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속의 섬
구월이 가는 마지막 날은 토요일로 추석 연휴 사흘째다. 자동찻길은 정체가 예상되고 축제나 위락 관광지는 나들이 인파로 혼잡하지 싶다. 일기 예보에 아침나절 우산이 그려져 있어도 산책을 나섰다. 비가 오는 날은 도서관에서 보내기 알맞으나 오늘까지 휴관이고 내일은 일요일이라도 문을 열었다. 추석 이전 빌려다 읽고 있는 책은 내일 반납하면서 거기서 하루를 보낼 예정이다.
행선지를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을 강가로 정해 이른 아침 길을 나섰다. 엘리베이터를 나가니 성근 빗방울이 떨어져도 양이 적어 우산은 펼치지 않고 그냥 맞았다. 아파트단지를 벗어나 반송 소하천 따라 걸어 원이대로로 나가 장유로 가는 770번 좌석버스를 탔다. 추석 이튿날 이른 시간이라 승객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남산동 버스터미널에서 장유로 가는 창원터널을 빠져나갔다.
무계교를 지난 장유 농협 앞에서 내려 김해 시내를 출발해 와 장유를 거쳐 하단으로 가는 220번 버스로 갈아탔다. 그 버스 역시 부산 하단으로 다니는 직장인이 주로 이용하였는데 추석 연휴로 승객이 없어 빈 차다시피 했다. 장유 아울렛과 율하를 둘러 응달 수가에서 조만포를 거쳤다. 장유 대청계곡은 들판을 지나오면서 조만강으로 바뀌어 조만포에서 서낙동강으로 합류랬다.
경전선이 창원에서 비음산터널을 빠져나와 장유를 앞두고 갈래로 나뉘어 김해 들판을 가로질러 부산 사상으로 곧게 가는 새로운 철길 선로가 놓였다. 철로는 김해공항 근처에서 낙동강을 앞두고 강바닥은 터널로 지나는데 여객 전동차의 개통을 앞둔 마무리 점검 단계인 듯했다. 경마장이 가까운 조만포에는 새로 뚫린 철로에 개설된 역은 여객 전동차가 다니질 않아 묵혀져 있었다.
경마장에서 방향을 꺾어 생곡에서 녹산을 거쳐 강서 명지로 갔다. 을숙도와 맞닿은 명지 포구는 낙동강 생태 탐방길 기점이었다. 버스가 낙동강 하굿둑을 건너기 전 을숙도 문화회관 앞을 지날 때 내렸다. 아침나절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길을 나선 목적지는 을숙도 생태공원이었다. 남단의 초화원으로 들어서니 여름까지 피던 꽃은 퇴장하고 새로운 꽃씨 심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겨울 철새 도래지는 일반인의 탐방을 제한한 울타리가 쳐져 있었는데 일시 개방되어 들어갔더니 야생동물 치료 재활센터가 나왔다. 휴일임에도 직원이 차를 몰아와 무슨 일을 하고 있었다. 그 곁에는 기수역 철새 도래 습지 구역이었다.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곳을 기수역이라고 하는데 을숙도 일대는 모두 기수역이다. 물억새와 갈대는 이삭만 패었고 철새는 아직 오질 않았더랬다.
야생동물 치료 재활센터에서 다시 초화원으로 나와 을숙도 북단 생태공원으로 건너갔다. 흐렸던 하늘에서는 빗방울이 떨어져 우산을 펼쳐 썼다. 태백 황지에서 발원한 물길이 천 삼백 리를 흘러와 다대포를 앞두고 하굿둑에서 막혀 잠시 머물렀다. 맥도강 생태공원이 건너다 보이는 탐방로를 따라 걷다가 쉼터에서 우산을 접고 고구마와 양파즙으로 간식을 먹으며 비가 그치길 기다렸다.
비가 그쳐주어 남은 산책로를 따라 생태공원 북단으로 향했다. 산책로에는 아스팔트나 우레탄 포장길이 아닌 마사 흙이 깔려 비가 와 젖어도 질퍽거리지 않아 걷기 좋았다. 낙동강 하구의 생태공원은 내가 평소 자주 다녔던 창원 근교 낙동강 강가와 다른 낯선 풍광이라 신선감이 더했다. 중상류 어디에선가 씨앗이나 알뿌리가 떠내려왔을 돼지감자가 거기서도 꽃을 피워 눈길을 끌었다.
북단 쉼터에서 가까운 호수형 습지 일웅도는 섬 속의 섬으로 생태계가 안정되어 있었다. 습지 공원 곁에 들어선 국립 청소년생태센터는 내년 봄 개장을 앞둔 시설이었다. 낙동강 문화관 광장 기념탑 근처는 4대강 자전거 종주 인증 센터가 보였다. 인천 아라뱃길부터 자전거 페달을 밟아 한강을 거슬러 새재를 넘은 이들이 안동댐에서 달성보를 거쳐 대장정을 마친 낙동강 을숙도였다. 23.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