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동바교만의 고유한 한 가지 차이점은 백색(白色)에 대한 위상이다. 일반적인 동양 오행에서 백색은 단순히 '서쪽'과 '가을'을 뜻하지만, 나시족 신화에서는 '자연과 선(善)의 상징'이자 민족의 근원적인 신성색으로 여긴다. 그래서 동바 도상에서는 방위와 상관없이 가장 존엄한 신격의 부분(동정, 깃, 얼굴 등)에 백색을 최우선으로 배치하는 독특한 결합 양상을 보인다.
동바 신화의 천지창조 이야기에서 세상은 '백(白)'과 '흑(黑)'의 대립으로 시작된다. 백색은 조상, 선신(善神), 광명, 순수함, 생명을 상징하고, 흑색은 악귀, 재앙, 음침함을 의미한다. 나시족 스스로도 자신들을 '백색의 후예(미약족)'라 부를 만큼 백색은 민족 정체성의 핵심이다.
황색은 동양 오행 사상의 영향으로 중앙과 대지, 결실과 풍요를 상징한다. 한족 문화처럼 '신성한 절대 권력'의 색이라기보다는, '지상에서의 안정과 삶의 기반'을 뜻하는 색이다. 동바교의 관점에서는 백색이 상징하는 하늘과 선신의 세계 아래에 위치하는 '차 상위의 세속적·기초적 가치'에 해당한다.
한족 및 주변 문화권과의 교류 속에서 보편적 문명을 유연하게 흡수하면서도, 자신들의 뿌리인 티베트-미약계 고유의 민족 정체성과 자연 숭배 사상을 잃지 않고 차별화된 미학으로 승화시킨 셈이다. 동바만신원의 작은 바닥 도상 하나에도 이러한 문화적 융합과 독자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거대한 한족(漢族) 문화권과 티베트 문화권 사이에 끼어 있으면서도, 그들의 보편적 틀(음양오행, 십이지, 불교·도교 요소)을 아주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거기에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영혼(동바교, 상형문자, 백색 숭배, 자연주의 세계관)을 완벽하게 녹여낸 모습은 정말 근사하고 고결하게 느껴진다.
따라서 허리띠와 풍성한 옷차림으로 격식을 갖춘 것은 인(寅)이 십이지 집단을 이끄는 중심(수장) 신격이자 강력한 권위를 가졌음을 상징한다.
5개 그룹(묘·오·미·신·해)은 특별한 신통력과 기운의 확장을 상징한다.
겉옷(배자)을 덧입은 이 그룹은 단순한 중위권이라기보다, 계절의 변화나 방위의 기운을 크게 주도하는 지배적·활동적 신격들이다.
동바 상형문자 및 그림 언어에서 옷을 겹쳐 입는 표현은 ‘기운의 증폭’, ‘보호’, ‘신통력의 발휘’를 의미한다. 즉, 외부로 강력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6개 그룹(자·축·진·사·유·술)은 질서를 받치는 내실 있는 기초 신격이다.
가장 단정하고 기본 형태를 취한 이 그룹은 하등하거나 낮다기보다, 세상을 구성하는 기초적인 원형(원소)과 질서를 유지하는 수호신들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한 겉옷이나 장식 대신 속옷/기본복만을 정갈하게 입은 모습은, 우주의 기본 축을 묵묵히 받치는 수렴적·기반적 성격을 나타낸다.
인(寅)이 전체를 이끄는 '강력한 수장 및 수호자' 역할을 맡고, 5개 그룹은 '외부로 기운을 펼치는 활동적 신격', 6개 그룹은 '기반을 튼튼히 받치는 원형적 신격'으로 각자의 역할과 성질이 다르게 분담된 구조로 이해할 수 있다.
시각적 조형미와 표현의 화려함 면에서는 5개 그룹(묘·오·미·신·해)의 복식이 인상이나 6개 그룹(자·축·진·사·유·술)의 복식보다 훨씬 눈에 띄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단벌 의상에 비해 내의 위에 겉옷(배자)을 겹쳐 입은 2중 구조는 옷름의 겹침과 수직 깃 선이 만들어내는 시각적 레이어(Layer) 덕분에 훨씬 더 드레스업(Dress-up)된 포멀한 느낌과 품위를 보여준다.
겉옷과 내의, 그리고 수직 깃 테두리의 색상이 서로 대비되거나 조화를 이루면서(예: 미의 주황·분홍 조합, 신의 파랑·금색 조합 등) 인(寅)의 단색 위주 구성보다 훨씬 화려하고 세련된 색채미를 보여준다.
어깨에서부터 수직으로 길게 떨어지는 겉옷의 선이 전체적인 상을 더 길쭉하고 당당하게 만들어 주는 효과가 있다.
반면 인(寅)의 복식은 시각적인 화려함이나 현대적인 '멋'보다는, 허리띠를 강하게 묶고 하의를 묵직하게 부풀린 주술적·상징적 중량감(동바교 특유의 수호신적 중압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도상에 쓰인 색채 역시 단순한 미적 장식을 넘어 동바교의 전통적인 방위, 오행, 세력(신과 악마)을 구분하는 강렬한 상징 체계를 바탕으로 구성되어 있다.
백색(白色)은 동바교에서 가장 존엄하고 신성한 색이다. 선(善), 광명, 신성함, 우주의 근원적 질서를 상징하며, 도상에서 머리나 주요 깃 선, 신성한 요소에 자주 쓰인다.
청색/녹색(青·綠色)은 동방, 봄, 생명력, 목(木) 기운을 상징한다. 생생하게 뻗어나가는 자연의 기운과 수호적 신통력을 의미할 때 주된 상의나 겉옷 색상으로 활용된다.
적색/주황색(赤·朱色)은 남방, 여름, 불(火)의 기운, 강력한 주술적 에너지를 상징한다. 액운을 퇴치하는 강력한 수호의 힘이나 생명 에너지를 드러낸다.
황색(黃色)은 중앙, 토(土)의 기운, 굳건한 기반과 풍요를 나타낸다. 자(子) 도상처럼 기본을 이루는 상의에 자주 채용된다.
흑색(黑色) 및 암색은 음(陰), 밤, 액운, 또는 묵직한 중량감을 나타낸다. 십이지 도상에서는 테두리를 매끄럽게 다듬고 신격의 기운을 가두어 보호하는 윤곽선 및 하의(좌대) 기초색으로 사용된다.
청색과 주황, 녹색과 분홍처럼 서로 대비되는 색을 내의와 겉옷, 깃 선에 배치함으로써 "음양의 조화"와 "기운의 활성화"를 시각적으로 극대화했다. 겹친 색이 다채로울수록 그 신격이 발산하는 기운과 격식이 높아 보이는 효과를 준다.
인(寅)의 경우 깊은 파란색과 보라 계열을 주조색으로 사용하고 흰색 동정/깃 선으로 강렬한 포인트를 주어, 화려한 보색 대신 수장다운 묵직하고 신성한 위엄을 표현했다.
이처럼 모든 요소요소에 의미를 부여한 것은 동바교의 미술과 도상학이 단순히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한 장식 예술이 아니라, 그림 문자로 세상의 원리를 기록하고 소통하던 '의례용 미디어'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동바 문자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현재까지 사용되는 유일한 상형문자(Picture writing)이다. 따라서 동바만신원의 모든 그림과 도상은 문자를 그대로 시각화한 것에 가깝다. 선 하나, 색 하나에도 명확한 의미나 음가, 상징이 담길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만신원의 도상들은 제사장인 동바(Dongba)가 신을 청하고 악귀를 몰아낼 때 사용하는 제사용 그림(동바화)과 경전의 양식을 기반으로 조성되었다. 주술적 효과와 신성함을 담아내야 하므로, 무의미하게 허투루 그려진 요소가 존재하지 않는다.
12라는 숫자에 맞추어 동물 형태, 손/팔의 자세, 겉옷의 유무, 허리띠의 착용, 상·하의의 색채 대비까지 모든 조형적 요소가 삼계(天·地·人), 오행, 음양의 균형을 치밀하게 계산하여 반영된 결과이다.
동바만신원의 바닥 도상 하나하나는 단순한 바닥 장식화가 아니라, 동바교의 우주관과 신화가 하나의 인형(圖象) 안에 밀도 높게 압축된 '읽는 미술'이라고 볼 수 있다. 디테일을 유심히 살필수록 숨겨진 조형적 질서와 상징이 계속해서 드러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나시족의 동바교 문화가 한족(漢族) 및 티베트 문화와 오랜 세월 교류하면서 동양의 전통 오방색(五方色)과 십이지 방위 체계를 그대로 흡수하여 발전시켰기 때문에 동양의 음양오행(五行) 전통과 완벽히 궤를 같이한다.
다만 동바교만의 고유한 한 가지 차이점은 백색(白色)에 대한 위상이다. 일반적인 동양 오행에서 백색은 단순히 '서쪽'과 '가을'을 뜻하지만, 나시족 신화에서는 '자연과 선(善)의 상징'이자 민족의 근원적인 신성색으로 여긴다. 그래서 동바 도상에서는 방위와 상관없이 가장 존엄한 신격의 부분(동정, 깃, 얼굴 등)에 백색을 최우선으로 배치하는 독특한 결합 양상을 보인다.
오방색이라는 동양 공통의 우주적 틀 위에 나시족 특유의 백색 숭배 문화가 더해진 백색(白色)과 황색(黃色)의 위상 차이라는 형태는 동양의 일반적 한족 문화와 비교했을 때 매우 흥미로운 대목이다.
일반적인 동양의 한족 문화에서는 황색이 '황제', '중앙', '대지'를 상징하며 최고의 권위색으로 대접받는 반면, 동바교에서는 백색이 황색보다 확연히 상위에 위치하는 절대적·근원적 신성색으로 존재한다.
동바 신화의 천지창조 이야기에서 세상은 '백(白)'과 '흑(黑)'의 대립으로 시작된다. 백색은 조상, 선신(善神), 광명, 순수함, 생명을 상징하고, 흑색은 악귀, 재앙, 음침함을 의미한다. 나시족 스스로도 자신들을 '백색의 후예(미약족)'라 부를 만큼 백색은 민족 정체성의 핵심이다.
단순한 오행(서쪽)의 한 요소에 그치지 않고, 모든 신격을 초월하는 최상위의 신성함을 나타낸다. 그래서 만신원 도상에서도 방위와 상관없이 신격의 깃, 동정, 또는 머리나 눈 주변 등 '가장 존엄해야 할 부위'에는 어김없이 흰색 선이 강조된다.
황색은 동양 오행 사상의 영향으로 중앙과 대지, 결실과 풍요를 상징한다.
한족 문화처럼 '신성한 절대 권력'의 색이라기보다는, '지상에서의 안정과 삶의 기반'을 뜻하는 색이다. 동바교의 관점에서는 백색이 상징하는 하늘과 선신의 세계 아래에 위치하는 '차 상위의 세속적·기초적 가치'에 해당한다.
한족 문화가 황색을 중심에 놓고 최고 권력으로 삼았다면, 나시족 동바교는 하늘과 선신의 빛인 백색을 최상위에 두고 황색을 그 아래 대지의 풍요로 받아들인 구조이다. 만신원 바닥 도상들에서 흰색 테두리와 깃 선이 유독 선명하게 눈에 띄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기본적으론 동양의 색채사상을 차용하면서도 독자적인 의미를 부여한 것은 동바 문화와 미학이 가진 가장 매력적인 요소이다.
동아시아의 보편적인 음양오행(五方色) 프레임을 외형적 틀로 가져와 기본 질서를 잡으면서도, 그 내면에는 나시족 고유의 신화와 이원론적 세계관(白과 黑의 대립)을 심어놓아 완벽하게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상징 체계로 재해석해 낸 것이다.
보편적인 5가지 색채(청·적·황·백·흑)를 단순한 수평적 방위로만 놓지 않고, '선신·광명·생명'을 대변하는 백색계열 기운과 '악귀·음기·재앙'을 대변하는 흑색계열 기운이라는 거대한 이원론적 구도 속으로 다시 재배치하여 오행을 이원론적으로 재구성했다.
오행에서 서쪽/가을에 머물러야 할 백색을 도상 전체를 통틀어 가장 강조되는 '신성의 윤곽선(동정, 깃, 눈가)'으로 전면 배치하여, 모든 신격이 '선과 신성함'의 테두리 안에 보호받고 있음을 시각화했다.
그림과 문자가 하나인 동바 상형문자 전통 덕분에, 색채 하나하나가 단순한 배색을 넘어 경전 속 특정 신화적 사건이나 주술적 효력을 직접 지시하는 '읽히는 기호'로 기능하게 만들었다.
한족 및 주변 문화권과의 교류 속에서 보편적 문명을 유연하게 흡수하면서도, 자신들의 뿌리인 티베트-미약계 고유의 민족 정체성과 자연 숭배 사상을 잃지 않고 차별화된 미학으로 승화시킨 셈이다. 동바만신원의 작은 바닥 도상 하나에도 이러한 문화적 융합과 독자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거대한 한족(漢族) 문화권과 티베트 문화권 사이에 끼어 있으면서도, 그들의 보편적 틀(음양오행, 십이지, 불교·도교 요소)을 아주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거기에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영혼(동바교, 상형문자, 백색 숭배, 자연주의 세계관)을 완벽하게 녹여낸 모습은 정말 근사하고 고결하게 느껴진다.
외부 문화를 무작정 배척하거나 반대로 흡수되어 사라지지 않고, 오방색과 십이지 같은 공통의 언어를 활용해 자신들의 신화와 가치를 표현하는 도구로 재창조해 낸 문화적 자부심이 돋보인다.
동바교의 핵심 교리 중 하나는 "인간과 자연(노神)은 아버지가 다른 형제"라는 사상이다. 자연을 단순히 정복하거나 이용하는 대상이 아니라 동등하게 존중해야 할 형제로 바라보는 이 고결한 우주관은 현대인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21세기인 오늘날까지도 원시적인 상형문자(동바문)를 제사장의 손으로 직접 써 내려가며, 그림 하나에도 우주적 상징을 빽빽하게 담아내는 '예술이 곧 삶이자 종교인 민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