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이 널리 회자된 적이 있다. 이를 사람이 아닌 조직으로 바꾸면 조폭적 의리를 표현하는 말이 된다. 반면에 공적가치·이념이나 소신·원칙에 충성한다는 말로 이해하면 참 아름다운 말이 된다.
한동훈에 대한 내 입장과 지인들의 입장 차가 커서 그 이유가 뭔가를 찾아 봤다. 내가 내린 중간 결론은 첫째, 한동훈을 국힘의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로 보기 때문이다. 둘째, 원희룡, 나경원, 윤상현 등 국힘 중진들에 대한 실망과 불신이다. 셋째, 윤통에 대한 실망, 불신, 반감이다.
이는 아마 조선 미디어 그룹도 공유하고 있지 않나 싶다. 그리고 둘째 심리는 이준석을 당대표로 만든 심리와 거의 같다. 한동훈에 환호하는 사람 중에는 이준석을 극혐하는 사람도 적지 않은데, 이준석과 한동훈과 조국의 본질적 유사성(공심 부재, 정치 경륜의 일천함, 겉멋 등)을 잘 의식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아무튼 나라고 한동훈에 대한 일말의 기대가 왜 없겠는가? 국힘중진과 윤통에 대한 실망, 불신, 반감이 없겠는가?
그럼에도불구하고 적어도 지금은 한동훈은 절대 아니라고 부르짖는 것은 첫째는 강호의 법도인 신상필벌 원칙에 위배 되기 때문이다. 지금은 원칙을 세울 때지, 사람에 따라 원칙을 이리저리 구부릴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둘째는 12월 26일부터 4월 10일까지 108일간 비상대권을 휘둘렀던 한동훈의 깜량을 똑똑히 봤기 때문이다.
한동훈은 한마디로 비전정책 깡통, 정무 깡통, 공심 깡통이었다. 4월10일부터 지금까지는 성찰과 염치도 깡통이라는 것을 추가적으로 확인했다.
사실 오랜 직업관료 생활과 짧은 정치이력으로 인해 정책과 정무가 깡통이라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문제는 얼마든지 채워넣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상대권으로도 거의 채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실 이게 더 심각한 것이다. 자신이 부족한 것을 알면 얼마든지 채워넣을 수 있으니!!
공심, 성찰, 염치 깡통은 더 심각한 것이다. 한동훈은 사실상 임명직이나 다름없는 텃밭과 비례 공천 과정에서 윤대통령도 원했고, 당헌당규에도 명시된 호남 배려도, 우파 소수당 배려도 없었다. 문정부의 탈원전·소주성·좌편향 교육 등 폭정에 맞서 풍찬노숙하며 투쟁한 인사와 단체에 대한 배려도 없었다. 선전선동 능력이 탁월한 젊은 우파 전사(김영민 등)에 대한 배려도 없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향후 자신의 당권·대권 행보에 우군이 될 TV조선과 동아일보와 ytn 등 주요 언론사 출신에 대한 과도한 배려가 핵심 컨셉 중의 하나였다. 지금 한동훈 캠프에 있는 비례의원들을 보라! 이는 태극기 성조기를 흔들며 탄핵 반대, 애국 등을 고창하며, 대중을 현혹시킨 후 후원금으로 자신의 호주머니만 두둑하게 불린 보수의 악성종양인 '코인팔이’ 들의 행태와 그리 다르지 않았다.
게다가 출마선언문은 유체이탈 화법 내지 사돈남말로 점철되었다.
윤통에 대한 실망과 반감으로 치면 나 역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것 같다. 하지만 윤통은 향후 3년 가까이 대통령 권력을 가지고 있다. 여전히 엄청나게 소중하고 큰 자원이다.
당 대표는 대통령과 신뢰가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도 정책적 정무적 경륜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윤통의 부족한 면을 보완도 하고, 편향을 제어도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견인도 할 수 있다. 대통령과 신뢰가 없는데, 의대정원 문제나 특검 문제나 개헌 문제 관련 입장 변화 내지 시정을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을까?
게다가 당의 여러 대권 주자들 입장에서는 한동훈이 당대표가 되면, 그의 모든 정치 행위들이 자기 입지 강화 책략으로 보일 것이다. 윤통도 한동훈을 이런 관점에서 볼 것이다. 반드시 물고 뜯을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과도한 우려가 아니라는 것이다. 비대위원장 시절 보여준 한동훈의 몰상식하고 몰염치한 자기 중심적 행보를 똑똑히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강호의 법도에 입각하여 "신상필벌"과 "한동훈만 빼고"가 내 입장이다. 아무리 못난 중진이라 할지라도 한동훈 보다는 낫다는 것이다.
한동훈은 자숙과 성찰과 숙성과 단련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검사 정권 10년은 안된다는 목소리를 잠재울 수가 없다.
내가 대통령을 옹호하는 이유는 그가 잘해서 혹은 인격이 훌륭해서가 아니라, 3년은 대체 불가능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정말 개 쓰레기 같은 의원을 존중하는 이유 역시 헌법과 법률에 의해 선출된 존재이기 때문이다.
김대호 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