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초대어급으로 평가받는 부산고 사이드암 투수 이왕기. 국내 프로야구 무대를 정복한 다음 메이저리그로 진출하는 것이 꿈이다.
17일 황금사자기 고교야구 부산예선이 열린 부산 구덕야구장. 9-1로 크게 앞선 부산고에서 7회 이왕기(18)를 마무리로 등판시켰다. 콜드게임으로 승부를 끝내려는 부산고 조성옥 감독의 초강수였다. 이왕기는 에이스답게 최고 142㎞의 직구와 변화구를 앞세워 삼진 2개와 내야 땅볼을 유도해 경기를 깔끔하게 마무리지었다.
경기를 지켜보던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스카우트는 "기대한 대로"라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롯데가 요즘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오는 6월30일 열리는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에서 고교 대어급 투수를 얻게 생겼기 때문이다. 1순위 후보는 178㎝ 74㎏의 이왕기. '제 2의 김병현'으로 불릴 만큼 위력적인 구위를 지닌 잠수함 투수 이왕기는 볼끝만 놓고 볼 때 국내 고교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빠른 공은 물론 사이드암 특유의 싱커와 슬라이더, 커브를 장착했다. 지난해 전국체전의 우승을 이끌며 풍부한 경험을 쌓은 것도 장점. 지난달 대통령기고교야구대회를 앞두고 프로 8개 구단의 스카우트들이 두산 입단이 확정된 우완 정통파 투수 김명제(휘문고)와 함께 고교 '최고투수'로 꼽았을 정도.
롯데도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150㎞대의 강속구 투수 서동환(18·신일고)보다 이왕기에게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롯데 이상구 단장은 "서동환의 구위가 좋긴 하지만 실력보다 다소 상향평가돼 있다"며 "몇년 만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사이드암 투수여서 욕심이 난다"고 말했다.
부산고도 이왕기를 앞세워 2004 부산고교야구 춘계리그 1, 2차 예선 합계 7승1패로 1위를 차지하는 등 최강의 전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왕기의 목표는 국내 프로야구 무대를 정복한 뒤 메이저리그로 진출하는 것.
조 감독은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들이 대부분 제구력에 문제가 있는 것과는 달리 이왕기는 경험, 제구력, 스피드를 모두 갖춘 선수"라며 "무엇보다 공격적인 피칭과 대담성을 겸비해 대성할 재목"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