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작하는 글)
가을빛이 저만치 기울자 나뭇가지의 길이도 덩달아 늘어진다.
우리네 어르신들은 이 가을에, 또는 찬서리 날리는 겨울이 다가오면
왜 그런 눈물을 헤프게 쓰고 말았을까?
육순도 중반에 접어든 지금,
차마 말로는 못하지만 느낌 정도는 알 수 있겠다.
소개하는 글은 동진(東晉)시대의 전원시인인 도연명(陶淵明 365 -- 427 )의 작품
"귀거래사"올씨다.
갈수록 익어가는 가을의 음풍속에 한 번쯤 음미하는 시간이 되었음 좋겠습니다.
모자란 솜씨지만 1편에 이어 2편까지 감상하시면
더욱 고맙겠습니다. ~~~~
[귀거래사]
돌아가자 (歸去來兮)
논과 밭이 거친데
내 어찌 돌아가지 않으리 ( 田園將蕪胡不歸 )
이미 마음은 몸이 이끄는 대로
가고 있으니 ( 旣自以身爲形役 )
어찌 홀로 근심하고
슬퍼할 것이 있으랴 ( 奚惆悵而獨悲悟 )
이제
지난 날은 어쩔 수 없으나
앞날은 쫒을 수 있으리 ( 已往之不諫 知來者之可追 )
길을 잘못들어 어긋났으나 그리 멀어진 것은 아니니 (寔迷途其未遠)
어제 까지는 잘못 됐으나 앞으로는 옳을 것이다 (覺今是而昨非)
배가 흔들거리며 앞으로 나아가니 (舟遙`遙以輕颺)
바람은 나부껴 옷깃을 스치네 (風飄飄而吹衣)
나그네에게 앞길을 물어갔더니 (問征夫以前路)
희미한 새벽빛이 한스러워라 (恨晨光之晞微)
마침내 멀리 내 집의 처마가 바라다 보이니,
마음이 들떠서 바쁜 걸음이 총총...... (乃瞻衡宇 載欣載奔)
하인이 반가히 마중을 나오고
어린 아들놈이 문가에서 서성이누나 (僮僕歡迎 稚子候門)
정원의 작은 길엔 잡초가 우거져서
솔이며 국화는 그대로 남아있구나 (三逕就荒 松菊猶存僮)
어린 애를 이끌고 방으로 들어서니
동이가득 술이 차있네 (携幼入室 有酒盈罇)
술동이와 잔을 당겨 자작하다가
정원에 서있는 나무를 물끄러미 응시하고 있다
(引壺觴以自酌 眄庭柯以怡顔)
남향을 향한 창에 멋대로 기대어 앉아보니,
무릎 하나 들일 만한 방이지만 편하기만 하구나
(倚南窓以寄傲 審容膝之易安)
정원은 날마다 거닐어도 아취가 넘치고 (園日涉以成趣)
문은 달았지만, 닫힌 채 그대로다 (門雖設以常關)
지팡이에 늙은 몸을 기대어 마음대로 쉬기도 하고 (策扶老以流憩)
때로는 머리를 들어 자연스레 사방을 둘러도 본다 (時矯首而遐觀)
구름은 산골짜기를 돌아나오고 (雲無心以出岫)
날다가 지친 새는 돌아올 줄 아는구나 (鳥倦飛而知還)
해는 어둑어둑 서쪽으로 기우는 가운데 ( 景翳翳以將入 )
외로운 소나무를 어루만지며
주위를 맴돌고 있다 ( 撫孤松而盤桓 )
돌아왔다네 ! (歸去來兮)
그래서 바라는 바 사귐도, 어울려 노는 것도 멈추기를 ....... (請息交以絶游)
세상과 나,서로 어긋나니 (世與我而相遺)
다시 수레에 올라 무었을 구할수 있을꺼나 ? (復駕言兮焉求)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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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귀거래사에 얽혀 있는 인생사를 이렇게 붓으로 표현해 주시니
오늘 하루는 문인 야정님이 되셨네요. ^^
멋진 작품 즐거운 마음으로 감상하면서
기분 좋게 출발하는 하루가 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