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이사철이다. 계약이 만료된 세입자는 주인과 계약을 갱신하거나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 한다. 부산은 전셋값이 크게 오르지 않아 다행이다. 올들어 지난달 말 현재 전국의 주택 전세가는 3% 상승했으나 부산은 0.6%, 울산 1.6% 상승에 그쳤다. 지난달 월세 가격의 경우 울산은 보합세이고, 부산은 오히려 0.2% 하락했다. 아파트 월세가 주택 전체보다 하락률이 높다. 부산의 지난달 아파트 월세는 전월보다 0.3%, 울산이 0.1% 하락했다. 부산의 주택 월세는 지난 2월부터 하락세다.
무주택 서민은 주택기금과 은행의 '목돈 안드는 전세'를 이용하면 저금리에 전세보증금을 마련할 수 있다. 주택기금은 부부 합산 연소득 5000만 원 이하 가구가 대상이다. 주택기금은 올해 수도권 최대 1억 원, 지방 8000만 원으로 상한이 확대됐다. 올들어 지난달 말까지 주택기금을 통해 전세자금을 지원 받은 가구는 총 11만137호로, 금액으로는 4조7516억 원에 달한다.
목돈 안드는 전세는 5000만~6000만 원 가구가 대상이다. 목돈 안드는 전세에는 임차보증금 청구권을 넘겨받은 금융기관에 우선변제권을 부여하는 행복전세와 세입자가 대출 이자를 납부하는 조건으로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대출받는 드림전세가 있다.
행복전세는 제도 시행 첫날인 지난 8월 23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총 153건에 89억 원을 대출했다. 지난달 30일 출시된 드림전세는 자기 명의로 대출을 꺼리는 집주인 때문에 아직 실적이 없다. 드림전세에 참여한 집주인은 세제 지원과 중개수수료 절감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전세금 소득세를 면제하고, 이자 납입액의 40%를 소득공제하며, 재산세와 종부세를 감면한다.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는 데 소요되는 중개수수료(전세금의 0.3~0.6%)와 시간 노력비용 등을 절감할 수 있다.
집주인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불안을 해소하려고 지난 8월 28일부터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제를 시행 중이다. 임대인이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으면 대한주택보증이 대신 상환하는 방식이다.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은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총 410건을 발급했다. 이달 들어 보증 발급 대상을 확대하고, 보증 방식을 집주인 동의에서 통지로 바꾸면서 실적이 증가하고 있다.
셋방살이를 하려면 주의할 게 몇 가지 있다. 요즘 월세가 많기 때문에 세입자는 먼저 월세가 나을지 전세가 나을지를 결정해야 한다. 주거 이동이 많거나 혼자 사는 싱글족이라면 월세를 얻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 6개월~1년 단기간 거주할 수 있는 전셋집을 구하기 쉽지 않은 데다 최근 공급되고 있는 도시형생활주택의 경우 세탁기 냉장고 등 기본적인 살림살이가 잘 구비돼 있다. 이사 비용은 물론 생활가전 구입에 따른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
주인의 대출이 많은 집은 임차를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집값이 떨어지거나 나중에 집주인의 경제 여건이 나빠져 경매로 넘어가면 보증금을 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꼭 계약을 해야 한다면 근저당채권액과 전세금을 포함한 가액이 60~70% 이하인 주택을 구하는 것이 안전하다.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이 지나치게 높은 집도 조심해야 한다. 집값이 떨어지면 보증금 반환을 받기 어렵다.
선순위 저당권이 없다면 굳이 비용이 들고 집주인 동의가 필요한 전세권 설정 등기를 할 필요가 없다. 전입신고와 함께 확정일자를 받게 되면 그 다음 날부터 대항력이 생긴다.
한편 저금리 기조 영향으로 전세가 비율이 67% 이상인 주택은 임차보다 구입 가치가 더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강승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대출금리 4%, 수신 금리 3% 수준에서 전세가 비율이 67% 이상이고, 월세전환율이 6.5%인 주택은 주택구입 가치가 임대가치보다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