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 아파트가 재건축의 닻을 올렸다. 지난 3월 네번 만에 안전진단을 통과한 데 이어 최근 공모를 통해 재건축 정비계획을 수립할 업체(에이앤유디자인그룹·선진엔지니어링 컨소시엄)를 선정했다. 강남구청은 내년 상반기 중으로 정비구역 지정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일대 부동산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주택시장 위축으로 주춤하던 투자 문의도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다. 이들의 관심은 정비계획과 투자 수익성. 그러나 구체적인 계획과 이에 따른 수익성은 올 연말에야 알 수 있다. 컨소시엄이 주민 의견을 수렴한 뒤 연말께 정비계획안을 내놓을 계획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컨소시엄이 공모 때 내놓은 제안안을 토대로 정비계획을 대략 유추할 수는 있다. 강남구청 주택과 문성재 팀장은 “주민들의 특별한 반대가 없다면 통상 제안안을 기초로 정비계획이 수립된다”고 말했다.
주택형 등 구체적인 것들은 바뀔 수 있지만 큰 그림은 그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컨소시엄의 제안은 소형주택 의무비율(건설 가구수의 60%)을 지키면서 주택형을 다양화(전용면적 51~135㎡형)하는 것이다. 은마아파트의 경우 이 같은 기본 방식과 기존 주택의 면적을 10%만 넓히는 1대1 재건축이 모두 가능하다.
투자성은 아직 변수 많아
에이앤유디자인그룹 황성택 팀장은 “방식별로 장·단점이 뚜렷해 어느 게 낫다고 할 수 없다”며 “공모 때는 중대형을 만들어야 단지를 고급화할 수 있다고 보고 소형주택 의무비율을 지키는 쪽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부지 면적(24만3676㎡)의 10%를 기부채납(부지 일부를 도로나 공원으로 조성하는 것)하고, 용적률 299%를 적용해 최고 50층으로 짓는다는 게 제안안의 뼈대다. 이를 토대로 J&K부동산투자연구소가 주변 시세 등을 감안해 주민들의 추가부담금을 산출한 결과 기존 76㎡형(이하 전용면적)을 보유한 주민이 84㎡형을 배정받는다면 1억4000만원 정도 추가로 내면 될 것으로 예상됐다.
84㎡형 주민이 같은 84㎡형을 배정받으면 추가로 드는 비용이 거의 없고, 84㎡형에서 102㎡형에 가려면 3억원 정도를 내야 한다. J&K부동산투자연구소 권순형 소장은 “중대형을 늘리더라도 일반분양이 많아 주민 부담이 크지 않은 것으로 예상됐다”고 말했다.
시세 대비 투자성은 어떨까. 현재 76㎡형은 8억3000만~9억3000만원, 84㎡형은 10억~11억원 선이다. 9억원에 76㎡형을 사서 84㎡형을 배정받으면 총 10억4000만원 정도가 든다. 국토해양부 실거래가 조사에 따르면 주변 84㎡형이 11억~12억원 정도다. 하지만 투자성에는 변수가 있다.
제안안 자체가 확정된 정비계획이 아니어서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알 수가 없다. 가령 1대1 재건축을 원하는 주민이 더 많다면 정비계획은 백지에 다시 그리게 된다.
제안안이 기초가 된다 해도 분양가 상한제와 재건축부담금을 고려해야 한다. 상한제가 유지되면 분양가(일반분양분)를 시세만큼 받지 못해 추가부담금이 늘어날 수 있다. 재건축부담금도 완화되지 않을 경우 많게는 억대로 예상된다.
다만 은마 아파트는 공공관리제(공공기관이 사업관리를 하는 것) 대상이어서 부담이 다소 준다. 서울시는 이 제도로 사업기간이 종전(평균 7.7년)보다 평균 2~3년 줄어 추가부담금도 20~30% 감소할 것으로 내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