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허위공문서 작성 교사 등 혐의 적용 장성군 "원상회복 절차 협의 중 형사 고소…법적 대응 불가피 유감"
군청 소속 계약직 공무원에게 신축 집을 지자체 상징색으로 바꿀 것을 요구해 논란을 빚은 전남 장성군수가 시사저널 보도 이후 결국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시사저널 2020년 8월27일 단독 보도 「"지붕 노랗게 칠해라"…장성군수, 공무원에 '갑질' 논란」, 8월31일 「"굴복시키든지 당하든지 하라"…장성군수, 공무원에 갑질 논란」, 9월3일 「"신청도 안 했는데" 보조금 받으라는 장성군」, 9월8일 「국가인권위, '장성군수 갑질' 의혹 조사 착수」 등 기사 참조)
전남 장성경찰이 유두석 장성군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계약직 공무원 등의 주택 지붕 색상을 바꾸도록 강요한 혐의 등으로 고소장이 접수됐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1일 본지 기자에게 "고소장이 접수돼 수사를 진행 중이다"며 "이번 수사는 인권위 결정과는 별개 사안으로 현재 유 군수 측에 수사 개시만 통보한 상황이다"고 밝혔다.
장성군청 소속 전 여성 공무원 A씨는 지난달 10일 광주지방검찰청에 해당 내용을 수사해 달라는 고소장을 접수했고, 사건은 이틀 후인 12일 경찰에 이첩돼 유 군수를 대상으로 수사가 시작됐다.
고소장에 적시된 유 군수의 혐의는 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허위공문서작성 교사 등 두 가지다. 우선 지난해 계약직으로 재직 중이던 공무원 A씨의 주택 지붕과 처마 등을 장성군의 상징색인 노란색으로 칠하도록 해 직권을 남용했다는 게 고소인의 주장이다.
또 경관개선사업비를 주택 도색 비용으로 집행하면서 담당 공무원에게 당사자 동의서를 임의로 작성하도록 지시한 의혹도 있다.
A씨는 군청과 가까운 장성읍 시가지에 2019년 11월 갈색 스페인식 기와를 얹은 유럽형 주택을 가족과 함께 거주할 목적으로 신축했다. 지방과 처마를 노란색으로 바꾸라는 유 군수의 '요구'는 주택 준공 직후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 군수의 요구는 장성지역에서 기자로 활동한 A씨의 시아버지, 군청 내 상급자인 공무원 등을 통해 전달됐다. A씨는 유 군수의 지속적인 추궁을 견디지 못해 지붕, 처마, 담장, 대문을 노란색으로 바꿨다. 정신적 고통으로 인해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지난해 9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A씨는 "지붕 색을 바꾸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적인 자리와 사적인 모임을 가리지 않는 유 군수의 추궁에 몇 달씩 시달렸다"고 호소했다. 설계 목적이나 자재 특성과 맞지 않는 노란색으로 지붕을 칠하라는 유 군수의 요구가 직무와 관련 없는 '사적 간섭'이라는 것이다. 특히 유 군수의 강요와 회유가 개인적인 행동에 그치지 않고 군청 계장 등 행정력을 동원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장성군은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맞섰다. 군 관계자는 "옐로우시티 경관개선 사업의 참여 여부를 물은 것이지, 지붕 색을 바꾸라는 강요는 아니었다"고 제기된 의혹을 부인했다.
논란 끝에 인권위는 올해 6월, 소속 공무원의 자택 색깔을 변경하라고 하는 것은 행동자유권을 침해하는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고용이 불안한 A씨의 상황과 위계질서가 뚜렷한 공무원사회를 고려하면 A씨가 군수의 제안을 단호히 거절하지 못했을 것이다"며 "개인 주택의 도색은 군청에서 추진하는 경관조성 사업의 취지나 목적과도 맞지 않는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권위는 유 군수에게 원상회복 또는 피해보상 등 후속 조치를 권고했으나 아직 이행되지 않았다.
장성군은 11월25일 본지에 보내 온 입장문에서 "국가인권위의 피해자 원상회복 권고 결정을 즉각 수용한 뒤 원상회복이행계획서를 제출하고, 수차례 본인 및 가족들과 절차 협의를 진행해 오고 있었다"며 "다만 안타깝게도 피해자 측이 형사소송을 제기한 만큼 불가피하게 법적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첫댓글 노랭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