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되찾기 여주 남한강 생명평화 미사’가 6월 20일 교구장 이용훈 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주례로 전국에서 모인 성직자·수도자·평신도 등 1,300여명이 참례한 가운데 용인대리구 여주성당에서 봉헌됐다.
전임 교구장 최덕기 주교 및 각 교구 사제단이 공동 집전한 생명평화 미사는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 연대가 주최하고 수원교구 사회복음화국이 주관했다.
이날 오후 2시 거행된 생명평화 미사에서 교구장 이용훈(마티아) 주교는 “주님이 원하시는 이 땅의 생명과 평화를 지키기 위해 폭염주의보가 내려질 만큼 뜨거운 이날 이 자리에 우리가 모였다”면서 “후손들이 신음하지 않고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생명과 평화를 수호해야 함은 우리의 거룩한 의무”라고 조용하면서도 단호한 어조로 천천히 말을 이었다.
“하느님이 ‘창조’하신 것 가운데 우리 시대가 ‘보전’해야 할 중요한 가치 중 ‘참 빛과 길’을 제시할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있다”고 말한 이 주교는 “수 천 년 아니 수 만 년을 두고 형성된 ‘자연’을 동시다발적으로 송두리째 갈아엎는 ‘인위’적 행위는 전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며 이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주교는 끝으로 “후손들이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자연 속에서 평화로운 삶을 향유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고 덧붙였다.
‘두물머리 이장’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윤종일(디도·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신부는 강론에서 “문득 24년 전 오늘, 유월 항쟁이 한참 진행 중이던 1987년 6월 20일을 회상하게 된다”며 “당시 김수환 추기경의 사회에 대한 ‘태도’와 ‘행동’을 기억했으면 좋겠다”며 잠시 묵상의 시간을 가졌다.
이어, 하느님께서 엿새 동안 순차적으로 피조물을 창조하시는 과정에서 당신의 모습과 비슷하게 사람을 만들고 보시기에 참 좋았다는 ‘창세기’ 제1장을 인용하면서 윤 신부는 “주님의 피조물 가운데 마지막 끝자리의 막내로서 인간이 자리 잡고 있다”며 “선악과를 따먹지 말라는 하느님의 명령에 불순종한 인간의 교만한 창조질서 파괴는 그때부터 배태됐다”고 말했다.
“그 인간의 탐욕이 오늘날 이른바 ‘4대강 사업’으로 이어져 5년짜리 정권에 의해 생명들이 유린당하고 있다”고 밝힌 윤 신부는 “이에 프란치스코 성인의 영성이 절실히 필요함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요컨대 창조질서의 막내인 인간은, 생명을 잉태하는 어머님인 땅을 존귀하게 여기고 청빈의 영성을 깊이 있게 실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 연대는 미사 중 ‘죄악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4대강 사업은 당장 중단되어야 합니다!’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행정부는 다가올 홍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준설을 당장 멈추고 홍수 때에는 가동보 작동을 금지하고 하천 공간 공원 사업을 중단하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천주교 연대는 이어 “정부와 경기도는 하천 점용권 취소 소송 제1심에서 승소한 두물머리 농민들의 유기농지에 대한 행정 대집행 시도를 멈추고 두물머리 농민들이 마련한 대안 모델을 즉각 수용하라”고 요구했다.
생명평화 미사 후 참가자들은 ‘4대강은 자유롭게! 생명은 평화롭게!’, ‘흘러라! 4대강! 멈춰라! 토건삽질!’ 플래카드 등을 들고 여주성당에서 여주대교를 건너 여주박물관 앞까지 약 3km 구간의 도보순례 행진을 펼쳤다.
전임 교구장 최덕기 주교를 비롯한 사제단과 수원가톨릭대학교 학생들이 선두를 이룬 가운데 수백m의 행렬을 갖춘 참가자들은 여주대교에서 잠시 머물러 한강의 남쪽을 향해 ‘4대강을 위한 기도’를 바치기도 했다.
성기화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