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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끄적끄적 거립니다.
저는 교사고, 경기도 소재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올해 고 3 담임으로 근무했습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나 이제 수시 입시 결과가 거의 다 나왔네요. 충원합격만 남았어요.
저희 학교 같은 일반계 고교는 정시로 선호도가 높은 대학(인서울, 경기권 4년제, 지방국립대 등등)을 가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이제 한 해 입시지도가 거의 끝났습니다.
다행히 저희 반 학생 모두는 수시에 모두 탈락한 경우가 없네요. 참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는 중입니다.
올해 일에 열심히 몰입하고자 하면서, 반 학생들과 몇번씩 진학상담을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네요. 성적 고저에 관계없이 학생당 최소 20번 이상 이야기 듣고, 자료 찾아가며 상담 진행 했는데,, 입시결과(입결)가 꽤 괜찮습니다. 고3 담임이 이번이 두번째인데, 올해가 더 그런 것 같아요. 다 지나가고 몇 가지 케이스 남겨봅니다. 혹 자녀 대입 관련하여, 혹은 학교에서 아이들 만나실 선생님들 계신다면 작은 참고 될 것 같아 기록해요.
모두 수시 전형 기준입니다. 고교생활기록부를 중심으로 입시하는걸 수시, 수능 성적을 기준으로 입시하는걸 정시라 합니다.
수시는 학생부 교과 등급(수학 1등급, 영어 3등급 같은)을 중심으로 진학하는 걸 교과 전형,
교사들이 작성한 학생부 기록(담임과 교과 교사들이 작성하는 자율, 행발, 교과 세특 등)과 교과 등급을 함께 정성 평가하여 진학하는 걸 종합전형이라 합니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조금 다를 수 있지만 크게 보면 무리 없는 내용입니다. 예체능은 실기 비중이 제일 높습니다.
사례1 - 지방 의대 수시 합격(교과)
학생 희망 - sky 공학 계열
학생 성적 - 국영수사과 등등의 주요 과목은 거의 1등급, 제2외국어 및 예체능 과목, 그 외 과목은 점수 낮음
모의고사 성적- 국영수 과목 대체로 1등급, 과학 탐구 계열은 1과목만 1등급
위 학생은 전형적으로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하는 학생입니다. 하루 종일 공부만 생각하는, '학업적인 면에서' 굉장히 성실한 학생. 그래서 성적은 굉장히 높지만 학생부 기록이 다른 학생들에 비해 좋지 못합니다. 학생이 내성적 성격이라 리더십을 발휘하거나 다른 다양한 활동을 한 내용들이 없고 오로지 공부한 한 케이스이기에, 생기부 기록의 질이 학생의 성적에 비해 유려하지 않습니다. 학생은 서울대 연대 고대 공학 계열을 희망했는데, 두 가지가 걸렸습니다.
첫번째 생기부 기록 - 위에 언급한 바와 같이 성적에 비해 굉장히 아쉽습니다. 일부 학생 고유의 역량이 번뜩이는 내용이 있지만 서울대 쓰는 다른 친구들과 비교해 경쟁력이 있지 않을 것 같다는 판단, 전공적합성 면에서 경쟁력이 많지 않을거란 판단.
두번째 주요과목 이외 다른 과목이 점수가 낮음 (기술가정 제2외국어 예체능 과목 등)- 서울대 고대는 모든 과목 다 보는데 이 부분이 걸렸습니다.
상담하고 자료보며 느꼈던 건, 면접과는 별개로 sky 모두 서류에서 탈락할 것 같다는 생각(실제 1차에서 모두 서류 탈락)
그래서 의대를 추천했습니다. 의대 안내하니 학생은 의외라 생각해보겠다고 하고, 학부모님은 굉장히 좋아하시더라구요.
아 의대 진짜.
의대 역시 교과 종합 둘 다 있는데, 대부분의 의대의 경우 교과가 있습니다. 교과의 경우 교과 성적만 높고 수능 최저를 맞추면
가능한데 의대는 수능 최저가 모든 대학 중 가장 엄격합니다.
3개합 3등급 -> 모두 1등급 아니면 쓰지 말거라
3개합 4등급-> 한과목 2등급만 허용해준다
거의 대부분의 의대 최저가 이렇게 분포되었는데, 이 학생의 경우 수능 최저를 맞출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학생에게 이러한 상황 설명 후 의대의 장점에 대해 설명. 의사 생각 있느냐 이런 내용에 대해 설명한 후 6개중 반반씩 나눠서 공대랑 의대 모두 지원.
결과는 sky 공대 탈락, 의대는 합격 이었습니다. 수능을 평소보다 살짝 못봤는데 최저를 맞춰 결국 의대 등록하고 의대갑니다.
저희 고등학교에서는 처음 의대진학이라는데, 그만큼 학생이 미친듯이 공부를 해서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요즘 뉴스에 나오는 것처럼
지방 의대>>서울대 나머지 과 가 일반적 현상인데, 이 학생의 경우 학생이 가진 특수성이 있어서 이렇게 결과가 나왔습니다. 본성이 선한 친구라, 많은 환자들과 업무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잃어버리지 않으며, 친절하고 다정한 의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공부하는 걸 워낙 좋아해서 어려운 의대공부 잘 따라가리란 기대도 있구요.
사례 2
학생희망- 인서울 4년제
진로 희망 분야 - 인문 분야
학생 성적 -인문분야 과목 1,2등급, 수학 과학 등 이과 과목 3,4등급
1~3학년 전체성적- 2점대 초반(참고로 학생 등급은 1등급부터~9등급까지 있습니다. 수능 성적과 똑같은 비율로 등급 산출)
모의고사 성적- 서울 소재 주요 대학 최저 맞추기에는 어려움. 영어와 사회탐구 과목에만 강점이 있음
제가 제일 좋아하는 친구입니다. 얘는 학생이고 저는 선생이라 제가 많이 가르쳐주고 좋은 영향을 줘야 하는데 되려 제가 많이 이 친구에게 배울점이 많은. 그런 멋있고 훌륭한 친구입니다. 1학년때는 동아리 지도교사, 2학년때는 과목 교과 교사, 그리고 3학년때 담임교사로 만났습니다.
교사 10년을 넘게 하면서 이 친구보다 삶에 대한 태도가 긍정적인 친구를 못봤습니다. 그리고 무슨 일이든 정말로 '성실'해요. 매사 감사하는 태도가 몸에 베인 학생이구요. 해서 3년동안 학급 반장을 도맡아 했고, 성적에 상관없이 모든 교과 교사들로부터 '학습하는 태도'를인정받은 생기부가 한 가득입니다. 과장 좀 보태면 생기부가 위인전 같은 느낌이요.
이런 친구는 흔히 말하는 생기부가 잘 되어 있어서 무조건 종합 전형을 추천해야 하는 그런 학생입니다.
그래서 6개중 5개를 종합전형으로 설정하고 어떤 학교를 쓸지 고민해봤습니다.
공부도 곧잘 하는 친구인데 최상위권은 아니었습니다. 학기 초 상담때 성적을 확 올려야 한다고 계속 잔소리하며
대학 선택지를 넓힐 것을 조언했고,
정말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하더군요. 이 친구는 말만으로 다짐하지 않을거란 믿음이 있었고. 그 어려운 걸 해내더군요.
그래서 결과는 3학년 1학기 모든 교과 1등급.
3학년 성적 덕분에 3개 학년 총 내신은 2점대 초반입니다.
이 2점대 초반 점수가 대학 진학할때 변수가 가장 많은 구간 중 하나입니다.
대학서열화가 나쁜걸 알면서 진학교사라 어쩔수 없이 아래에 정리하면
보통 의치한 카이스트, 포공 그리고 수의대 제외하고 대학 입결이
서울대
연대 고대(요즘은 연대 입결이 고대보다 살짝 유의미하게 높습니다)
서성한
중경외시
건동홍숙
이런 식으로 진행됩니다. 여기 명단에 이대가 빠졌는데 입결로만 보면 이대는 서성한에서 중경외시 그 사이 어딘가 즈음
있구요. 제가 대학 진학갈 당시(20여년 전)와 비교해도 비슷한데 그때와 다른점은 지방 거점 국립대가 빠졌습니다.
요즘 지방 거점 국립대 입결은 계속 낮아지고 있습니다.
학생과 학부모님 희망은 현실적으로 건동홍숙 라인, 그리고 6개중 하나느 상향해서 중경외시 라인 지원 희망
근데 이렇게 쓰기에는 학생 생기부가 너무 아까워서. 담임이 욕심부려 연고대 라인까지 써보고 싶었는데 그건 수능 최저문제로
아웃. 그리고 이대도 선택지에서 제외. 그래서 서성한 중 하나를 상향으로 지원하자고 설득. 이 고민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꽤 길었습니다. 저는 학생에 대한 확신이
있어서 계속 밀어부쳤고 결국은 서성한 중 하나 지원. 그리고 결과는 합격입니다. 발표날에 같이 소리치며 기뻐했습니다.
위와 같은 개별 사례를 몇명 더 작성하려고 했는데, 이게 여기까지 쓰는 것도 시간이 은근히 많이 걸리네요. 다자녀 전형으로
국숭세단 라인 중 하나에 합격한 학생, 생기부 종합 전형만 준비해서 3점대 등급으로 아주 인하 라인 대학 학격한 친구 등등
글쓰기 전 여러 명 얼굴 떠올리며 작성했는데, 시간의 부족으로 여기까지 적겠습니다. 나중에 혹 기회되면 이어서 적어볼게요.
이렇게 비스게에 적고 나면 나중에 글쓴이는 한두번 정도 찾아보게 되더라구요. 그런 기억이 나쁘지 않아서 비스게에 적게
되는 것 같습니다.
끝으로 고3 수험생을 둔 학부모님들이나, 혹은 농구 좋아하는 멋있고 어여쁜 고3 수험생이 있다면. 일반적 내용 조언 하고
마무리 하겠습니다.
1. 원하는 대학의 학교 이름을 네이버에 검색하고
2. 검색결과 중 해당 대학교의 입합처에 들어갑니다.
3. 입학처 메뉴 중 수시 항목을 찾아 해당 학교의 '학생부 종합전형 가이드'를 다운 받아 몇번씩 정독합니다.
여기까지는 종합 전형 준비하는 친구들에게
교과 전형 준비하는 친구들은
1. '대학 어디가' 혹은 진학하고 싶은 대학교 홈페이지의 입학처 들어간후
2. 자신이 희망하는 학과의 내신 반영과목과 그 비중 정도가 어떻게 되는지를 꼭 확인한 후
3. 내년 3학년 1학기 중간 기말, 수행평가를 치룰 때 해당 과목에 온전히 집중하는 모습이 필요합니다.
지금 3학년 되기 전 어떤 대학의 학과를 희망하고 탐색했는지, 실제로 탐색하지 않아도 '인지'하고 있는 지가
내년 9월 수시 원서 작성할때 큰 도움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여러 대학교 홈페이지에 가면 벌써부터 올해 입시결과를 토대로 한 공청회, 고2를 대상으로 한 수시 안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자녀들과 손 잡고 방학때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굉장히 큰 도움이 됩니다. 꼭 그 대학에 가지 않아도 같이 하며
분위기를 환기시키는게 중요하거든요. 오프라인 외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곳도 있구요. 아니면
네이버 '수만휘'같은 입시 카페에도 재학생들 다수가 정보 나누고 있으니 이런 대형 카페 가입해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생각보다 너무 길어졌는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또 작성하도록 하겠습니다.
첫댓글 학생에 대한 선생님의 열정과 사랑이 느껴지는 글이네요. 제 마음이 따뜻해졌어요. 1년 동안 고생많으셨습니다!!
와 고생하셨네요,. 멋지십니다 ㅎㅎㅎ
비스게에서 발견한 놀라운 글이네요. 현장의 경험과 학생들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글 잘 보았습니다!
와 학생을 진정으로 생각하시는 마음이 확 느껴지네요 고생하셨습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읽고 옛날 생각 났어요 ㅎ 제가 2005년부터 연속으로 9년동안 고3담임을 했는데 그때 대학가서 지금 연락 끊긴 제자들 몇몇이 갑자기 보고 싶네요 ㅎㅎ
지금이 입시지도하기 훨씬 힘들죠 고생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저희 애도 올해 시험을 봤어서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첫째가 지방의 일반고 1학년 학생이라 저도 입시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 중입니다. 좋은 정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만 봐도 멋진 선생님 이신 것 같습니다!
선생님 글 올라오면 정독합니다! 제가 다 감사하네요. 잘 이끌어주시는 선생님도, 이쁘게 잘 따라와주는 아이들도요! ㅎㅎ
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수고하셨습니다.
생생한 글 감사드려요~ 다음 편도 기대할게요.
수고많으셨습니다 !^^
생생하고 유익한 입시 이야기 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2000년 근처 학번인데, 크게 달라지지는 않은 것 같네요.
우와~열정이 팍팍 느껴집니다 정말 멋지시고 좋은 글 감사합니다!!
학부모의 눈이 번쩍 뜨이는 좋은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정말 좋은 선생님이시네요. 무조건 합격률을 높이기위해 안전 안전만 외쳐서 저를 좌절캐했던 담임선생님이 떠오릅니다. 그 아이들 모두의 인생에서 정말 엄청난 일을 하신겁니다. 직업에 대한 사명감도 부럽기도 합니다. 아무쪼록 1년간 너무너무 수고하셨습니다.
사례2 학생 합격부분 읽을때 저도 모르게 주먹 불끈 했네요 ㅋㅋ 아직 첫째가 4학년이지만 저 학생때랑 제도가 너무 다르고, 아이 대학갈땐 또 달라질것 같아서 무섭습니다만 좋은 선생님들 믿고 잘 키워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