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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겟
이런 영화가 있는지도 몰랐었는데 넷플릭스 영화 top 10에 있길래 그냥 눌러봤는데, 생각보다 만듦새가 깔끔해서 좀 놀랐습니다. 좋은 영화라고 칭찬하기엔 조금 아쉬울수 있겠으나, 그렇다고 대충 만든 영화같진 않더라고요.
일단 감독님이 인사동 스캔들, 퍼펙트 게임, 명당을 연출한 박희곤 감독님이더라고요. 뭐 특별히 좋아하는 감독님도 아니고 인사동 스캔들 정도만 재미있게 보긴 했습니다만, 극장에 걸리는 대형 상업영화를 감독하셨던 커리어가 있으신 분이고, 그 가락이 어디간건 아니라서 그 정도 만듦새가 나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생활 밀착형 공포(?)라는 부분에 집중한거 같은데, 그 부분은 나름 괜찮았던거 같습니다. 메시지를 영상화 하는 부분도 어디서 너무 많이 보긴 했지만 제작비 대비 깔끔하게 잘 뽑아낸거 같고요.
신혜선씨는 결백-도굴-타겟-용감한 시민 까지 뭔가 좀 메이저 급에 살짝 못미치는 영화 전문이라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는게 좀 아쉽네요. 김성균씨는 범죄와의 전쟁, 이웃사람, 응답하라(!?) 등에서 아주 신선한 배우였는데, 언젠가부터 많이 아쉽습니다. 뭔가 매너리즘에 빠진거 같기도 하고..
영화는 전체적으로 무난한데, 범인을 좀 더 신경써서 숨겼어야 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은 있었습니다. 범인이 아닌척 나오는 장면이 있는데, 유명한 배우까지는 아닌데 여기저기 꽤 많이 나오시는 분이라 목소리 딱 듣는 순간 어느 배우인지 알겠더라고요. 배우 스포일러라고 하죠, 이 배우가 얼굴도 안나오는 단역으로 나올 급은 아니다 보니, 아 범인이구나 싶어버리니 김이 좀 빠졌습니다.
그래도 깔끔하게 뽑힌 작품이라 심심하신 분들은 한번쯤 보셔도 괜찮을듯 합니다.
* 폭로
역시나 top 10에 있어서 별 생각 없이 눌러본 영화인데, 이 쪽은 저예산이라는 티가 좀 많이 납니다. 대충 찾아보니 제작비 3억이라는데 3억으로 이 정도면 잘 뽑은거 같긴 한데, 절대적인 완성도는 좀 아쉬울수 밖에 없죠.
일단 시나리오는 괜찮은거 같은데 감독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많이 듭니다. 일단 불안하기 짝이 없는 나레이션으로 시작해서 전체적으로 배우들 연기가 불안한것 역시 감독 문제라고 생각되더라고요. 거기에다가 이 영화는 2개의 밝혀지지 않은 정보를 중심으로 극이 진행 되는데, 그게 너무 뻔한 연출에 그대로 노출되어 내용이 다 예상이 갑니다. 특히 진범 관련한 연출은 너무 대놓고 카메라로 포커싱 해서 잡아주는게 많이 아쉽더라고요.
두개의 큰 이야기가 다 밝혀져버리고 나면 미스테리 스릴러에 궁금한것도 없고 긴장도 없는 상태가 되니 영화가 재미있기가 힘들죠. 솔직하게 뒤에 20분 정도는 대충대충 돌려가면서 봤습니다. 그 외에도 세세한 디테일도 많이 놓친거 같고,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은 작품이였습니다.
물론 첫 작품인것 같고, 나쁘지 않은 각본도 쓰신만큼 앞으로 더 좋은 작품 기대해보겠지만, 지금 당장 이 영화의 완성도는 부족하다고 밖에 이야기를 못하겠네요.
* 해피니스
별 생각없이 좀비물인줄 알고 보고 있었는데, 중반쯤 부터 혹시...? 싶더라고요. 다 보고 나서 확인해보니 각본이 한상운 작가가 맞더군요ㅋ 아시는 분들은 별로 없으시겠지만, 제가 나름 열심히 빨았던 무협작가입니다. 한상운 작가 이야기를 조금 하자면, 무협 쪽에선 나름 이름이 있는 작가이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무협소설 중 하나인 무림사계를 쓰신 작가이죠. 이후 무협이 아닌 일반 장르 소설을 쓰시다가 백야행 부터는 드라마-영화 작가로 활동하고 계신분입니다. 백야행, 스파이, 굿와이프 까지는 원작을 각색 하는 정도의 작업을 하셨고, 본인의 오리지널 각본은 왓쳐에서 처음 쓰셨습니다. 대충 보시면 아시겠지만 크게 흥행한 작품은 없습니다ㅋ 저도 드라마 작가 한상운의 팬이라기 보다는 무림사계의 작가 한상운의 팬이기도 하고요.
작가 한상운은, 전에 왓쳐를 이야기하면서 언급했듯, 느와르, 하드보일드, 피카레스크, 블랙 코메디 정도의 장르가 특기입니다. 그런 부분들이 해피니스에서도 꽤 드러나 있어서 작가가 누군지 안 보고도 한상운 작품인가 싶었습니다. 특히 주인공을 제외한 등장인물 대부분이 어딘가 뒤틀려있고 하자가 있는 인간이라는게 너무 한상운 스러웠거든요. 오히려 주인공들이 멀쩡한 부류라는게 그래도 한상운도 세상 풍파에 많이 마모되었구나 하는 정도? 보통 한상운 작품은 주인공들도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예를들어 무림사계 일부분을 가져와보겠습니다.
"철혈문에서도 알아주는 인재라고 들었는데... 어쩌다 항주까지 왔나?"
"돈 문제가 있었습니다."
"돈 문제?"
"도박을 좀 했거든요."
"도박! 하긴 자네가 우리 도박장을 제집 드나들듯 한다는 이야긴 들었지. 그래서? 얼마나 빚을 졌나?"
"금액은 문제가 아니었는데... 그게 문파 공금이라서요."
"공금을? 큰 실수를 했구먼. 그래서 파문당했나?"
"꼭 그런 건 아니고... 그보다는 여자 문제가 있었습니다."
"여자 문제?"
"도박장에서 여잘 만났거든요. 돈도 잃고 기분도 별로라서 기분 전환 삼아 여잘 따라갔는데......"
"따라갔는데?"
나는 잠시 망설였지만 곧 입을 열었다.
"장문인의 여자였습니다."
노인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런 지저분한 놈이 있을 수 있나, 하는 표정들이었다. 노인네들이 대부분 그렇듯 이들 역시 성적인 문제에 있어 보수적인 모양이었다.
나는 석방평이 망치를 든 부하를 부르기 전에 재빨리 덧붙였다.
"절대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요. 자고 나서야 그 사실을 알았지 뭡니까. 워낙 늦은 밤인 데다 그년이 화장을 덕지덕지 처바르고 있어서...... 그년이 그년인 줄 알았으면 절대 안했을 겁니다."
"그래서? 들켰나?"
"침대에서 사부님과 눈이 마주쳤죠. 정당방위였습니다."
"항주까지 온 이유를 알겠... 정당방위라니? 그건 또 무슨 소린가?"
내심 괜한 소릴 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왕 입 밖으로 나온 말이다. 여기서 그만둔다고 이들이 날 비단결처럼 착한 마음의 소유자로 믿어주지도 않을 터였다.
나는 웅얼웅얼 변명했다.
"...얌전히 칼을 맞아 줄 순 없는 일 아닙니까."
노인들의 얼굴이 더욱 심하게 일그러졌다.
"그래서? 사부를 죽였나"
이런 천인공노할 놈이 있을 수 있나, 하는 표정들이다. 노인네들이 대부분 그렇듯 이들 역시 상하 관계에 집착하는 모양이였다.
나는 석방평이 망치나 뭐 다른 잔인한 흉기를 든 부하를 부르기 전에 얼른 덧붙였다.
"죽인 건 아니고 뼈를 두어 대 부러뜨렸죠. 반사적으로 손이 나가서 벌어진 일입니다. 딱 한 대, 한 대밖에 안 때렸습니다. 그런데 그게... 재수 없이 급소에 맞는 바람에....."
"끝내 주는군."
침묵을 지키던 노인 한 명이 중얼거렸다.
고생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더는 없나? 철혈문에 불을 지르거나 사형들을 독살하거나 뭐 그런 건 없어?"
"거기에도 오해가 있었는데 말입니다. 그날 약간 취해있었고 바람이 심하게 불어서......"
"그만! 그만하지."
제가 살짝만 편집한, 무림사계 극초반부에 나오는 주인공 소개(?) 부분입니다. 한상운 작품의 주인공은 보통 이랬습니다ㅋ 당장 전작인 왓쳐만 보더라도 한석규-서강준-김현주 모두 어딘가 뒤틀려있는 인물들이였죠. 그런면에서 볼때 해피니스의 주인공인 한효주-박형식은 퍽 대접이 괜찮은 편입니다ㅋ
아무튼 한상운 작가 이야기가 너무 많아졌는데, 해피니스 자체는 아주 재미있지는 않았습니다. 좀비 설정은 꽤 신선했고, 지난 작에서 아쉬웠던 개그를 간간히 시도한다는 점은 좋았던거 같고요. 연출하신 분이 안길호 PD님이신데, 비밀의 숲, 알함브라, 더글로리 등을 연출하신 능력있으신 분이라 기본적인 만듦새도 좋고요. 그런데 뭔가 한방이... 개인적으로는 하드보일드-느와르-피카레스크 라는 한상운의 특징이 더 드러났던 왓쳐 쪽이 좀 더 취향이긴 한데, 일반적으로는 해피니스 쪽이 나은거 같기도 하고..
아무튼 총평하자면 평작은 되는거 같고, 일부러 시간내서 볼 필요는 없고 시간 여유 있을때 보셔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정도입니다.
* 소년들
이건 예전에 극장에서 봤는데, 몰아서 써봅니다.
감독이 정지영 감독인데, 남부군, 하얀전쟁,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부러진 화살 등의 원작이 있는 작품 혹은 블랙머니, 남영동1985 등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영화를 주로 찍으신 분이시죠. 소년들 역시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예전에 있었던 사건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영화이고요.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 사건이라고 하더군요, 저는 영화를 통해서 처음 안거 같습니다.
근데 영화보고 와서 뭐 딱히 적을 생각이 안들었던게, 너무 재미없어서 중간에 나왔거든요. 실화 바탕 영화인데, 너무 뻔하고 너무 클리셰적으로 진행되니깐 지겨워서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더라고요. 마침 혼자 갔겠다, 앉아있는 시간이 아까워서 그냥 나왔습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 같다는 비판이 많던데, 개인적으로는 해당 사건 그것이 알고 싶다가 있으면 차라리 그걸 찾아 보는게 나을것 같습니다..
저는 누구에게도 이 영화를 추천하지 않습니다.
* 더 킬러
이건 제가 극장에서 못보고 넷플릭스로 봤는데, 보고 여러모로 충격을 받았습니다.
다들 아시는 데이빗 핀처 감독 영화인데, 이 분이 두가지로 유명합니다. 하나는 컷 하나를 수백번씩 찍는거, 두번째는 후반작업에 어마어마한 돈을 때려박는거, 이거 두가지죠. 컷 수백번 찍는건, 배우들이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겠지만, 완성된 씬 하나만 보는 관객인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ㅋ 두번째는 이 영화 제작비를 보면 충분히 와닿는게, 1억 7천만불 들었답니다. 일단 전 여기서 놀랐습니다. 이 영화가 뭐 돈이 적게드는 영화는 아니겠지만, 바비-오펜하이머 급으로 들었다고 하면 좀 갸우뚱? 해지는게 사실이죠.
그런데 한편으로는 인트로 씬만 봐도 후반 작업에 얼마나 처바르는지(?) 느껴지긴 합니다. 필터, 질감, 촬영, 빛 이런건 저 같은 비전문가가 얼마나 후반작업의 영역인지, 저렇게 뽑아내려면 얼마가 드는지 가늠이 안가긴 합니다만, 비쥬얼적으로 돈을 많이 들인거 같다는 느낌은 확실히 있더라고요.
그리고 이게 대단한 점이, 그냥 돈 처발라서 화면 예쁘게 뽑는데 그치는게 아니라 그게 영화적 흡인력, 집중도로 이어진다는 점이 대단한거 같습니다. 이건 뭐라 표현을 잘 못하겠는데, 더 킬러 라는 영화가 뭐 대단한 이야기를 하고 있진 않거든요. 거의 테이큰급에 가까운 단순명료한 서사에 액션이 크게 나오는것도 아닌데, 비쥬얼적인 연출 하나로 관객을 영화가 끝날때까지 스크린 앞에 잡아두는 능력은 그야말로 거장이라는 소리 밖에 안나오더라고요.
이렇게 비쥬얼 쇼크로 처음 한번 놀랐고, 그게 얼마나 돈이 많이 드는 작업인지를 알고 나서 다시 한번 놀랐고, 전 이 영화를 보면서 두 번 크게 놀랐습니다ㅋ 이걸 극장에서 못보고 놓친게 참 아쉬웠습니다. 큰 화면으로 봤으면 더 좋았을거 같은데 말이죠.
이 영화는 영화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한번쯤은 보라고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비쥬얼 하나로 영화를 이렇게 뽑을 수도 있다.. 뒤집어 말하자면 비쥬얼 외엔 별게 없다는 뜻도 되긴 합니다만ㅋ 라는 교보재로 한번쯤 볼만한거 같습니다.
* 밤이 되었습니다.
"지금 우리 학교는" 드라마 볼때 생각했던건데, 이게 좀 묘한 부분이 있습니다. 등장인물들의 언행이 이해가 안가고 답답하긴 한데, 이게 학생들이라고 생각하면 또 그런가 싶기도 하고, 그런 애매한 선에 걸쳐져 있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밤이 되었습니다"는 제 느낌으로는 그 선을 넘은거 같습니다. 학생들이 어리고 경험이 없는거지, 멍청한건 아니거든요. 굳이 예를 하나 들자면 그 일진이 반의 여론을 좌지우지하려면 보다 강한 폭력을 보여주던가, 카리스마가 있는 모습을 보여줬어야지 된다고 생각하는겁니다. 운동부한테 일방적으로 개털리는데다가 어떤 카리스마도 없이 어거지로 우기기만 하는 일진 치고는 너무 반 전체를 뒤흔든다는 느낌이였어요.
아무튼 그런 면에서 4환가 보다가 하차했습니다. 라켓소년단에서부터 눈에 띄게 예뻤던 이재인 배우 때문에 좀 더 보고 싶었는데, 참기가 힘들더라고요.
첫댓글 밤이 되었습니다는 저예산 드라마겠죠? 세트장부터해서 엉망이던데 전 끝까지 다 봤는데 갈수록 더 하더군요 ㅎㅎ
더 킬러는 저도 넷플로 봤습니다만 저의 보는 눈이 떨어져서인지 그냥 평작이구나 싶었어요. 아는만큼 보일텐데 말이죠.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