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복더위와 칠석의 믿음
소설가 수필가 송원, 홍 재석
우리 민족도 태고부터 원시적 꿈을 이루려고 지혜롭게 살아온 반만년의 농경문화에서 풍년을 위해 풍양(風陽)을 기원해왔다. 대륙성 반도에 4계절이 뚜렷한 변화무상한 비바람과 눈 추위는 기후 급변이었다. 큰 재앙을 모면하려고 해, 달, 별 중에 항상 제자리를 지켜온 북두칠성을 믿음은 우리의 굳건한 본심을 표상으로 삼았으리라. 개개인 마음속에 정령(精靈)이 자리 잡고 세월따라 살아오면서 남두(南斗) 별은 삶의 건강, 자녀출생, 자손번영을 북두별은 생명과 죽음의 기풍(祈豊)을 빌며 믿어왔다.
우리나라 단군(檀君) 국조께서 홍익인간을 이룩한 지 단기 4351년이다. 불기 2562년이며 공자 학설은 공기 2569년이다. 천주교와 기독교는 불과 200여 년 전에 들어와 2018년이다. 왜정과 미 군정 이후 대한 민주국가 건국이 70년 전이고 60갑자에 따라서 무술(戊戌)년은 개띠해이다.
우리 민족성은 동남서 쪽이 바다로 해수면 간만에 적응력과 영농을 위해 주로 음력을 사용해 왔다. 또한, 토속적 신앙으로 칠성당을 불교에서 소중히 인정하여 우리의 예의범절을 숭상시켜왔다. 지금의 어느 종교도 우리의 오천여 년 고유 풍속문화인 북두칠성과 칠성당 믿음을 미신이라고 함부로 말 못한다. 이는 허상의 하늘나라도 없고 극락과 천당을 본 사람은 어디에 있었는가? 과학의 발달로 우주의 행성임이 이제 판명되었다.
음력 6원 보름날은 유두(流頭)라 하고 동쪽으로 흐르는 깨끗한 물에 머리와 몸에 땀을 씻는 풍습이 있었다. 1년 24절기 중 더위가 가장 기승을 부리는 하지(夏至)부터 셋째 경일(庚日)이 초복(初伏)이다. 넷째 경일을 중복이며 10일간이다. 입추(立秋) 후 첫 번째 경일은 말복이며 20일 만이다. 복(伏)은 음양의 이치로 양의 기운이 음 위에서 짓눌린다는 인간 삶에 말이다.
본시 삼복더위에 땀을 많이 흘리고 진이 빠진 쇠약한 몸을 보신하려고 서쪽 계천에서 개를 잡아 보신탕으로 먹는 것이 삼복의 유래이다. 하지만 불교를 삼국시대 국교로 정한 이후 개를 잡아먹는 풍속은 점차 줄어들었다. 대신 닭을 잡아 삼계탕을 만들어 먹는다. 바다와 강가에서 생선을 잡아 용궁 탕을 끓여 먹기도 한다. 복에 들에 벼 마디가 세 마디 생기면 처서(處暑) 후에 벼가 패고 풍요로운 오곡백과 수확으로 삶의 즐거운 희망 맛을 본다.
음력 7월 7일이 칠석(七夕)이다. 우리의 옛 10 명절의 하나였다. 하늘에 북두칠성과 은하수 사이에 부지런한 총각 경우와 마음씨 고운 처녀 직녀는 서로가 사랑했단다. 유독 칠석 날에만, 만날 운명적 안타까움에 까치와 까마귀의 도움으로 오작교를 만들어줌이다. 이 전설처럼 개개인의 신념이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진정한 열성적 믿음의 소원은 이루어짐이다. 더욱이 우주의 변화무상한 재앙의 피해를 방지코자 매년 가을 벼 타작 때 가장 소중한 알곡을 작은 성주단지에 그득 담아 생명 기원의 표상으로 처마 안에 고이 두었다.
다음 해 칠석 전 3일간 근신하며 그 벼를 정성으로 하얀 백 시루떡을 만들고 정화수와 촛불로 칠석 밤을 밝혔다. 나의 어머니는 저를 위한 지성으로 한평생 칠석날에 하얀 세 모시 소복 차림으로 북두칠성을 바라보고 두 손 모아 비는 정성을 다 보고 자랐다. 하지만 세상이 급변하여 옛 우리네 어머니들의 유구한 믿음의 신앙문화는 사라질 위기이다.
외국에 많은 관광객이 우리나라 반만년 생활 고유문화의 아름다움에 한류 바람을 타고 있음이 고무적이 아닌가. 칠석에는 주부들이 장마철 습기로 곰팡이 방제를 위해 장롱 속의 옷을 햇볕에 말린다. 선비들은 책을 말려 좀먹음을 방지하는 지혜로운 풍습도 있었다. 음력 7월 보름날을 백중(百中)이라 했으며 백중(百衆) 이라고도 불렸다. 그해에 가장 부지런하고 농사일을 잘한 상머슴을 중론(衆論)으로 뽑는 날이다. 상으로 옷과 돈을 주고 사기를 높이기 위해 마을 잔치음식으로 풍악을 울리며 즐겁게 쉬도록 했다.
그 풍악이 지금에 사물놀이 농악으로 우리네 흥과 애환을 살려간다. 한편 백중 장터 모래밭 힘자랑 천하장사를 뽑는 씨름문화는 지금도 우리의 국기로 발전되고 있다. 겨울철부터 머슴들이 공들여 만든 멍석, 삼태기, 등을 주인에게 팔았다. 그 기법의 손재주가 전승되어 세계적 기능국가로 발전되고 오늘날 수출의 원초적 덕이 아닐까. 상 머슴에게 반 갓을 씌우고 소등에 태우며 재미있는 놀이문화는 우리네 신명이다. 상머슴이 홀로 살면 어른들 주선으로 처녀와 과수로 혼인시켜 행복한 베풂은 적선(積善)의 미덕이었다.
이처럼 우리 민족의 정겨운 고유풍속문화는 사라지는 현실이 안타깝다. 하지만 정서적으로 온고지신(溫故知新)의 희망이며 여름철 삼복더위와 칠석 믿음의 의미를 새롭게 생각해 봄도 무더위를 쫓는 방도가 되지 않을는지……
2018년 7월 17일 올해 초복을 맞이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