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114만 원 연봉 인상 걷어차고 파업 내닫는 현대차 노조
동아일보 입력 2021-07-09 00:00수정 2021-07-09 07:17
사진 뉴스1
현대차 노조가 그제 노조원 73.8%의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했다. 중앙노동위원회가 다음 주 현대차 노사의 의견 차이가 크다는 판단을 내리면 합법적 파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2019년에는 한일 무역 분쟁, 작년엔 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해 분규 없이 임금 및 단체협약을 맺었지만 3년 만에 파업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사측이 기본급 월 5만 원 인상 등 1인당 1114만 원의 인상안을 제시한 데 대해 노조는 기본급 9만9000원 인상과 회사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며 회사 안을 거부했다. 의견이 더 엇갈리는 부분은 정년연장이다. 노조는 2033년 65세로 높아질 국민연금 수령개시 연령을 고려해 직전 해까지 일할 수 있도록 정년을 만 64세로 연장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내연기관차에 비해 생산인력이 30% 이상 덜 필요한 전기차 생산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정년연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선진국 소비가 폭발하고,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인기가 높아 현대차의 해외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차량용 반도체 공급 차질로 상반기에만 생산량이 7만 대 줄었고 내년 상반기까지 반도체 대란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인기 차종은 6개월 넘게 대기해야 받을 수 있고, 미국 판매장의 재고는 바닥을 드러냈다. 생산을 최대한 늘려야 할 지금 파업이 시작되면 실적 상승세에 결정적인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
노조의 정년연장 요구는 세계 자동차산업의 격변을 외면하고 중년 노조원의 이익만 챙기는 처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최근 세계적 자동차 회사들은 전기차 투자를 확대하면서 대대적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인위적 인원 감축이 어려운 한국에선 은퇴를 통한 자연감소가 유일한 대안이다. 올해부터 매년 2000여 명씩 정년퇴직이 예정된 직원들의 정년이 연장되면 현대차가 2030세대를 새로 채용할 여지는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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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국내 공장 직원들은 좋은 처우를 받으면서도 생산성은 세계 사업장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도한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파업은 정당성을 갖기 어렵다. 정년연장은 개별 기업의 노사협상으로 다룰 게 아니라 청년층 일자리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사회적 합의로 풀어야 할 사안이다. 아직 임·단협을 타결할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현대차 노사는 끝까지 머리를 맞대고 적정한 수준에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