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7 화
그녀의 입술은 따듯했다. 그는 제인이 놀라 움찔하는 것을 느꼈지만 입술을 떼지 않았다. 귀엽게 투정부리며 눈을 감은 채 누워있는 그녀의 모습에 한빈은 자제력을 잃었다. 정신을 차렸을 땐 그는 허리를 구부린 채 그녀에게 입을 맞추고 있었고, 한 손은 어느새 그녀의 뺨을 어루어 만지고 있었다.
“아...”
제인의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흘리며 입술을 벌렸다. 이내 한빈의 혓바닥이 그녀의 혓바닥과 맞닿았다. 그는 이것이 제인의 첫 키스라는 것을 알았다. 그녀의 첫 키스가 자신이라는 사실이 그는 만족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뻣뻣하게 있는 제인의 혓바닥을 자신의 혓바닥으로 살살 달랬다. 점점 더 진해지는 키스에 그는 자신이 흥분 해 가고 있다는 것 을 알았다. 여기서 멈춰야 했다.
입술을 뗀 한빈은 눈을 떴다.
“제인아.”
그녀가 멍한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 보고 있었다. 그 모습 조차 사랑스러웠다. 그는 한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도 너가 대학생도 되고 빨리 컸으면 좋겠다.”
“…”
“기숙사 가지마. 맨날 학교 데려다 주고 데리러 갈게. 어차피 너 방도 있으니까. 이제 여기서 지내.”
“…”
한빈의 갑작스런 말에 제인은 또 한번 놀랐다.
“이제 또 갑자기 너 없어 질까 봐 불안해 하기 싫어. 그냥 내 옆에서 지내.”
그녀는 그런 그의 말이 이해가 갔다. 자신도 똑같았다. 다시 또 낯선 곳으로 혼자 떨어지게 될까봐 두려웠다. 한빈을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항상 불면증에 시달렸다. 불을 끄고 침대에 누우면 잊을 수 없는 그날 엄마가 아빠에게 소리지르며 했던 얘기가 떠올랐다.
“너가 다른 남자 얘기 하는 것도 사실 마음에 안 들어. 어렸을 땐 오빠 밖에 모르던 애가…”
제인은 여전히 대답이 없었지만 한빈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 갔다.
“…좋아한다. 어렸을 때 도 지금도 난 변함없어.”
“…”
“너 그렇게 말도 없이 사라지고 매일 걱정했어. 맨날 오던 애가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안 오길래 아저씨께 여쭤봤더니 널 시애틀로 보내셨대.”
“…”
“아무래도 내가 진짜 찾아갈 줄 모르셔서 시애틀이라고 얼버무리 신 것 같아. 그 얘기 듣자마자 유학 보내 달라해서 왔어.”
제인한테 처음 해주는 얘기 였다.
“비록 널 찾는데는 오래 걸렸지만, 계속 너만 찾았어. 처음에는 그냥 친동생 같던 애가 없어져서 그렇게 한거라고 생각 했는데.”
“…”
“…그게 아니였어.”
“…”
“…나한테 너 그냥 친동생 같은 동생이 아니라, 여자야.”
그녀를 다시 만났을 때 자신보고 언제부터 미국에 있었냐고 여러번 물었지만 제대로 대답해 주지 않았다. 그때는 그녀 때문에 미국까지 왔다는 것을 알게 되면 부담스러워 할 것 같아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제인이 다른 남자 얘기를 꺼냈을 때부터 그는 그의 마음을 확실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다른 사람은 허락할 수 없었다. 오직 자신만 제인 옆에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자신 옆에 제인이 아닌 다른 사람은 상상해 본 적도 없었다.
긴 침묵 끝에 제인이 말을 꺼냈다.
“오빠… 오빠도 알잖아.”
“…”
“나 좋아하는게 뭔지 잘 몰라.”
“…”
“…사랑하는건 더 모르고…”
“…”
“그렇게 자라온거 오빠가 제일 잘 알잖아.”
“…”
“그런 감정 느껴본 적도 없고… 느껴봤었어도 이게 좋아하는 감정인 건지. 사랑하는 감정인 건지… 잘 몰라.”
“…알아. 널 제일 잘 아는 사람이 난데, 모를리가 없잖아.”
“근데 왜 그런 사람을 좋아한다 해.”
“…알려줄게.”
“…”
“…어떤 감정이 좋아하는 감정이고 사랑하는 감정인지.”
그들은 여전히 서로를 마주 본 채 였다. 그녀는 선 뜻 뭐라고 대답 해야할지 알 수 없었다. 제인은 부모님한테 사랑한다는 소리 한 번 듣지 못한 채 자라왔다. 사랑 받는다는게 무슨 기분인지, 또 사랑은 어떻게 하는 건지, 그녀는 하나도 알지 못했다. 영화나 드라마, 그리고 소설을 읽으며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지 배웠왔다. 하지만 그게 어떤 느낌인지 제인은 알 수가 없었다.
“놀래켜서 미안.”
한빈이 몸을 일으켜 앉으며 말했다. 괜찮았다. 어차피 무엇을 바라고 한 행동이 아니였다. 사랑스러운 그녀의 모습에 그의 몸이 먼저 반응해 키스해 버린 것이였을 뿐 이였다. 하지만 그는 그 어느 때 보다 진심 이였다. 어리다면 어린 나이에 갑자기 사라진 제인을 찾겠다고 먼 미국까지 혼자 왔을 때부터 자신은 제인을 더 이상 친동생처럼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그에게 제인은 그저 어렸을 때 같이 인형놀이 하며 놀아주던 친동생 같은 앞집 동생이 아니였다. 제인을 찾으러 혼자 이 곳까지 왔을 때부터. 그에게 제인은 여자였다.
제인도 한빈을 따라 일어나 옆에 앉았다. 그녀가 고개를 숙이자 머리카락이 얼굴을 가렸다. 한빈은 그 모습에 또 한번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적어도 자신 눈에만큼은 뭘 하든 사랑스러웠다. 그는 그녀를 살살 당겨 자신의 품 안에 안았다. 작은 어깨가 품 안에 쏙 들어오는 기분이 좋았다.
“그냥 이대로…”
“…”
“그냥 이대로만 지내도 난 좋아. 항상 그랬듯이 무슨일이 있든 없든 내 옆 있어.”
“…”
“…그러면 돼. 여탯까지 지내온 것처럼만 지내면 돼, 제인아.”
제인은 여전히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는 그녀를 자신의 품에서 살짝 떼어냈다.
“공부 도와준다고 와놓고, 방해만 했네.”
“…아니야.”
“나가 있을게. 공부해. 공부하다 모르는거 있으면 물어보고.”
한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것도 모르는 제인에게 오늘은 이만하면 충분했다.
“…오빠.”
그가 막 방문을 열려고 할 때 였다.
“응?”
“…나도 똑같았어…”
제인은 고개를 들어 한빈의 두 눈을 바라 보았다.
“그렇게 미국으로 버려지고 태어나 처음 와본 곳에 혼자 덩그라니 남겨졌는데…”
“…”
“…날 이런 곳에 버린 엄마 아빠 생각 보다 오빠 생각이 더 많이 났어…”
그녀의 말에 한빈의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오빠한테 말 할 수 있었는데… 말하고 올걸. 후회했어.”
“…”
“…오빠라면… 날 이렇게 혼자 두지 않을 텐데…”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내리기 시작했다.
“혼자서 지내니까 그 동안 오빠가 날 얼마나 챙겨줘 왔었는지 알겠어서… 그래서 더 생각났어.”
“…”
“…그땐 너무 어려서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지겠지 라는 생각 조차 하지 못했어. 그래서 그냥 생각나면 생각 나는 대로 내버려 뒀어.”
“…”
“엄마가 소리지르며 했던 말이 자꾸 생각나서 매일 같이 잠을 설쳤는데. 오빠 만나고 나니까 신기하게… 괜찮아 지더라.”
소리 없는 잔잔한 흐느낌 이였다. 그 모습에 한빈의 가슴이 아려왔다. 차라리 그녀가 소리 내어 큰 소리로 울었으면 했다.
“그냥… 난 이랬어…”
“…”
“…오빠랑 똑 같은 마음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어.”
“…”
“…근데 난 이랬어 오빠.”
한빈은 침대에 앉아있는 그녀의 앞으로 가 그녀의 눈높이에 맞춰 쭈그려 앉았다. 그리고 양 손으로 조심스레 그녀의 눈물을 닦아냈다.
“울지마.”
그가 말했다. 제인의 얼굴에서 눈물이 흘러 내리고 있었다.
“말했잖아. 너 그나마 봐줄만한게 눈 이라고. 더 못생겨지면 진짜 나 말고 너 데려갈 사람 없다.”
그의 말에 제인이 피식 웃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제인아.”
“…”
“…너한테나, 나한테나. 이 정도면 충분해.”
그는 다시 제인을 안았다. 오늘은 정말 이 정도면 충분했다.
어게인 (Again): 또 다시
평상시 보다 한 시간 일찍 일어나 제인을 학교에 데려다 주었다. 어젯 밤 제인의 옆에서 공부하는 것을 도와주다 보니 새벽 두시가 되서야 잠들었다. 오늘 아침에 두통약을 찾지 않는 그녀의 모습에 내심 기분이 좋았다. 다행이도 잠을 푹 잔 모양 이였다. 그녀의 모습에 홀려 어젯 밤 제인에게 반 충동적으로 자신의 진심을 털어 놓았다. 제인이 그런 감정들이 무슨 느낌인지 모른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했다. 하지만 자신 있었다. 어떤 감정이 사랑하는 감정이고 어떤 느낌이 사랑 받는 느낌인지 제인에게 알려 주고 싶었다.
아침 일찍 한빈의 차를 타고 학교로 가는 내내 제인은 그와 나눴던 첫 키스가 떠올랐다. 키스를 처음 해본 자신에게 ‘나눴다’ 라는 표현은 좀 웃겨 보였지만 남자와 입술을 맞대고 심지어 혓바닥까지 닿아 본적은 처음 이였다. 자신보다 3살 많긴 하지만 자신만큼 어렸던 한빈이 그녀를 찾으러 혼자 미국에 왔었다는 것을 듣고 순간 누군가 한테 머리를 한대 세게 맞은 기분 이였다. 한빈이 자신을 찾을 것 이라는 것은 짐작했지만, 자신이 사라지자마자 거의 바로. 그것도 혼자 미국까지 찾으러 왔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유학 온 거라 해서 정말로 공부하러만 온 줄로 알았다.
한빈의 고백에 제인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항상 부모님 대신에 자신의 옆에서 지켜 봐 와 주던 그의 갑작스러운 부재는 그를 다시 만날 수 있었을 때까지도 적응되지 않았었다. 부모님에 대한 미움과 슬픔 보다도 한빈에게 말하고 오지 않았던 것을 후회했던 적이 더 많았다. 그에게 연락하고 싶어도 연락 할 수 없었다. 전화번호라도 외워 둘걸, 매일 밤 후회했다.
어제 한빈의 고백이 없었다면 그녀는 그저 보고 싶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을 드디어 다시 만나서 그런 거 라고 생각 했을 것 이다. 하지만, 만약 그게 아니라면. 한빈이 미국까지 와 매일매일 그녀를 찾은 것처럼, 자신도 한빈을 좋아해 매일매일 생각했던 것 이라면…
생각에 잠긴 제인이 주의해서 앞을 보지 않은 탓 이였다. 코너를 돌자마자 갑자기 사람이 튀어나와 제인도 상대방도 놀랐다.
“꺅! 깜짝이야!”
“아, 죄송합…”
“…제인아?”
이현 이였다.
“어… 안녕하세요.”
제인이 꾸벅 인사했다.
“일찍 왔네.”
이현이 방긋 웃으며 제인에게 인사했다.
“네…. 오빠가 데려다 줘서요.”
“오빠?”
이현은 어제 제인이 안겨있었던 남자를 떠올렸다.
“…네.”
제인은 이현과 길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와 정연이 어떤 사이인지 듣고 나서인지 이현에게서 그가 겹쳐 보였다.
“그럼 저 이만 가볼게요.”
제인은 다시 꾸벅 인사를 하고 발걸음을 뗐다.
“저, 제인아!”
이현이 머뭇거리며 자신을 불렀다. 제인은 가던 길을 멈추고 몸을 돌려 이현을 보았다.
“할말 있어. 잠깐 시간 내줄 수 있어?
왠지 무슨 말 할지 알 것 만 같았다. 이현과 별로 얘기 하고 싶지 않았지만, 제인은 이미 이현을 따라가고 있었다.
“갑자기 불러서 미안.”
“…아니예요. 어차피 수업 시작 할려면 꽤 남아서.”
이현이 입을 떼자마자 그녀는 괜히 따라 왔다고 생각했다. 분명 그 사람 얘기 일 것 이다.
“제인아. 혹시…”
“…”
“…연이 한테 연락 안왔어?”
역시나 였다. 이현 입에서 나올 얘기는 그 사람 얘기 밖에 없었다. 제인은 순간 오늘 그와 점심시간에 만나기로 했단 사실을 떠 올렸다.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문자가 오긴 했어요.”
“…그래?”
이런 상황이 싫었다. 별 다른 얘기 할 건덕지도 없는 사람 때문에 이런 불편한 상황을 겪어야 하는게 슬슬 짜증나기 시작했다.
“연이는 안돼.”
무슨 얘기인지 제인은 알아 들을 수 가 없었다.
“…네?”
“나 연이 없음 안돼 제인아.”
“…”
“…그러니까 걔가 너한테 뭐라고 하든 무시해줘. 부탁이야.”
제인이 들은 얘기와는 달랐다. 젠느 말로는 분명 정연이 이현을 좋아해서 쫓아 다녔다고 했다.
“나 정연 안지 1년도 넘었어.”
“…”
“…한번도 내 앞에서 여자 이름 꺼낸 적 없던 애가. 너 이름 꺼내더라…”
제인은 순간 덜컹 했다.
이현 앞에서 내 이름을 꺼냈다고…? 대체 왜…
“걔는 내 말 안 들으니까. 너가 나한테 약속해줘.”
“…”
“…정연이 뭐라하든 신경 쓰지 않겠다고.”
이현을 위해서가 아니였다.
“…아무 사이도 아니예요. 연락이 왔었긴 한데… 언니가 걱정하실 만한 얘기도 아니였고, 답장도 안했어요.”
“…”
“이렇게 걱정하시는 거 쓸데없는 짓이니까 안 하셔도 돼요.”
이렇게 얘기 해 주는 건 절대 이현을 위해서가 아니였다. 그냥 그날 마주친 그의 눈빛이…
“가볼게요. 근데 이런 얘기 하는 일 이제 없었으면 좋겠어요. 언니랑 저, 그 정도로 가까운 사이 아니잖아요.”
그날 마주친 눈빛이 거슬려서… 그래서 이러는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따 점심시간에 나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할 필요도 없어졌다. 나가지 않아야 할 뚜렷한 구실이 생겼다. 신경쓰이는 일 에서 벗어 날 수 있어서 좋았다. 분명 좋아야 했다. 하지만 사실… 생각보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곧 중간고사라 집중해서 수업을 들었더니 오전 수업시간이 벌써 다 지나가 있었다. 같은 수업을 들은 젠느가 배고프다며 징징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제인은 오늘 카페테리아에 가지 않을 생각이였다. 혹시라도 가다가 저번처럼 마주치기라도 한다면 그때는 그 상황에서 빠져 나올 수 조차 없을 것 같았다.
“나 오늘 카페테리아 안 갈래.”
“어? 왜?”
“배 안고파. 너네끼리 먹고와.”
제인이 가방을 챙기며 말했다.
“너 배고프다며. 어서 점심 먹으러 가.”
하지만 젠느가 그녀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
“제인. 그럼 오늘 밖에서 먹을까? 학교 서문 맞은편에 한식집 생긴 것 같던데. 진짜 오랜만에 한식 먹을까?
“…오랜만에?”
“응!”
“…정말 너만큼 한식 좋아하는 외국인은 없을거야 젠느… 그저께 집에서 해먹는다고 나한테 순두부 찌개 레시피 물어보지 않았어?”
“…음... 얼큰한게 나랑 의외로 잘 맞더라구. 하하. 가자~ 제인.”
제인은 장난스레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젠느를 따라 나섰다. 어차피 서문 쪽으로 간다면 그를 마주칠 일은 없을 것 이다. 카페테리아 가는 방향이랑 완전 반대 방향이니 설사 우연히라도 가는길에 마주칠 수가 없었다. 혹시라도 같은 빌딩에서 수업 했을 까봐 그녀는 발걸음을 빨리 했다. 건물 밖으로 나가서 오른쪽으로 꺾어 쭉 가기만 하면 됐다. 그녀는 천천히 걷는 젠느를 끌고 계단을 따라 일층으로 갔다. 혹시 몰라 양 쪽을 조심스레 살핀 뒤 직진 해 빌딩 밖으로 나왔다. 이제 여기서 오른 쪽으로 돌아 쭉 걸어 가기만 하면 됐다.
“거기 카페테리아 가는 길 아닌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낯선 목소리에 그녀는 멈칫 했다.
“제인? 왜 그래?”
젠느가 물었지만 제인은 그녀의 말에 신경 쓸 수가 없었다. 처음 듣는 목소리 였지만 단박에 누군지알 수 있었다. 여기서 뒤 돌아 보지만 않으면 된다. 못 들은 척 하고 가면 된다. 제인은 다시 젠느의 팔을 잡고 걸었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꺾기만 하면-
“못 들은 척 엄청 잘하네. 유제인.”
그가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