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다시 생각하기
/백영옥 소설가
다리를 다쳐 깁스를 하고 나면 그때야 비로소 힘겹게 걷고 있는 노약자들이 눈에 들어온다.
자신이 아이를 낳으면 그 전에는 보이지 않던 또래 어린아이들이 유독 눈에 띈다.
정수리 머리숱이 적어지는 중년이 되면 주변 사람들의 탈모가 더 잘 보인다.
좋든 나쁘든 나를 둘러싼 삶의 조건이 변하면 세상을 보는 눈이 새롭게 열린다.
채식만 고집하던 환자가 안타깝게 암과의 전쟁에서 패배한 사연을 세계적인 암 전문의가 소개하며 ‘암 환자는 햄버거든 치킨이든 뭐든 잘 먹으라’고 말하는 걸 봤다.
항암 과정을 견디기 위해 폭발적인 칼로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노인내과 의사는 식욕 부진에 빠지기 쉬운 노인의 경우, 조미료나 단순당을 넣어서라도 충분한 양을 먹는 게 도움이 된다는 걸 강조했다.
이렇듯 채식이 곧 건강식이라는 기존의 관성을 다시 생각해보는 것은 중요하다.
우리는 유행에 따라 옷도 바꾸고, 전자 제품도 바꾸지만 유독 한번 박힌 생각만큼은 바꾸기 쉽지 않다.
애덤 그랜트는 ‘싱크 어게인’에서 화마로부터 더 빨리 달아나야 사는데도 걸음을 멈추고 자신 앞의 풀밭에 불을 지른 소방대장을 소개한다.
대원들마저 미쳤다고 생각한 그의 생존 전략은 기존의 상식을 깨고 자기 앞에 있는 풀을 태워 미리 불길을 차단하려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경험으로 축적한 자기 확신이 강해지는데, ‘확증 편향’과 ‘소망 편향’이 그렇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의심하는 인간’(Homo Dubitans)의 자세로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내가 수련하는 요가의 ‘고양이 자세’가 허리 디스크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걸 최근에야 알았다.
세상에 나쁜 운동은 없다는 신념 덕에 내 허리가 더 나빠진 것이다.
삶의 격변기에선 ‘모르는 걸 아는 것’보다 ‘안다고 믿었던 걸 다시 생각하는 것’이 때론 더 중요하다.
계절만 변하는 게 아니라, 내 몸과 마음도 시시각각 바뀌기 때문이다.
그때는 맞지만 지금은 틀린 게 이렇게 많다. 그걸 알아채는 것이 배움이다.
-지인이 보내 준 톡에서-
💜 삶이란
https://m.cafe.daum.net/dreamt/Snn0/8936
와 덥다
바람 살랑거리는데도
본격적인 무더위 시작되려나 보다
아침 안개가 조양뜰을 삼켰다
안개 자욱한 날은 날씨 좋다던데...
동물 모이주기
아침 일과는 동물 챙기는 것부터
내가 돌보아주는 무언가 있다는게 삶의 즐거움
그런데 저 녀석들은 아직 나와 친하지 않다
이리저리 피하기만 한다
한번씩 몰아 잡기 때문이리라
물과 모이를 주고 바로 풀어 놓지 않았다
알 낳는 암탉들이 알 낳은 뒤에 풀어 주어야겠다
물장화를 신고 아래 연못에 들어가 마름을 걷어 내고 부들과 창포등을 베고 걷어냈다
마름이 꽉 차버려 오리나 기러기가 연못에 들어가질 않는다
연못에 마름 수련 갈대등이 가득 차 있어 물을 좋아하는 기러기나 오리가 들어가질 못한다 진즉 처리해주어야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가 여기까지
오늘은 마음먹고 걷어 내기로
마름을 낫으로 걷어내려 했더니 더 어렵다
아예 손으로 마름을 걷어 내고 수련뿌리도 뽑아 냈다
어찌나 많은지 절반 정도 걷어 냈는데 지쳐서 할 수가 없다
아이구 여기까지만
창포와 부들 갈대는 예초기로 베었다
절반이라도 훤하니 오리들이 들어 와 놀기 좋겠다
올라오니 8시가 넘었다
오늘 아침에도 일 꽤나
아침을 먹고나니 몸이 지쳐 다른 생각이 없다
푹 쉬어 주는게 최고
침대에 누우니 잠이 온다
몸이 무척 힘들었나보다
일어나니 10시가 넘었다
바람은 불어도 햇볕이 따갑다
바둑유트브에서 사활문제 몇편 시청
전혀 수 날 것 같지 않은데에서도 수순의 차이로 수가 난다
바둑을 둘 때 수가 날 것인지 아닌지를 항상 염두에 두고 행마를 해야하는데...
언제 그런 경지에 오르나
그저 재미로 두는거지
그래도 생가하며 두는 바둑이 더 재미있다
집사람이 점심 때 여러 야채를 넣어 부침개를 해준다고
어? 전 지지면 막걸리도 한잔 있어야하는데...
막걸리 사러 나갔다
베이커리에 들러 식빵 하나 사고 막걸리 사러 마트에 들렀다
유국장을 만났다
참 반갑다
언제 시간 내어 같이 식사하자고
옥수수 찌기 위해 뉴수거를 샀다
옥수수는 달면서 간이 맞아야 맛이있다
막걸리와 요구르트도
와송을 요구르트 넣고 갈아 마시니 맛이 좋다
집사람이 양파 부추 깻잎 대파 청양고추에 참치를 넣어 부침개를 맛있게
냄새도 고소
여기에 막걸리는 환상의 궁합
닭죽까지 한그릇 먹으니 배가 만땅
요즘 넘 잘 먹는다
낮잠 한숨 때리고 일어나니 두시가 넘었다
오전일과 대충 정리한 뒤 나가서 일하자고
오늘은 약간 흐리며 바람불어 그리 덥지 않다
집사람이 햇볕에 말린 고추를 10근 단위로 담아 놓자고
고추 담는 큰 비닐봉지를 가져와 고추를 담았다
집사람은 10근을 담을 때 야박하게 담으면 안된다며 100그램 정도를 더 담는다
그래 그게 시골 인심이지
두 번 딴 고추가 10근하고 좀 남는다
꽤 딴거란다
예년보다 많이 딴 것같다
하우스 안에 양파를 말려 놓았는데 썩는게 몇 개
냄새가 고약
양파를 콘테이너 두 박스에 담고 일부는 망에 담아 그늘에 걸어 놓기로
썩은건 골라 감나무 밑에 버렸다
거기에 버려두면 썩어서 거름이 될 것같다
농약병을 정리
지금 고추 밭에 쓸 것과 다음에 배추 마늘 밭에 쓸 걸로 구분
제초제와 땅에 뿌리는 살충제등도 구분해 놓았다
고추밭에 쓸 농약을 종류별로 다시 나눈 뒤
살충 살균제와 영양제등을 한묶음으로 하여 4개로 나누어 봉지에 담았다
농약도 한가지를 계속해 쓰는 건 병해충 내성만 길러준다고 하니 골고루 나누어 써야겠다
4개로 나누어 놓았으니 돌아가면서 사용하면 될 것같다
어느새 4시가 훌쩍 넘었다
땀도 나고 목도 마렵고
집사람이 냉커피를 타 온다
냉커피 한잔 마시고 나니 시원한 막걸리 생각
에라 막걸리도 한잔 마셔야지
멸치와 땅콩 안주에 막걸리 한잔
일하고 한잔 마시는 것도 즐거움이다
작은형님께 전화
형님과 통화한지가 오래다
잘 계시냐고
요즘 일하느라 정신 없으시단다
무와 배추 심으려 준비하시고 잔디 관리하느라 힘드신다고
연세도 있으시니 적당히 하시라며
내일 집에 오셔 양파를 좀 가져 가시라 했다
시간 맞추어 보시겠단다
집사람이 베란다 아래 석축사이 풀을 뽑잔다
너무 자라 집에 들어오면서 보면 보기 싫다고
술한잔 마셨으니 또 한바탕 일하는 것도 나쁜진 않지
둘이서 석축사이 풀을 뽑았다
꽤나 많다
뽑아내지 못하고 풀을 거의 뜯었다
그래도 대충 정리하고 나니 보기 좋다
풀을 감나무 밑에 가져다 버리고 여섯시가 넘었길래 동물을 가두었다
닭 한 무리가 들어오질 않는다
수가 많다 보니 여러 무리로 나뉘어 논다
그들 세계에도 마음에 맞는 친구들이 있나보다
모두 하우스 안으로 몰아 넣고 뻥이를 데려다 묶어 놓은 뒤 놀이터 문은 열어 두었다
들어오지 않은 무리는 어두워지면 들어오겠지
온몸이 땀으로 범벅
바람불어도 여름은 여름이다
수돗가에서 앉아 샤워
우리집은 남의 시선에서 자유롭다
난 그 점이 더 마음에 든다
저녁밥을 지으려다 남은 용봉탕 국물이 있고 죽이 있어 그걸로 때우자고
또 부침개도 있어 막걸리 한잔하기 딱 좋겠다
베란다에 상차려 한잔
난 하루 마감을 베란다에 앉아 어둠이 내리는 조양뜰 바라보며 상념에 젖는 것으로
삶의 의미가 뭘까?
한번 살다가는 삶을 그리 아등바등하며 살아야할까?
신명나게 즐기며 살 수는 없는 걸까?
노열동생이 올라왔다
이제 일이 끝났단다
집사람이 웃으면서 일 끝났으면 집에서 쉬지 올라왔냐고
궁굼해 왔단다
노열동생은 매일 동네 한바퀴 돌아야 직성이 풀리는 것같다
다른 사람들의 일을 항상 궁굼해 한다
보면은 또한 한마디 꼭 거든다
사람들이 그걸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남이 그러거나 말거나 뭐 자기 생각대로 살아가는거지
용봉탕 국물에 같이 한잔 나누었다
닭장에 내려가니 닭이 들어가 있다
놀이터 문을 닫았다
녀석들 미리 들어갔으면 두 번 걸음 안했을 건데...
작은안사돈이 집사람에게 전화
복숭아를 많이 땄는데 언제 가져다 드리지 못하니 와서 가져 가시란다
우리도 복숭아 있다며 사돈 드시라 하길래 내가 가지러 간다고
많이 있다면 가져다 다른 사람과 나누어 먹어도 좋지 않은가?
또한 사돈이 주신다는데 거절하는 것도 좀 그렇다
난 누가 무얼 준다면 거절하지 않는다
그걸 받고 나도 다른 걸로 주면 되는 거지
삶의 즐거움이란 서로 생각해주고 나누며 사는데 있지 않을까?
집사람이 내일 아침에 가지러 가겠다고 했다
일일 연속극도 끝나지 않았는데 하품만
마름 걷어 내는 일이 힘들었나?
종일 피곤하던데...
아이구 빨리 자는게 좋겠다
노적봉 위로 떠 있는 구름 몇조각
불그레 물들어 온다
님이여!
오늘도 매사에 감사하며
무탈하고 행복한 일상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