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개최하겠다고 공장 문까지 닫겠다는 중국
신문A8면 TOP 기사입력 2021.10.01. 오후 5:29 최종수정 2021.10.01. 오후 7:36 기사원문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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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겨울철 난방수요 급증땐
최악 전력난 급속악화 불보듯
에너지기업에 전력확보 명령
석탄·천연가스 선물가격 급등
베이징 인근공장 셧다운 우려
광둥성, 전기료 최대25% 인상
석탄 공급 부족 등으로 공장이 속속 문을 닫는 등 사상 최악의 전력난을 겪고 있는 중국이 난방 수요가 급증하는 겨울철을 앞두고 비상대책 마련에 나섰다. 당국이 국영 에너지기업들에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겨울을 대비한 전력 공급 확보에 나서라"고 지시한 것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원자재 시장에서 천연가스와 석탄 가격 등이 일제히 급등했다. 일각에서는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 일정과 맞물려 올겨울 베이징 인근 공장 운영이 전격 중단되는 최악의 사태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당국이 국영 에너지기업들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석탄부터 석유에 이르기까지 올겨울에 사용할 수 있는 전력 공급량을 확보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이 같은 지침을 내린 것은 중국 산업정책을 총괄하는 한정 부총리"라며 "한 부총리가 '어떤 정전 사태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중국이 '겨울나기'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이유는 겨울이 중국 전력난의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중국의 석탄 재고량이 일주일 사용량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겨울철 난방 수요가 급증하면 에너지 위기가 급속도로 악화될 수밖에 없다.
특히 최악의 전력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동북 3성(랴오닝성·헤이룽장성·지린성)은 중국에서 가장 추운 지역으로 매년 겨울 고질적인 전력 부족을 겪어왔다. 지난해 겨울 헤이룽장성에서는 발전설비 고장 등으로 영하 30도의 추위에도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아 주민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특히 내년 가을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확정해야 하는 중국 지도부 입장에서는 전력 부족으로 인한 민심 악화를 막아야 한다. 중국 당국이 에너지회사들에 '무조건 전력 대란을 막으라'고 주문한 배경이다.
이런 연장선에서 중국 당국이 올겨울 베이징과 인근 허베이성 지역의 공장 운영을 전면 중단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중국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 해외에서 베이징을 찾는 선수단과 관람객에게 미세먼지로 뿌연 하늘을 숨기기 위해 베이징 인근에 있는 모든 공장 문을 닫게 하는 파격 조치를 취했다. 이 때문에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당시와 유사한 정책이 시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전력 사정과 베이징 공기 질 관리를 감안해 중국 당국이 공장 셧다운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시 주석은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을 통해 전 세계에 베이징의 푸른 하늘을 보여주겠다고 한 바 있다.
한 한국 기업의 중국법인장은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올해 12월이나 내년 1월께 베이징과 허베이 지역에서 공장 운영 중단 조치가 시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며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중국 내 다른 지역이나 다른 국가에 위치한 공장의 생산량을 늘리는 식으로 납품 기일을 맞출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전력난을 완화하기 위해 중국 내 일부 지방정부는 산업용 전기 요금 인상과 관련된 논의에 착수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제조업의 메카인 광둥성은 1일부터 피크타임 산업용 전기료를 25% 인상했다. 광둥성 전력 운영 체계에 따르면 피크타임은 오전 10시~정오, 오후 2~7시다. SCMP는 "중국 경제계획 총괄부처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사실상 지방정부의 전기료 인상을 용인하고 있는 만큼 전기료를 올리는 지방정부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전기료 인상으로 석탄화력발전소의 수익성이 개선되면 전력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중국 석탄발전소들은 석탄 가격 급등으로 비용은 급증했지만 전기요금은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어 수익성 등을 이유로 전력 생산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중국이 '국유 에너지기업 총동원령'을 내리면서 천연가스와 석탄 가격은 치솟고 있다. 정저우상품거래소에서 지난달 30일 중국산 발전용 석탄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6.5% 급등해 t당 1393.6위안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고치다.
유럽 천연가스 거래의 기준이 되는 네덜란드거래소 천연가스 선물 가격도 이날 14.7% 급등했다. 최근 한 달 새 2배 이상 올랐다. 컨설팅업체 가스비스타의 레슬리 팰티 구즈만 대표는 "중국이 (가격과 관계없이) 무조건 전력 공급원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상승한 가스와 전기 가격을 감당해야 하는 다른 나라 소비자에겐 나쁜 소식"이라고 전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