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술붕어입니다.
서울 강북경찰서 소속 고성주 순경이 비번 날
안산 본가에 갔다가
버려진 매트리스 틈새에 지폐가 보이는 것을 발견하고
주인을 찾아 주었다는 기사를 보고
떠오르는 추억이 있습니다.
저는 경찰을 3년 하고 그만 두었는데
이리경찰서 오산 지서 시절
어느 날 밤 사건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이리 우시장에서 소 판돈 300만원을 가지고
혹여 강도를 만나거나 잃어 버릴까봐 술도 참고
동내 어귀 주막집에 도착하여 이제는 안심이다 하고
막걸리를 마시다가 시비가 붙어 멱살잡이를 하는 과정에서
돈이 없어졌다는 사건이었습니다.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경찰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2등) 졸업한 나였지만
어떻게 처리를 해야 할지 난감했습니다.
폭행죄로 처리 하자니 멱살잡이만 했을 뿐이고
절도죄로 처리 하자니 증거물인 돈이 온데 간데가 없고
“ 아이쿠! 머리 아파! ”
“ 왜 법규대로 죄를 짓지 않고 이리 복잡하게 죄를 짓는 거야? ”
지서 안에서 계속 싸웠습니다.
" 니가 내 돈 가져갔지? "
" 내가 언제 니 돈 가져갔냐? 난 그 돈 보지도 못했다. "
" 순경 아저씨 내 돈 찾아 주세요, “
“ 저 그 돈 못 찾으면 목 메달아 죽어야 해요. "
스벌! 난들 해결 할 수가 있나?
돈의 행방이 묘연한데.
이건 솔로몬 왕이나 포청천이 와도 어림없습니다.
아무튼 사건 현장에 한번 가보기로 했습니다.
경찰학교에서 배운 금언(金言)으로
“ 사건현장에 사건 열쇄 있다 ”
툴! 툴! 툴!
지서에 있는 50cc 짜리 고물 오토바이 가는 소리입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사건 현장에 가서 주모에게 물었습니다.
" 아줌마 그 사람들 싸우는 것 보았어요? "
“ 멱살 잡고 잠깐 밖에 나갔다 오고 목소리만 컸지 별거 아니었어! "
" 혹시 돈 같은 것 보셨어요? "
돈 이야기는 전혀 없었고 보지도 못했다고 했습니다.
사건 해결에 도움을 받을 만한 단서도 없고
지서로 돌아오려고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고 방향을 트는데
라이트 불빛에 뭔가 하얀 물체가 어른거렸습니다.
" 뭘까 "
세상에! 돈봉투였습니다.
아무리 시골이라고는 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에
300만원이란 거금이 든 돈 봉투가
몇 시간 째 놓여 있었던 것입니다.
순간 마음속에 갈등이 생겼습니다.
내가 돈 주운 걸 본 놈도 없고 지들끼리 싸우다 말거고
이걸 먹어 말어?
당시 순경 월급이 10만원도 채 안 되었는데
300만원이면 얼마나 큰 돈입니까?
내가 먹어 버리면 돈 잃어버린 놈은 목매달아 죽을지도 모르는데
내가 죄책감에 편히 살 수 있을까?
그때 내 나이 24살,
아무리 가난하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정의감이 불타는 청춘으로
돈 몇 푼에 내 양심을 팔 수는 없었습니다.
스벌 놈!
거금 찾아 줬는데 술 한 잔 안 사고 그냥 가데요.
지금 같았으면 아마 꿀꺽 했을 겁니다.
첫댓글 ㅎㅎㅎ
대단하십니다.
견물생심은 인간의 욕구중 기본이데 그걸 참고 주인에게 건네준 혈기왕성 하였지만 정의감에 불탔던 당시의 술붕어님을 떠오르게 합니다.
그나저나 술 좋아했던 술붕어님 한테 껄리라도
한잔사셨음 더 좋았을 것을요ㆍㆍㅎ
늘 빠지지않고 나오는 이야깃 거리 참으로 글솜씨 좋으십니다ㆍ
응원의 박수 보내드립니다.
늘 건강하세요^♡^
그러게요
막걸리 한병이면 될 텐데
너무 인색한 사람 같았습니다
사실 바라지도 않았지만
즐거운 하루 되세요
그돈은 아마도 그사람에게는 목숨과도
바꿀 소중한돈이니 축내어서는
안될거였겠죠
나중에라도 술한잔 대접해 드렸다면
얼마나 좋아쓸까요👌
맞습니다
그 분에게는 목숨보다 더 귀한 돈 이었죠
돈을찾아 해결을했으니 다행입니다만... 그당시는 김영란법도없고 인정많은 시절인데 막거리한병이 뭐라고ㅋㅋ
그때의 선행이 언젠가는 빛을보겠죠. 즐건하루되세요
ㅎㅎ
맞습니다
막걸리 몇 병이면 족한데
저도 지갑을 잃어버린 경험이 있는데 현금도 좀 되었지만 신분증이라도 돌려 받기를 원했지만 허사였습니다.
신분증이나 신용카드 재발급 과정이 좀 귀찮아야죠.
그럼요
지갑 잊어버리면 낭패죠
각종 신분증 카드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