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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팬서'가 마블 최초의 아카데미 수상작이 될 것이다
마블 스튜디오 영화가 좋은 비평을 받고, 선전하는 것은 이제 놀랄 일도 아니다. 하지만 마블의 최신작 [블랙 팬서]는 여태까지 성과 이상의 것을 보여줄 전망이다. 라이언 쿠글러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의 초기 반응은 환상적이며, 박스오피스 예측치도 하늘 높이 치솟았다. 무엇보다 지난 10년간 마블 스튜디오를 이리저리 피해 다녔던 아카데미 트로피를 이 영화가 최초로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수상이 유력한 부문은 마블이 여태까지 후보조차 오르지 못했던 ‘의상상’이다. 아카데미 의상상은 주로 특정 시대 배경의 예쁜 옷들이 나오는 영화가 가져가기 때문에 슈퍼히어로 의상과 현대적 배경의 조합은 아카데미의 인정을 받지 못해왔다. 하지만 루스 E. 카터의 손에서 탄생한 [블랙 팬서]의 휘황찬란한 의상은 무시하기 어려울 정도로 훌륭하다. 여전사들로만 구성된 도라 밀라제의 장엄하고 위엄 있는 제복부터 루피타 뇽오의 ‘나키아’가 입은 끝내주는 의상과 안젤라 베셋의 오만함을 보여주는 모자까지. 카터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의상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카터는 [아미스타드]와 [말콤 X]로 두 번이나 의상상 후보로 오른 장인이다. [블랙 팬서]는 이번 연말 의상상 부문에서 [메리 포핀스 리턴즈], [메리 퀸 오브 스코츠], [신비한 동물사전] 속편과 경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로 [신비한 동물사전]은 재작년 아카데미 의상상을 가져간 막강 예상 라이벌이다. 하지만 다른 작품들은 카터가 만든 것 이상의 성과물을 낼 수는 없을 것이다. 블랙 팬서는 정말 카터의 의상이 다했다. 의상상 외에 블랙 팬서가 후보로 오를 만한 부문은 무엇이 있을까? 먼저 분장상에는 후보로 오를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이 부문은 대체로 변화가 화려하거나 나이가 확 들어 보이는 영화에 호의적이다. [머드바운드]로 올해 아카데미 촬영상 부문에 여성 최초로 이름을 올린 레이첼 모리슨이 이 영화에 촬영 감독으로 참여했다. 모리슨은 정말 침착한 톤으로 영화를 훌륭히 완성했기 때문에 촬영상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작품상에 오를 수 있을지가 가장 궁금하다. 일단 쿠글러의 [블랙 팬서]는 박스오피스에서 흥행하고 좋은 입소문이 퍼질 것이다. 하지만 같은 절차를 밟은 [원더 우먼]이나 [데드풀] 같은 영화가 그랬듯, 아카데미 진입에 실패할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마블은 [어벤져스]나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가 후보로 올랐을 때도 전면적인 홍보 활동은 거의 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에릭 킬몽거를 연기한 마이클 B. 조던의 남우조연상도 노려볼만하다고 생각한다. 분노와 갈망으로 가득한 에릭 킬몽거는 눈을 떼기 힘든 악역으로 그의 서사는 인종과 불공정이라는 현실 세계에 근간을 둔다. 그에게 트로피를 안겨주는 것은 [블랙 팬서]에 대한 실존적인 인정인 동시에 전도 유망한 배우에 대한 격려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루스 E. 카터는 아카데미 트로피를 가져갈 자격이 충분하지만, 올 한해 동안 계속 등장할 [블랙 팬서]의 ‘불쌍한’ 라이벌 영화에도 일말의 관심은 주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