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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의 알파와 오메가, 우주의 유일자
빛의 나라 샤르별은 이미 축생의 시대가 끝나고 더러운 욕망의 모습이 사라진 선경세상이라고 장담할 수 있었다. 그 세상의 존재들은 무엇이나 얻을 수 있고 풍요와 여유가 넘치는 세상이라서 개인적인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남들과 경쟁을 벌이거나 생존투쟁을 벌일 이유도 없었다.
어두운 죄악의 모습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세상이 그곳이었다. 하지만 아직 무결점의 후천세상은 도래하지 않고 있었다.
샤르별의 존재들은 여전히 영혼의 구원에 목말라 했다.
그 구원의 목표를 위해 꼭 찾아야 할 진리의 근원이 있었다. 샤르별의 존재들이 생각하는 구원의 진리가 무엇이었을까?
우주의 유일자였다.
우주의 유일자가 곧 진리의 알파와 오메가요 구원의 종착지였다. 그 우주의 유일자가 누구였을까?
자아였다.
우주에서 둘도 없고 하나 뿐인 자아....
그 자아를 바르게 찾는 것이 구원의 종착지라고 샤르별의 존재들은 굳게 믿고 있었다.
지구 인류들이 생각할 때 부처님도 예수님도 아닌, 자아를 찾는 것이 구원의 주체라니... 황당한 이야기로 들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샤르별의 신선들은 샤스미라고 부르는 빛의 신을 숭배하며 열이틀마다 종교집회가 열린다. 샤스미 사원은 초대형 피라미드 형태로 만들어져 있고 일시에 십사만 사천 명씩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샤스미 사원은 모든 도시마다 필요한 숫자만큼 세워져 있고 피라미드 사원의 꼭짓점에 세워져 있는 높은 첨탑은 하늘까지 맞닿을 정도로 높고 첨탑의 꼭대기에서는 우주 에너지의 작용으로 밝은 빛이 발생하여 멀리까지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사원의 높은 첨탑은 마치 우주의 등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샤르별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사원은 오사미 선경도시에 있었다. 오사미 선경도시는 가장 먼저 무릉도원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고 도시의 중앙으로는 둔이러시 강이 흐르며 강가로 형성된 무릉도원 선경도시의 모습이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고 있었다.
둔이러시 강은 지류를 포함하여 그 길이가 20만 km에 이르고, 길고 긴 수로를 따라 다양한 생태계가 조성되어 있으며 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복사꽃 물결의 장관은 무릉도원의 모습을 잘 대변해 주고 있었다.
오사미 선경도시 남서쪽 방향으로 둔이러시 강이 만들어 낸 넓은 삼각지가 있고 원시림이 울창한 삼각지 복판에 오사미 사원이 세워져 있었다.
오사미 사원의 주지는 나사소디 산타르시안이었다.
샤르별에서는 최고 학문에 도달하여 도통의 경지에 이른 각성자를 러우라고 칭하고, 러우 중에서도 대각성의 경지에 오른 스승을 산타르시안이라고 칭했다.
샤르별에는 비슷한 규모의 피라미드 사원들이 모든 선경도시에 필요한 숫자만큼 세워져 있는데, 사원의 주지들은 모두 산타르시안들이 맡아서 운영하고 있었다.
샤르별의 지상에 세워져 있는 피라미드 사원의 숫자는 십사만 사천개에 이르고, 그래서 사원의 주지만 그 숫자가 14만 4천 명에 달했다. 십사만 사천의 사원은 200억에 달하는 샤르별의 신선들을 일시에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이기도 했다. 14만 4천 명으로 이루어진 사원의 주지 중에서 오사미 사원 주지가 왕이었다. 주지왕은 산타르시안의 왕이기도 했다.
오사미 사원 주지는 샤르별 신선들의 정신세계를 이끌어 가는 스승 중에서 스승이라고 설명할 수 있었다.
내가 처음 종교행사에 참석했던 피라미드 사원은 뵤시럿이 선경도시에 위치한 뵤시럿이 사원이었지만 나중에는 가끔씩 오사미 사원의 종교행사에도 참석했다.
그래서 오사미 사원의 주지인 나사소디와는 구면인 관계가 되었고 가끔씩 그에게서 영혼의 구원에 관한 설법을 듣곤 했다.
샤르비네가 우주천문학 도통공부를 하기 위해 전문학교에 등교한 시간에는 나 혼자 행동을 했다. 나 혼자 행동을 할 때 가끔씩 오사미 사원을 찾아갔고 어쩌다 운이 좋을 때는 나사소디 산타르시안을 만나볼 수 있었다.
나사소디 산타르시안의 나이는 420세로 이미 샤르별 신선들의 평균수명을 넘겼으며 450세 이상 불로장생한 후 빛의 몸으로 화신할 수 있는 불로불사 성인의 예비자이기도 했다. 불로불사의 경지에 도달한 후 빛의 몸으로 화신하면 성인(聖人)이 되어 현실세상을 떠나 불로불사의 나라로 떠나서 살게 된다. 나는 이미 오시됴 성녀를 찾아서 불로불사의 세상을 방문한 적이 있고, 그 불로불사의 세상에서는 용과 봉황과 날개 달린 천마들이 불로불사 성인들을 태우고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예비성인(聖人) 나사소디를 내가 직접 만난 것은 세 번 정도 되며 그때 나누었던 구원의 소식은 아직도 귓가에 쟁쟁하게 울리는 것 같다.
나사소디 산타르시안과 대화를 나누었던 구원설법의 문답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현실의 몸을 입고 세상에 나타난 모든 영혼들의 목표는 구원이다. 구원을 얻지 못한 영혼들은 길을 모르고 방황하는 우주의 나그네와 같고 설 자리도 모르고 어둡고 황량한 세상을 떠돌며 방랑자 신세를 면치 못한다. 구원을 얻은 영혼들은 밝은 세상에서 빛의 몸으로 살아가고 구원을 얻지 못한 영혼들은 어두운 세상에서 어둠의 존재로 살아간다면, 너희는 마땅히 어떤 길을 택할 것인가? 우리 영혼들이 추구할 최고의 길은 삶과 죽음의 경지를 초월한 빛의 화신이요 성인의 반열이지만, 성인의 반열에는 오르지 못하더라도 구원의 자리는 포기해선 안될 것이다."
나사소디 설법이 끝나면 나는 이런 반문을 했다.
"지구 인류들처럼 어둡고 죄악된 삶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는 영혼의 구원이란 과제가 중요할 것 같지만 샤르별처럼 밝고 선한 삶을 살아가는 신선들에게 무슨 목적의 구원이 필요할지 납득이 되어 지지 않습니다."
나사소디 산타르시안은 자상하고 온화한 표정을 잃지 않으면서도 나에게 정곡을 찌르는 반문을 던졌다.
"너는 네 자신을 얼마나 아느냐? 즉, 너는 누구냐?"
"제가 누구냐구요?"
"그래! 네가 누구냐?"
"제가 저이지 누구겠습니까?"
"네가 너이지만 네 실체를 말해 보아라."
"글쎄요."
내가 바로 대답을 하지 못하고 얼버무리자 나사소디 산타르시안은 이렇게 말했다.
"봐라. 네가 너라고 하면서 네 실체조차 자신 있게 대답을 못하지 않느냐? 자신의 실체조차 모른다면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요, 길을 가도 목적지를 찾아갈 수 없는 것이 살아 있는 영혼들의 현실이다. 즉 산다는 것은 길을 찾아가는 것이요, 길을 가는 것은 목적지를 찾아가기 위한 수단인데 자아의 실체도 모르는 존재들이 어떻게 목적지를 바르게 찾아갈 수 있겠느냐? 삶의 종착지에 도달했을 때 그곳이 어둠의 땅일지 밝은 세상일지 한 번쯤 생각해 본 경험이 있느냐?”
"그 정도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살아 있는 영혼들에게 구원이 필요하다. 구원의 실체가 다름 아닌 자아를 찾는 길이다. 자아의 실체를 바르게 찾아 자아가 설 자리를 바르게 잡아주고 자아의 갈 길을 바르게 정해주는 것이 구원의
목적이다.”
"그렇다면 제 자아의 설 자리는 어딘가요?"
"우주의 중심이다!"
"우주의 중심이 제가 서야 할 자리라구요?"
"그렇다! 네 자아가 우주의 중심에 바로 섰을 때 비로소 네 영혼의 구원은 시작된다.”
"우주의 중심은 하늘과 땅의 중심이요. 그 하늘과 땅의 중심에 서 있을 주인은 우주의 창조자이며 조물주가 아닐까요?"
"하늘과 땅과 우주는 네 자아 하나를 위해 존재한다. 네 자아가 사라지면 하늘과 땅도 사라지고, 네가 아무리 소중하게 생각했던 모든 현상도 사라지고 만다. 네가 사라지고 난 다음의 현상은 생각할 필요도 없다. 즉 네가 우주의 주인이며 중심이다. 주인이 중심에 서 있지 못하면 모든 일이 허사이다. 네가 진정으로 네 영혼의 구원을 원한다면 네가 네 스스로를 확고하게 우주의 중심에 세워라. 그러면 하늘과 땅의 모든 영화를 네가 차지하리라."
“제 자아를 우주 중심에 세우라는 뜻은 세상의 누구보다 제 자신을 가장 잘 섬기라는 뜻이 아닌가요?"
"그렇다! 네가 세상에서 가장 잘 섬겨야 할 대상이 네 자신이다. 하늘은 네가 네 자신을 섬기는 만큼만 축복을 누리게 한다. 자신을 섬기지 못한 영혼들은 끝내 밝은 세상에서 살지 못하고 어둠 속에서 방황하는 나그네 신세를 면치 못한다.”
"산타르시안께서는 참으로 이율배반적인 구원의 설법을 제게 들려주고 계시는군요."
"무엇이 이율배반적이란 말이냐?"
"샤르별의 신선들은 빛의 신 샤스미를 숭배하고 집회일마다 사원에 찾아와서 경배를 올리는데…. 자아를 세상에서 가장 잘 섬기라는 뜻은 신을 배신하라는 뜻이 아닌가요?"
"네가 네 자아를 바르게 섬기는 것이 샤스미를 바르게 섬기는 이치와 같다. 네 몸은 빛의 분신이요. 네 영혼은 영원히 빛의 주인을 모시고 사는 집과 같다. 그러므로 이제부터 너는 네 자아를 확고부동하게 우주의 중심에 세우고 네 자아를 가장 잘 섬기는 영혼이 되어라. 그러면 네 영혼이 망하지 않고 구원을 얻으리라. 네 자아를 섬기는 만큼 네 영혼은 축복을 누릴 것이니, 세상의 모든 축복된 영혼들은 스스로가 스스로를 가장 잘 섬기는 자들이요, 스스로를 위해 헌신하는 자들이란 사실을 명심해라. 내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얼마든지 시험해 보라. 다른 신은 아무리 섬겨도 보답이 없지만 네 자신은 스스로 섬기는 만큼 반드시 보답하고 그 보답은 확실하다는 사실을 명심해라."
“스스로를 섬기는 만큼 그 영혼의 축복이 임한다구요?"
"사실인지 거짓인지 지금부터 당장 네 스스로 시험해 보아라. 세상에서 존귀함을 누리는 영혼들이 누구더냐? 세상의 사랑을 온몸으로 독차지하며 살아가는 영혼들이 누구더냐? 바로 스스로를 잘 섬겨서 빛나고 아름다운 자리에 서 있는 영혼들이 아니더냐?"
"곰곰이 생각하니 틀린 말씀은 아닌 것 같아요. 스스로를 위해 헌신하는 만큼 빛나는 모습으로 살아가고 스스로를 버리고 탕진하는 만큼 그 영혼들은 초라한 삶을 면치 못한다는 사실은 진리인 것 같아요."
"그렇다! 구원의 진리가 자아이다. 세상의 어떤 진리보다 자아의 진리가 우선이다. 진리가 영혼의 바른 길이라면 그 길의 시작이 자아이며 그 길의 끝이 자아이다. 즉 진리의 시작과 끝이 자아이니 세상의 어떤 진리도 자아로부터 시작되지 않은 것은 모두 허위이다.”
“산타르시안의 말씀을 듣고 구원의 의미를 깨닫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되는 생각도 있어요."
“그 걱정의 내용을 말해 보아라."
“자아를 우주의 중심에 세우고 스스로를 숭배하고 스스로에게 헌신하는 삶을 살다보면 역설적으로 세상에서 가장 이기주의자로 돌변하여 지탄의 대상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을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거든요."
“이기주의자는 결코 자아를 잘 섬기는 자가 아니다. 자아가 우주에서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존재라면, 세상과 이웃들은 소중한 자아를 지탱해주는 울타리들이다. 자아를 소중하게 지켜주는 울타리를 업신 여기면 결국 자아도 설 자리를 잃고 만다. 그래서 자아가 소중한 만큼 세상과 이웃을 소중하게 생각하여라. 세상의 어떤 이웃도 네 자아와 분신의 관계가 아닌 대상은 없다.”
이런 대화가 끝나고 나사소디 산타르시안은 나를 데리고 복사꽃 물결이 출렁거리는 정원으로 나갔다. 복사꽃 정원의 바닥에는 보드란 풀밭이 덮여 있고 아름다운 향기를 발하는 야생화들이 무리지어 피어 있었다.
복사꽃의 향기와 야생화의 향기가 함께 뒤덮여 정원은 온통 꽃향기로 진동하고 있었다.
그 향기로운 복사꽃 정원을 거닐면서 나사소디가 또 입을 열었다. “이 복사꽃 정원의 주인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복사꽃 나무가 아닐까요?"
“그래. 반드시 그렇다고 대답은 할 수 없더라도 또 틀린 대답이라고 말할 수도 없을 것이다. 어떻든 네 말대로 복사꽃 나무가 이 정원의 주인이라면... 이 정원의 바닥에서 자라고 있는 풀과 꽃들은 어떤 역할이라고 생각하느냐?"
“복사꽃 나무의 친구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친구의 역할…. 물론 정답은 아니지만 오답도 아니다. 이 정원의 풀과 야생화들은 복사꽃의 친구이면서 또한 보호자이기도 하다. 복사꽃은 스스로의 힘으로만 크게 자라서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향기를 발하지 못하고, 풀들이 땅을 보호해서 수분을 저장하고 토양에 양분을 공급해 주어서 그 힘으로 복사꽃 나무는 잘 자랄 수 있다. 그리고 풀속을 잘 들여다 보아라. 무엇이 발견되느냐?"
“…그냥 풀밖에는.. 아무 것도 발견되지 않는데요?"
"저런... 저런! 살아서 움직이는 것이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단 말이냐? 눈을 크게 뜨고 더 자세히 살펴보아라!"
나사소디의 말을 듣고 나는 좀 더 눈을 크게 뜨고 풀 속을 들려다 보았다. 그러자 처음에 건성으로 보이던 것과는 달리 풀 속에는 숫자도 셀 수 없는 작은 벌레들이 꿈틀거리며 무언가 모르게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자신도 모르게 "보여요!" 하고 대답했다.
"아주 작은 생명체들이 꿈틀거리며 살아서 움직이는 모습들이 보여요."
"그럼 그렇지. 이제 바로 보이나 보구나. 그렇다. 네 눈에 보이는 그대로 그 셀 수 조차 없는 작은 생명체들이 풀 속과 흙 속에서 서식하며 토양을 기름지게 만들어 주고 있다. 그렇게 보이지 않는 작은 것들의 수고로 인하여 꽃들의 색은 아름다워지고 꽃들의 향기는 짙어진다. 그렇듯…. 우주의 어떤 위대한 존재들도 보이지 않는 힘들의 도움이 아니고서는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자아를 자아로서 살아가게 해 주는 주변의 작은 것 무엇 하나라도 가볍게 여기거나 업신여겨서는 안 된다. 즉 작은 이웃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작은 이웃도 분신처럼 여길 때 더욱 자아의 성숙도가 높아지고 알차게 여물어 간다는 뜻이다. 이웃을 돌아보지 않는 이기주의는 결국 자아를 망치게 하고 낮은 자리로 떨어뜨리는 어리석은 삶이란 점을 분명하게 깨닫도록 하여라. 그래야 자아를 바르게 섬기고 자아의 위치를 우주의 중심에 세울 수 있다."
"남을 섬기는 것이 곧 자아를 바르게 섬기는 행위란 뜻이군요?"“그렇다. 자아가 소중할수록 남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자아의 바른 섬김이다.”
나는 나사소디가 들려주는 자아 섬김과 자아구원의 설법을 듣고 많은 감명을 얻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샤르별에서 살아가는 200억 명의 신선들이 나사소디 산타르시안을 최고의 스승으로 섬기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나사소디 산타르시안의 설법을 들으면서 복사꽃 물결이 출렁거리는 정원 꽃길을 걸었다. 정원의 풀밭에서는 귀여운 동물들이 한가롭게 뛰어다니고 꽃그늘의 나뭇가지에서는 아름다운 새들의 재잘거리는 목소리가 쉬지 않고 들려왔다.
한가로움과 평화의 분위기가 물씬거리는 정경이 아닐 수 없었다. 평화로운 분위기는 그 정도에 그치지 않았다.
정원의 풀밭을 거닐 때 귀여운 동물들이 달려와서 다리로 기어오르기도 하고, 나뭇가지에서 재잘거리던 새들이 날아와서 어깨나 손등에 내려앉아서 재롱을 피우다 날아가기도 했다.
정원에서 살고 있는 작은 동물이나 큰 동물이나 무엇에 겁내는 모습들이 없었다. 나뭇가지에 열려 있는 열매들은 모두 짐승들의 먹이였고 동물들이 잡혀 먹히거나 고기가 되어 밥상에 오르는 모습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샤르별의 어떤 공원이나 공공장소를 찾아가도 흔하게 발견할 수 있는 평화로운 풍광의 모습이었다.
그 평화로운 분위기에 물씬 젖어 있을 때 나사소디 산타르시안이 입을 열었다.
“우리 샤르별은 빛의 나라요 평화의 지상낙원이기도 하다. 싸움이 없고 투쟁이 없는 세상이 우리 샤르별의 무릉도원이기도 하다. 아무리 복사꽃 물결이 출렁거리고 기화요초의 향기가 온 세상을 덮고 있어도 평화가 떠난 세상은 지상낙원이 아니라 황량한 세상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지구 인류들도 누구나 평화를 갈망하겠지만, 그 선물은 원한다고 얻어지는 선물이 아니다."
내가 듣고 싶던 대답이었는데 나사소디 산타르시안이 먼저 화제를 꺼내서 반가웠다.
"그렇잖아도 샤르별에서 숨 쉬고 있는 평화로운 숨결을 즐기면서 근원지를 찾고 싶었는데 그 이치를 알려 주실 수 있나요?"
“평화의 시작은 생명의 사랑이다. 생명이라고 하는 형태는 무엇이나 동일한 등급이며, 작은 생명체라고 하여 함부로 해도 되고 큰 생명체라고 하여 더 소중한 대접을 받는다면 정당한 우주의 법칙이 아니다."
"작은 벌레나 곤충의 생명체까지도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인가요?"
“그렇다. 작은 생명을 사랑하지 않는 자가 큰 생명을 사랑하는 것은 위장이다. 너는 먼저 작은 풀씨 하나 작은 벌레의 생명 하나라도 소중하게 생각하고 사랑해 보아라. 반드시 좋은 기운이 너에게 반응하여 우주의 화답을 얻으리라. 반면에 생명을 함부로 하고 힘이 없는 생명이라고 하여 무자비하게 해친다면 반드시 악한 기운이 반응하여 우주의 저주를 받게 되리라. 그러므로 나뭇가지 하나라도 함부로 꺾지 말고 풀씨 하나라도 함부로 뽑지 말며 말 못하는 생물이라고 하여 함부로 생명을 해치지 말아라. 모든 생명의 근원지는 우주이며, 우주는 모든 생명체의 모태이니 생명을 사랑하는 자는 우주의 귀한 선물을 얻으리라. 우리들 세상의 평화는 대가없이 얻어진 것이 아니니, 우리들 세상의 모든 생명체들이 동등한 대접을 받으면서 함께 어우러지고 화합하는 결과 때문이니라.”
“산타르시안님, 그러면 자아의 구원과 평화는 어떤 관계가 있지요?"“평화의 울타리보다 자아의 안위를 보호할 수 있는 확실한 장치는 없다. 전쟁과 투쟁이 자아를 위협하는 최고의 적이라면 평화야말로 자아를 가장 확실하게 보전하는 유일한 수호신이다. 그래서 자아를 사랑하는 자들의 가장 성스러운 사명이 평화인 것이다. 곧 나를 지키고자 하면 이웃을 지켜 주고 이웃을 지키는 확실한 보증수표는 남의 생명을 나의 생명처럼 지켜 주는 마음가짐인 것이다. 이처럼 평화로운 분위기가 익어가는 우리들 세상에서 네가 느낀 소감을 말해 보아라."
"느낀 점이 너무 많지만……. 지구 인류들이 살아가는 분위기와 대조되는 몇 가지를 말씀드리면..."
"그래, 어서 말해 보아라."
"어디서도 싸움소리가 들리지 않고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을 발견하지 못했으며 도둑과 사기꾼과 약탈자란 이름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우리 지구에서는 눈만 뜨고 일어나면 주변에서 이런 소식들이 들려와 마음을 어둡게 만들곤 했는데, 샤르별에서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어둠의 그늘들이거든요."
"우리 샤르별의 존재들은 특별하게 생각하지 못하는 현상을 네가 특별한 현상이라고 생각하다니 뜻밖이기는 하다만…. 어떻든 우리들 스스로 생각해도 자랑스러운 높은 이상의 세계가 펼쳐지고 그 높은 이상의 지상낙원을 가능하게 만든 이념의 뿌리가 생명의 사랑에서 비롯되니, 생명존중 사상을 마음에 잘 새겨 두었다가 지구로 돌아가서 전달해 주도록 하여라. 생명존중 사상이 지구에서 넘쳐날 때 평화의 밝은 빛이 지구의 어둠을 쫓으리라. 그 세상에서 자아 섬김의 바른 도가 정착하고 자아구원의 높은 이상을 실현할 수 있으리라.”
나사소디의 설법을 듣고 나서 다가오는 느낌인지는 몰라도 복사꽃정원의 모든 것들은 무엇도 찡그리고 있는 표정을 발견할 수 없었다. 풀잎도 웃고 있고 꽃잎도 웃고 있으며 풀 속에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벌레들조차도 웃고 떠드는 소리들이 왁자지껄하게 들리는 것 같았다.
자연의 모습들조차 서로 서로를 위해 주는 것 같은 모습에서 자아를 완전하게 보전하고 자아구원의 이상을 완성할 수 있는 우주의 참 이치를 깨닫게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정원을 거닐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꽃그늘의 풀밭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샤르비네가 어느새 학업을 마치고 찾아와서 반가운 모습을 하며 꽃그늘 사이로 달려오고 있었다.
숨 가쁠 정도로 급하게 달려온 샤르비네는 다짜고짜 내 품에 안겨들며 애교를 떨었다.
“샤르앙. 보고 싶어 혼났어요. 다섯 시간 학업을 마치는 시간이 며칠이 지나가는 시간처럼 길었어요. 저 이제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잠시만 보지 않아도 샤르앙의 얼굴이 떠오르니..."
나사소디 산타르시안이 바로 곁에서 지켜보고 있는데 샤르비네가 철부지 소녀처럼 어리광을 부리고 있으니 말리지도 못하고 민망해서 견딜 수 없었다.
나사소디는 그러한 우리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흐뭇한 표정으로 웃기만 했다.
그리고 한 마디 했다.
"원 녀석도 참.... 이 할아버지는 안중에 없나 보구나.”
그 말을 듣고 샤르비네가 그제야 정신이 드는 것처럼 나사소디에게 대례를 올리며 흐트러진 옷차림을 바르게 갖추었다.
"산타르시안님 죄송해요. 제 결례를 용서해 주세요."
나사소디는 그러한 샤르비네가 사랑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꾸했다.
“허허 녀석도 참... 물그릇을 엎어 놓고 주워 담아 보아라. 실수는 하고 나서 후회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조심해서 실수하지 않도록 노력해라. 어쨌든 난 괜찮으니 둘이서 즐거운 시간 보내도록 하렴."
이런 말을 마치고 나사소디는 어느새 구름처럼 우리들 앞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둘만 남게 된 샤르비네와 나는 복사꽃 그늘의 풀밭에서 뒹굴며 장난을 치고 놀다가 춘우셔시 하늘자동차를 타고 츠나음이 연구소의 숙소로 돌아왔다.
연구소 통로를 지나서 숙소로 올라가다가 저처를 만났고, 천상의 고운 자태가 빛나는 저처의 몸에서는 마음을 황홀하게 만드는 꽃향기가 물씬거렸다.
그 꽃향기에 유혹되듯 나는 저처와 포옹을 나누었고, 저처의 손을 잡고 숙소로 올라가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환담을 나누었다.
샤르비네와 저처는 쌍둥이처럼 닮았고 우위를 분간하지 못할 만큼 두 선녀의 미모는 빛났다.
아름다운 미모와는 달리 두 선녀는 장난기가 심했고 아무데서나 나에게 포옹을 하거나 입을 맞추는 일들은 예사였다.
한번은 샤르비네와 저처와 내가 츠나음이 연구소 공원의 풀밭에서 서로 깔깔거리며 꽃과 나비의 희롱을 연출하고 있을 때 지나가던 선녀 산타르시안이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나에게 한마디 했다. 뵤시럿이 사원의 주지를 맡고 있는 예비 여신이기도 했다. 나는 자주 그 사원의 종교행사에 참석했던 터라 구면이 있는 사이였다.
"어이구 저걸 어쩌나.... 그 씨앗이 어디 갈꼬.... 전생에 풍류신선으로 떠돌며 선녀들의 치마폭에 묻혀서 살더니 환생하고도 그 버릇은 고치지 못하니 어쩌나. 너희들 모두가 그 신선에 그 선녀들이니 누가 말려서 무엇하랴. 하기야 꽃향기를 맡고도 날아들지 못한 나비가 나비일까 보냐? 아무튼 보기는 좋으니 마음껏 신선놀음을 즐기도록 해라. 그래 그래, 맞아. 그 씨앗이 그 싹이지. 호호호호.... 호호호호...."
우리들은 엉겁결에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서 대례를 올렸는데 그렇든 말든 선녀 산타르시안은 손을 내저으며 어서 하던 장난 계속하라는 시늉을 하고 풀밭 위를 미끄러져 가듯 벌써 저 멀리 사라지고 있었다.
이렇듯 샤르비네와 저처와 나는 셋이서 분신처럼 지냈다. 그녀들로 인하여 나의 평화로움이 존재하고 나의 존재로 인하여 그녀들의 기쁨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날이 갈수록 깨달을 수 있었다.
서로의 아픔은 서로의 상처가 되고 서로의 기쁨은 서로의 행복이 되는 분신의 관계... 그 분신의 관계가 늘어날수록 자아보전은 확실해지고 자아의 보전이 확실해질수록 자아구원의 보증수표는 이미 확보한 것이라는 신념을 터득할 수 있었다.
나의 모든 이웃들이 분신의 관계로 맺어질 때 진정코 그 세상에는 평화의 밝은 빛이 찾아오고 평화의 빛이 가득한 곳에 모든 자아들은 구원의 축복을 얻게 되리라.
4차원 문명세계의 메세지 5 <샤르별의 자연, 문명과 신선 인류들> - 박천수著
첫댓글 감사합니다. 어디까지가 문명이고 비문명인지 헷갈립니다.자본주의는 돈이 최고죠, 나본주의는 자아가 최고이구요. 나를 비우고 낮추라는건 상대가 있어서가 아닐까요~~
네 맞습니다 지구도 서로 분신의 관계처럼 모두 하나가 되는 세상으로 만들어가야 됩니다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평범한진리만한 고차진리는 없는듯~
네 맞습니다 ^^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