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족중흥회의 直說 ■
《정청래 구설의 파장
낯뜨거운 정치 민낯》
“정치는 말로써 승부한다” 좀 케케묵은 냄새가 묻어 있지만 동서고금을 종횡해온 이끼낀 명언이 아니던가.
그 말이 화근이 되어 국사(國事)가 흔들리고 백성의 마음자리가 잔뜩 어수선해졌다면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변고가 아닐 수 없다.
그것도 하필이면 국회 17개 상임위원회에서 다루고 넘어 온 법률안들을 마무리 손질하면서 토씨 하나도 붙이고 놓칠세라 세심한 주의를 쏟아 붓는 법제사법 위원회가 사고의 시발점이 되었으니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제대로 따끔하게 짚어 마땅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말썽의 중심인물이 정청래(59) 법사위원장이고 보면 사달의 심도(深度)가 예사롭지 않을 터.
조선일보가 지난 27일 지면을 크게 활용한 대서특필에서 “국회가 부끄럽다 정청래의 입”이란 이색제목을 달았다.
유력지가 특정인을 꼭 집어삼키듯 예리한 비판글을 올리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비상한 관심의 척도를 반영하고 있음이다.
필자는 주어진 지면을 ‘조잡’하게 할지도 모를 정위원장 문제의 발언 원음(原音)을 굳이 여기에 옮기고 싶지 않다. 말썽을 빚은 정청래 발언 요지는 익히 널리 보도되지 않았는가.
법사위 소관 최해병특검청문회에서 훈장차림 정복의 해병장성과 전 국방장관을 비롯 예비역 장군들을 상대한 정청래 위원장의 매끄럽지 못한 의사진행과 그의 분별없는 갑질 조롱 호통 분노 따위가 마구 뒤섞인 말의 흐름은 시종 일관 말장난 수준이었다. 정위원장은 군(軍)의 문턱도 밟지 않은 미필지다.
오죽했으면 33도 찜통더위에 특유의 빨간 모자 빨간 옷차림의 퇴역해병 1000여명이 국회로 몰려가 “해병 능멸하는 정청래 사퇴하라”는 현수막을 펼쳐들고 나섰겠는가.
육해공 예비역장성단도 ‘국군 모독’ 규탄 성명을 내는 등 분통의 화기(火氣)를 짐작케 하는 화끈한 시위가 이어졌다.
과격한 시위 일각에서 ‘정청래체포조’를 조직했다는 소문에 신경을 곤두세운 경찰의 동작이 노출되기도 했다.
법사위 회의 도중에 민주당 박지원의원(81)이 10분 퇴장명령을 받고 나가는 증인을 향해 “한 발로 서서 두 팔 올리라”고 소리쳤다. ‘때리는 서방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속담이 떠올랐다.
국가정보원장직을 하직한 뒤 시(時)도 장(場)도 가림없이 나대면서 숱한 말들을 쏟아냈던 그의 가벼운 입놀림이 또 다시 구설수에 휘말렸다.
국민의힘 쪽은 정청래 법사위원장의 회의 진행방식을 문제 삼아 국회윤리위원회에 징계를 요청했고 더불어민주당도 맞대응하기로 했다. 여야가 맞붙어 싸우는 모습은 장마날씨에 겹쳐 국민들을 짜증나게 하기에 역겨운 안성맞춤이 될 게 뻔하다.
공교롭게도 OECD 35개 국가 중 한국국회의 효율성은 꼴찌에서 두 번째 34위, 의원세비는 껑충 3위라는 보도가 나왔다. 고비용 저효율의 본보기로 부상한 ‘대한민국 의회정치’의 현주소가 낯뜨겁게 투영된 오늘이다. 거야(巨野)의 입법독재 탓인지도 모른다.
‘입은 재앙을 불러드리는 문’이란 뜻을 담은 ‘구시화지문’(口是禍之門)이란 고사성어를 앞세우고 여적(餘滴) 삼아 말과 관련한 계명(戒命) 몇 가지를 적어본다.
▲ 말은 아낄수록 귀하다.
▲ 청산유수같은 말은 한쪽 귀로 들어라.
▲ 고뇌의 흔적이 진한 말은 놓치지 말라.
▲ 깐족거리는 말은 귀에 담지 말라.
▲ 차라리 어둔(語鈍)한 말에 믿음이 간다.
2024년 7월 1일
민족중흥회 회장 鄭在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