잔가율이 지나치게 낮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측은 "넥쏘의 잔가표는 유사 차급의 잔존가치를 두고 판단한 것"이라며 "5년, 16만km 이상 주행한 차량과 비교를 하는 것이 맞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보장 프로그램은 외관이나 차량 상태를 문제 삼지 않기 때문에 일반 중고차 판매와는 그 개념이 전혀 다르다"라며 "보장 금액 역시 수소차 보조금이 포함된 출고가가 아니라, 소비자가 실제 구매한 가격을 기준으로 책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양측의 입장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다만, 현대차가 소비자들의 의견에 더 귀를 기울일 필요는 있어 보인다. 넥쏘 고객은 현대차가 처음 내놓은 수소차 전용 모델을, 현대차만 믿고, 여러 불편함을 감수하고 구매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넥쏘를 타고 다님으로써 현대차가 얻는 '수소차에 대한 노하우' 및 '수소차 인프라 확장'을 고려하면 지금의 보상은 조금 인색한게 아닐까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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