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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옛날 어느 한 마을에 김개인이라는 노인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기르는 개를 무척이나 귀여워하여 밤낮으로 항상 데리고 다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김노인은 이웃마을 잔칫집에 가면서 평소처럼 애지중지하던 개도 함께 데리고 갔습니다. 잔칫집에서 잔뜩 술을 마셨던 김노인은 취해서 돌아오다가 산기슭에 누워 잠이 들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이때 산불이 났고 개는 주인을 구하고자 짖어대고 옷소매를 끌어도 보았지만 주인은 깨어날 줄을 몰랐습니다. 번져오는 불길에 주인의 생명이 위태로움을 안 개는 근처 개울에 가서 온몸을 적신 뒤 김노인의 주변을 계속 적셔서 주인의 생명을 구했습니다. 그렇게 필사적으로 김노인을 구한 개는 그만 탈진하여 불에 타 죽고 말았습니다. 얼마 뒤 노인은 잠에서 깨어났고 그 상황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생명을 바쳐 주인의 목숨을 살린 개를 갸륵히 여긴 김노인은 그 개를 양지바른 곳에 잘 묻어 주고 무덤위에 지팡이를 꽂아 두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그 지팡이는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려 훌륭한 나무가 되어 주었는데 이 나무를 개나무라고 불렀습니다. 이 이야기는 이웃 마을에도 널리 퍼지게 되어 사람들은 그 마을 이름을 한자로 개 오(獒)자와 나무 수(樹)자를 써서 오수라 붙였습니다. 그 마을이 지금 전북 임실의 오수라는 마을입니다. 이이야기는 고려시대 최자의 <보한집>에 실린 이야기로, 김노인의 지팡이가 자라서 된 나무가 바로 느티나무 입니다. 이 마을에는 이 수백 년 된 느티나무와 오수의 개를 기리는 비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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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민속적 관련사항]
느티나무 목재는 나뭇결이 곱고 황갈색 빛깔에 약간 윤이 나며 썩거나 벌레 먹는 일이 적은 데다 다듬기도 좋다. 또한 건조할 때 변형도 적고 마찰이나 충격에도 강하며 단단하기까지 하여 임금의 관을 만들기도 하였다.(서민은 소나무가구, 소나무집, 소나무 관. 왕, 귀족, 큰 양반은 느티나무 집, 느티나무 가구, 느티나무 관. 천마총, 가야고분 출토 관도 느티나무). 어린잎은 식용(이른 봄에 어린잎을 채취하여 떡에 섞어 쪄서 먹음). 말린 잎은 계유(鷄油)라 하여 약용으로 쓴다. 목재는 무늬단판, 마루판, 건축재, 가구재, 선박재, 공예재 등으로 이용한다.
재목의 결은 약간 거칠지만 재질이 강하고 질겨서 뒤틀리지 않고 무거우며 무늬와 광택이 아름답다. 또한 잘 썩지 않으며 물에 잘 견디어 농기구의 자루나 가구를 만들거나 건축재로 쓰인다. 또한 은행나무와 함께 오래 사는 나무로 잘 알려져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1,000년 이상의 나이를 먹은 60여 그루의 나무 중 25그루가 느티나무라고 한다. 이들 대부분은 천연기념물이나 보호수로 지정.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느티나무는 아래와 같다.
‘괴’자는 ‘회화나무(홰나무) 괴’이기도 하지만, ‘느티나무 괴’로 쓰거나 읽기도 한다. 예컨대 느티나무는 한자로 괴목(槐木), 규목(槻木), 거(欅) 등이라 쓰고, 회화나무는 괴화(槐花) 또는 괴화목(槐花木) 등으로 쓰고 있다. 또한 ‘규’자도 ‘느티나무 규’와 ‘물푸레나무 규’ 등 두 가지의 뜻이 있다. 식물의 한자 이름은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한자 이름은 나름대로 해석하기에 따라 참으로 재미있다. 괴(槐)는 木자와 鬼자가 뭉쳐져서 한 글자를 완성하고 있는데, 이를 자형대로 풀이해 보면, 나무와 귀신이 함께 있다는 뜻이 된다. 즉 ‘나무귀신’이거나 ‘귀신이 붙은 나무’로 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다음으로 규(槻)자의 구성을 보자. 木자와 夫자 그리고 見자가 나란히 배열돼 규자를 완성하고 있다. 그대로 직역하면 ‘나무는 아버지를 본다’, ‘아버지는 나무를 본다’, ‘볼 수 있는 것은 아버지와 나무뿐이다’ 등의 의미이다. 또한 규(槻)자가 木자와 規자로 이루어졌다고 할 경우에는 ‘바른 나무’ 혹은 ‘모범 나무’로 그 뜻이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
느티나무 천연기념물 목록
(2013.03.25일 현재)
순서 | 번호 | 소재지 | 추정나이 | 특기사항 |
1 | 95 | 삼척시 도계읍 도계리 | 1,000 | 긴잎느티나무 |
2 | 108 | 함평군 대동면 향교리 | 350 | 느티나무·팽나무·개서어나무 숲 |
3 | 161 |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 1,000 | 느티나무 및 팽나무 군 |
4 | 192 | 청송군 파천면 신기리 | 3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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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273 | 영주시 안정면 단촌리 | 7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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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 274 | 영주시 순흥면 태장리 | 6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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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 275 | 안동시 녹전면 사신리 | 6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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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 278 | 양주시 남 면 황방리 | 8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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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 279 | 원주시 흥업면 대안리 | 3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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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 280 | 김제시 봉남면 행촌리 | 6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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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 281 | 남원시 보절면 진기리 | 6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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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 283 | 영암군 군서면 월곡리 | 5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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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 284 | 담양군 대전면 대치리 | 6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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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 382 | 괴산군 장연면 오가리 | 8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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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 396 | 장수군 천천면 봉덕리 | 5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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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 407 | 함양군 함양읍 운임리 학사루 | 5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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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 478 | 장성군 북하면 단전리 | 400 | 가장 크고 수형이 아름다움 |
18 | 493 | 의령군 유곡면 세간리 현고수 | 5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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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사항]
천연기념물 제1호: 대구 달성의 측백수림(達城의 側栢樹林)
2013년 3월 25일 현재 542호(포천 아우라지 베개용암)까지 지정되어 있음.
대전 괴곡동 느티나무는 천연기념물 545호(2013. 7. 17 지정)
느티나무 - 정숙
옛 어머니들은 거의
당신 가슴에
사리,
몇 알 품고 사셨지
청도 운문사 입구
속 다 비우고 비워 맨 살로
바람을 받아들이고 있는
해묵은 나무,
바람에 열린 치맛자락 맡기고 서 있는
실루엣 뒤로 반짝이는 저
보석, 살아있는
사리탑
우리들에게 속 파서 먹이고 점점
빈 껍질이 되어 가시던
어머니
느티나무 - 나호열
다스리지 못한 마음을 생각한다/ 동구 밖을 생각한다/
가 보지 못한 길과/ 마을을 생각한다//
그곳에 마을이,/ 사람이/ 모르는 마음이 있었다//
천 년이 지나도록/ 자신의 쓰임새를 모르는/ 느티나무의 그늘이/
한 겹 씩의 주름을 일으키는/ 파도가 되어 걸어온다//
저만큼 느티나무는/ 베어질 그날을 기다리며/
기둥이 될지/ 돛대가 될지/ 숯이 될지/ 의자가 될지 ……//
어느덧 느티나무는/ 천연기념물이 되었다
시집 『칼과 집』 (【시와 시학】 1994)
젊은 느티나무 - 박남준
지난가을의 잎들
온전히 떨치고 나서야 봄은 온다
세월의 나이테가
한 줄 한 땀 켜켜로 쌓여갈수록
이 땅, 사람의 곁에 내린 뿌리들이
깊어져야 한다는 것
무성한 가지들 부끄러움 없이 곧게 뻗고
푸르게 푸르게 잎들을 키워내서
품안이 너른 그늘도
드리워야 한다는 것
쓰러지지 않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추운 겨울 건너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오랜 가뭄 이겨내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아니다 아니다
큰바람 앞에 꺾이지 않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범람하는 홍수를 막아내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돌아보면
아득하지 않은 길이 어디 있으랴
어질병의 현기증 일던 모진 시련 없었으랴
말문이 막히고 기막히던 일들 이루 말할 수 있으랴
여기 이 땅의 바람머리 언덕에 서서
나는 보았다
사람의 아이가 자라나서
아버지가 되어가는 일
세상의 한 하늘을 넉넉하게 받쳐줄
기둥을 세운다는 일이다
그것은 떳떳한 삶의 밥을 지어 나누는 집을 짓고
어둔 밤길을 밝히는
꺼지지 않는 등불을 내건다는 일이다
처음 한 알의 씨앗으로
새싹을 틔웠을 때를 잊지 않는다
까치들이 둥지를 틀고
사람의 마을에 희망의 일들을 전하는
나의 이름은 언제나 젊은 느티나무
무더운 여름날 일하는 자의 아름다운 땀을 식히는
나의 나이는 하늘 아래 싱싱한 푸른 그늘의 나무
0. 권혁웅 시인의 시, “내게는 느티나무가 있다”
http://blog.daum.net/dongsan50/16906152
1. 가곡 느티나무, 전세원 작시, 소프라노 유열자 노래
https://www.youtube.com/watch?v=jHs72L9cMhc
2. EBS다큐프라임 한반도 대서사시2부 “느티나무가 있는 마을”
https://www.youtube.com/watch?v=G_WmaWgrLNE
3. 천 년의 세월을 이겨낸 가장 오래된 나무
https://www.youtube.com/watch?v=n5PVpvEhkvw
첫댓글 마을 어귀에 느티나무 노거수가 많은 이유를 알것같네요. 감사~~~
이번달 '숲토크'는 샤넹님의 일본출장관계로 휴강입니다.
샤넹님이 올린 글로 자습 잘 하시고,
다음달에 '오동나무'와 함께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번달 '숲토크' 휴강관계로 마중물이 '성씨이야기'를 준비, 여러분들한테 지적 만족감을 충족시켜드릴까 합니당♡
성씨이야기 기대됩니다 팀장님~!
수고많으십니다 고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