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에 잠에서 깨었다.
한 5분만 더 잤으면좋겠는데 저 빌어먹을 음성시계가 꼬끼오 소리를 내면서 시끄럽게 떠든다.
공연히 알람을 변경했나 보다 그냥 마누라에게 깨워 달라고 할 걸 그랬다.
지금 시간에 일어나서 뭘 하겠다고 그렇게 일찍 울리게 했을 꼬 후회하며 시계 버튼을 탁 치자 조용해졌지만 이미 잠은 확 달아난 지 오래다.
오늘은 3월16일(일요일).... 내 생일날도 아니고, 마누라 생일도 아니다 .
생일은 물론 작년 환갑에도 미역국도 먹지 않고 밖으로 싸다녔으니 사실 생일날이라고 챙겨 먹는 일은 내 사전엔 아예 없었다.
그럼 오늘이 생일도 아니고 무슨 중요한 날이기에 이렇게 일찌감치 잠에서 깨었을까!.... 동아 국제 마라톤 대회가 있는 날이라 일찍 일어나야 한다.
성질 급한 사람은 날 보고 "뭐 쭈구렁 할배가 마라톤 뛰남요" 하고 질문할 것 같아 이야기하면, 2호선 지하철 잠실역 3번 출구 근처 너구리 동상 앞에서
시청각장애인 몇 사람과 시청각 장애인자립&지원회 회원들과난타연주 소리패 어울림이
듣는 것도 보는 것도 불편한 시청각장애인 마라토너 차승우 씨와 시각장애인 마라토너 이용술 씨 외에 20여명이 달리는 것을 응원하기로 약속이 되었기 때문이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시청각장애인자립&지원회를 홍보하기 위해 기획된 것이다.
봉보자료는 이미 각 언론사에 보냈고, 몇몇 언론사에서 전화로 기사화 하겟다는 약속은 받앗다.
20m 넘는 플랜카드도 준비했고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시청각장애인 “우리는 달린다."라는 표어도 준비해서 가슴과 등에 부착했다.
그리고 차승우 씨와 이용술 씨는 물론 타톨릭 마라톤 동호회 출전 선수와 우리의 일을 이해하는 출전 선수들 가슴에도 달아주었다.
그리고 또 있다 4월 21일 시청각장애인 돕기 사랑의 자선음악회도 홍보할 전단지도 무려 7,000장이나 준비했다.
이 모두가 시청각 장애인을 한국 땅에 알리기 위한 노릇이다.
2007년 3월 16일 인천복지관에서 시청각장애인자립&지원회가 결성된 이후 만 1년이 되는 날을 기념하기 위한 기획이다.
그런데 처음 보여주었던 관심과 달리 지금은 처음과 마찬가지로 시청각장애인의 이해는 커녕 모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망설이고만 있다.
하기야 움직이면 돈이들고, 어디를 가거나 무구를 만나거나 모두가 돈이 드는 일이며 도한 자신의 시간을 쪼개야 하니 무관심한 척 지내는 것이 이해는 간다.
그러나 우리가 시각장애인으로 사회에서 많은 차별 속에 서러움으로 허덕이고 있다면 그들은 더욱 어렵고 힘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엄마"라는 단어로 짧게 설명해 보자.
슬픔 속에서 부르는 "엄마!"
즐거워 들뜬 마음에서 부르는 "엄마"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 부르는 "엄마"
보이지도 않고 듣지 못하는 시청각장애인에게 상황에 따라 엄마라고 부르는 감정에 의미 전달은 아예 불가능한 일이다.
간혹 점자나 수화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사람이라도 엄마라는 단어의 내용 전달은 가능해도 대화자의 정확한 감정 전달은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상대의 감정전달이 잘되어야 원활한 대화가 이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 않으면 서로 마주친 상태에서도 문자로 된 편지를 주고받는 것과 비슷하다.
바로 이런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시청각장애인들이다. 듣는 것도 보는 것도 자연스럽지 않은 사람들 말이다.
걱정이다.
맨땅에 돌던지기로 여기까지 왔다... 이나마도 모두 남의 주머니 털어서 꾸려왔다.
4월 21일 기독교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리는 사랑의 자선 음악회도 어느 목사님의 돈이고,
오늘 팸플릿, 플래카드, 가슴에 부착하는 표어, 난타 소리패 어울림 초청, 차량 사용,
그리고 사진촬영, 그리고 지난해 시청각장애인 포함한 7명을 일본 제17회 시청각장애인 대회 참석, 등 오늘까지 올 수 있도록 도와준 많은 사람의 손길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사실 앞으로가 더욱 걱정이다.... 시청각장애인들에게는 반드시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은 필요하다 그러나 누구도 관심 밖에 일로 치부한다.
정치인들이 복지정책을 설명할 때마다 유심히 듣지만 시청각장애인에 관한 것은 단 하나도 없다.
장애인계에서도 국회의원 하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30명이 넘는다고 들었다.
그 가운데 누가 이러한 사정을 알고 지원책을 만들 수 있을까!.... 기대하지도 않는다.
"아차" 내려야 할 역을 지나쳤다. 아치산 역에서 2호선으로 바꿔 타야잠실가는데 딴 생각하다 지나치고 말았다.
다시 돌아서 겨우 2호선으로 갈아타고 잠실역에 내려 3번 출구로 나갔다 바람이 휘익 불어댄다.... 춥다. 시계를 보니 8시 20분,
든든히 입고 나오길 잘했다.
앞으로 나가서 너구리 동상만 찾으면 된다. 약 50m 가면 있다고 그랬다.
한참 가니 북소리가 두리둥둥 울린다. 난타 소리패 어울림이겠거니 계속 갔더니 역시 그들이 먼저와서 있었다.
잠실역 앞이 37km 지점이고 여기가 마라토너에게 가장 큰 고비라고해서 이곳에다 응원단을 준비했고,
교통통제가 있으므로 그 안에 모든 준비를 끝내려고 모두 일찍 서둔 것이다.
시간이 되자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시청각장애인 김xx와 그의 친구이자 도움이,
맹아학교 특수교사 최xx,
국가인권위원회 장애팀장,
그리고 시청각장애인자립&지원회의 모든 잡다한 일을 맏고있고, 회의 때마다 김건형에게 키보드를 브레일노트에 연결하여 통역을 돕고있는 이제승 님과 그를 안내하는 자칭 글쟁이라는 전직
기자 정xx,
사진촬영 자원 봉사자 복지사 문xx,
인천에서 올라온 시청각장애인을 자식으로 둔 항상 가슴이 아픈 예지 엄마와 아빠,
도움이 아줌마와 함께 농담하며 일찌감치 와있는 종xx.
아 또 있다. 카톨릭 마라톤 동호호 김규영 님이다.... 프랭카드와 표어제작을 기증한 분이시다.
그리고 난타 소리패 7명은 이미 신명나게 북과 장구를 두드리고 있다
잠시 후에 시청각장애인을 돕기 위한 사랑의 자선 음악회 준비로 바쁜 목사님이 팜플렛 배포하라고 자원 봉사자를 또 보내 주셨다.
그리고 보니 모두 18명이나 된다.
난타 공연은 게속되고 있다. "두리둥둥 따닥 따악 두두둥".... 역시 한국의 전통악기 소리는 가슴 뛰게 한다.
옆에서 다른 마라톤 동호회에서 설치한 앰프에서 귀가 멍하게 음악이 울렸지만 북소리는 그 소리를 삼키고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무려 3시간을 계속 두드리며
가슴을 울리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듣던 사람들이 말하길 난타 공연단은 무아지경에 있는 사람들 같다고 전해준다... 참으로 고마운 분들이다.
대략 11시가 지나자 이봉주 선수와 a급 마라토너는 이미 지나갔고, 차승우와 이용술
그리고 가슴에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시청각장애인 “우리는 달린다."라는 표어를 부착한 선수들이 속속 지나간다.
이어서 연합신문, 동아일보에서 취재하고 돌아갔다. 연합뉴스와 에이블뉴스에서는 이미 광화문에서도 취재했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는 잠실역과 보도에서 오가는 사람들에게 4월 21일 열리는 시청각장애인 돕기 사랑의 자선 음악회 홍보용 인쇄물을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난 어느 장애인이동권투쟁연대 활동가이자 투쟁가 소개로 심상정, 노회찬을 보려고 동대문으로 가면서 그 후에 일은 이야기로만 전해 들었다.
여하튼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은 다 했다고 본다.
이제 하늘이 도울 차례라고 본다.
아 배고프다. 아침은 원래 않 먹고 점심은 약속 장소로 이동하다 못먹고 빨리가서 밥 먹어야겠다.... 역시 집이 제일이다.
함께 이 고난의 길로 갈 사람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3월 16일의 일을 잠시 떠올려 보았다.
첫댓글그랬군요.3월 16일 생신을 그렇게 알차고 보람되게 보내셨군요.이슬비도 금년 3월 10일 생일엔 미역국도 한 그릇 못 얻어 먹었답니다.부담주는게 싫은지라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거든요.가족들의 축하와 선물은 받았지만요...후훗 이슬비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장애중에도 시각장애가 제일 큰 장애같아요.앞이 보이지 않는다는건 바로 칠흙속에 있는 거나 다름이 없잖아요.자신의 장애를 딛고서 타인의 장애를 도우시는 대단하신 승현님의 앞날에 기쁜 가득하신 일들만 있으셨으면 좋겟습니다.건강 하신지요...^^
첫댓글 그랬군요.3월 16일 생신을 그렇게 알차고 보람되게 보내셨군요.이슬비도 금년 3월 10일 생일엔 미역국도 한 그릇 못 얻어 먹었답니다.부담주는게 싫은지라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거든요.가족들의 축하와 선물은 받았지만요...후훗 이슬비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장애중에도 시각장애가 제일 큰 장애같아요.앞이 보이지 않는다는건 바로 칠흙속에 있는 거나 다름이 없잖아요.자신의 장애를 딛고서 타인의 장애를 도우시는 대단하신 승현님의 앞날에 기쁜 가득하신 일들만 있으셨으면 좋겟습니다.건강 하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