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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남 창원2사업장 주행시험장에서 천무 다연장 로켓 발사대가 사격 준비를 시연하고 있다. /권오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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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남 창원2사업장. 이곳에선 궤도형·차륜형 기동 장비부터 해상 발사대, 대공 장비까지 생산하고 있다. 이날 용접·가공 공장에선 120㎜ 자주박격포(KSM120)를 만들고 있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난해 방위사업청과 5840억원 규모의 후속 양산 계약을 체결한 물량이다.
120㎜ 자주박격포의 차체는 하부와 상부로 나눠 제작 중이었다. 알루미늄 합금 판재에 용접 부위를 지정하자 로봇이 용접을 마무리했다. 과거에는 하부부터 상부까지 차체를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용접했는데, 하부와 상부를 제작한 뒤 합치는 방식으로 바꾸면서 로봇을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늘었다고 했다. 김영수 창원2사업장 생산팀장은 “50% 수준이었던 로봇 용접을 7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남 창원2사업장에서 용접 로봇이 120㎜ 자주박격포 차체를 용접하고 있다. /권오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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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4월 한화디펜스에 이어 한화방산까지 합병하고, 방산 통합 체제로 새 출발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방산 부문은 국내 수주 물량에 더해 수출 계약까지 잇따라 따내면서 올해부터 생산능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발맞춰 설비 투자를 확대하고 채용 규모도 늘릴 계획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2사업장이 생산하는 무기 체계는 20여종이 넘는다. 무기 체계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 가공·용접 → 도장 → 부품 조립 → 부위별 성능 점검 → 총조립 → 체계 종합점검 → 품질 검사 및 마무리 정비 등의 공정을 거쳐야 한다. 이날도 공장 한쪽에선 천무(K239) 다연장 로켓에 들어갈 파워팩(엔진과 변속기 결합체)을 조립하고 있었고, 다른 쪽에선 자주대공포인 비호 복합의 포탑 성능을 점검하고 있었다.
주행시험장에선 생산한 무기체계를 시연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천무 탄약운반차가 수톤에 달하는 포드(6개 로켓 묶음)를 내려놓으면, 천무 발사대 뒤편의 호이스트(물건을 끌어 올리는 장치)가 포드를 자동으로 재장전했다. 곧바로 방렬(사격 준비)까지 마무리됐다. 최고 시속 80㎞까지 달릴 수 있는 천무 발사대는 트랙 자전거 경기장(벨로드롬)처럼 기울어진 도로를 감속 없이 달렸고, 31도 기울기의 경사로도 오르고 내렸다.
천무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대표 수출품으로 자리매김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폴란드 군비청과 35억5000만달러(약 5조원) 규모의 천무 수출 1차 이행계약을 맺었다. 무기 수출의 특성상 공개되는 정보가 제한적이지만,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국방부가 공개한 영상을 통해 천무가 사우디아라비아 군에 실전 배치된 사실도 처음 확인됐다. 이전까지 천무를 도입한 사실이 노출된 중동 국가는 아랍에미리트(UAE)뿐이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궤도형 장갑차 ‘레드백’이 2021년 호주 육군이 주관한 시험평가에서 기동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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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도 수출 실적을 이어가는 것이 목표다. 창원2사업장에선 수출이 기대되는 궤도 장갑차 ‘레드백(REDBACK)’과 차륜형 장갑차 ‘타이곤(TIGON)’이 점검 중이었다. 레드백은 호주 육군의 신형 궤도형 장갑차 도입 사업에서 독일 장갑차 링스와 경쟁 중이다. 평가 절차는 끝났고, 최종 선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으로 결과가 발표될 전망이다.
레드백 사업을 관리하는 소일호 책임연구원은 “현재 나온 장갑차 가운데 레드백의 방호 성능이 가장 뛰어나다”며 “해외 파병이 많은 호주군의 특성에 맞춰 다양한 지역 조건에서도 승무원의 생존을 보장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타이곤 역시 최근 외국에서 시험 평가를 마쳤고, 또다른 국가에서 시험 평가 요청이 들어와 준비 중이라고 했다. 타이곤은 기동 성능이 가장 큰 강점이다. 타이곤의 공기압자동조절장치(CTIS)가 주행 환경에 맞춰 타이어의 공기압을 조정할 수 있다. 사막 지형에선 접지력을 높이기 위해 타이곤의 타이어 공기압을 낮추는 식이다.
사막 지형에서 진행한 주행 능력 평가 결과, 타이곤이 현존하는 장갑차들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받기도 했다. 타이곤 사업을 담당하는 김선우 책임연구원은 “해외에서 먼저 타이곤을 찾는다”며 “앞서 장갑차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쌓아왔던 기술력을 녹여낸 결과”라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남 창원2사업장 주행시험장에서 천무 다연장 로켓 탄약운반차 운용을 시연하고 있다. /권오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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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창원2사업장은 그동안 창정비가 주 사업이었다. 창정비는 운용 기간이 10년가량 지난 장비를 완전히 분해한 뒤 수리해, 성능을 복원하거나 더 개선하는 것으로 수익성이 좋지는 않다. 하지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내수 물량에 더해 수출 물량까지 수주하면서 생산해야 하는 일감이 늘었다.
창원2사업장은 2025년까지 양산체제를 강화해 기존보다 생산량을 1.5배 늘릴 계획이다. 시설 투자도 진행 중이다. 창원2사업장에 흩어져 있는 창정비 기능을 모은 통합 분해장을 올해 상반기 중으로 완공할 계획이다. 창정비 사업의 효율을 높이고 기존에 창정비에 쓰이던 장소를 무기 체계 생산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해 생산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자재 창고를 일원화하기 위한 통합물류센터 건설도 연내 마무리할 예정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방산에 더해 자회사인 한화시스템, 쎄트렉아이와 협력해 발사체·위성 사업도 확대할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마무리되면 친환경 선박의 주요 구성품과 친환경 에너지 사업 등의 시너지도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30년 매출 40조원, 영업이익 5조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은 지난 3일 열린 ‘뉴비전 타운홀’ 행사에서 “우리는 국가대표 기업으로서 대한민국은 물론 자유세계를 수호할 책임과 다음 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제공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며 “대체 불가능한 한화그룹을 함께 만들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