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도 그저 평범한 인간일 뿐이다
바위는 단단하고 물은 촉촉하다.
이렇게 당연한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면 타인들도 그저 평범한 인간일 뿐이라는 사실 또한 받아들여야 한다.
인간의 본성은 때에 따라 변하기도 한다.
당신의 힘 만으로는 그 본성을 바꿀 수 없다.
사람들은 당신이 바라는 대로가 아니라 본래의 모습 그대로
존재한다.
물론 당신보다 정직하지 못하고, 무례하고, 비합리적이고, 인정머리 없고, 무식한 사람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세상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인간 본성에 상처 받지 않도록 해라.
사람들에게는 분명 융통성이 있고
관대하고, 유머러스하고, 친절하고, 인정 있고, 이해심 많은 부분도 있다.
남의 잘잘못을 따지며 평가하는 데 시간을 쓰지 마라.
당신의 인생에는 더 중요한 일들이 얼마든지 있다.
사람들을 평가하고 심판하는 것은
신에게 맡겨라.
그건 신이 할 일이다.
- 미친 세상 현명하게 살아가기 – 젤린스키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에서 옮겨 온 글-
아름다운 것들/김희진
https://www.youtube.com/watch?v=UgwbccejWVU
햇볕 참 따갑다
요란한 매미 울음 불볕 더위 청한다
몸도 따라 축 처진다
어제 물에 빠진 병아리가 아침에 보니 어미를 따라 다닌다
밤에 춥지 않아 살아난 것같다
병아리가 물에 빠지지 않도록 토끼장에 있는 속이 얕은 넓은 물그릇을 가져다 주고
토끼는 작은 플라스틱 그릇에 물을 떠다 주었다
토끼는 물을 많이 마시지 않기에 조그만 물그릇에 주어도 괜찮을 듯
오늘은 일찍 밖으로
날씨가 더워 솔밭에 가서 노는게 좋겠다
놀이터 문을 열어주니 녀석들 모이도 먹지 않고 밖으로 나가 버린다
배고프면 와서 먹겠지하며 모이와 물을 떠다 놓았다
아래밭 언덕 아래 꽃밭에 풀이 무성
예초기로 베느니 제초제로 죽이기로
제초제 한통 타 와 뿌렸다
아침 이슬이 많아 제초제를 평소보다 독하게
풀을 뽑아 주면 좋은데 풀이 어릴 땐 그런대로 뽑을 수 있지만 7—8월 풀이 억세지면 뽑기 어렵다
제초제로 잡는 수밖에
남은 제초제를 집 뒷밭에도 뿌렸다
고사리 밭과 마와 더덕 심은 주변에도
봄부터 풀을 잡아 버렸더니 풀이 없는 곳의 땅은 푸석푸석
비 많이 내리면 흙이 쓸려 내려갈 것같다
여긴 경사가 져서 비가 많이 내리면 문제가 있다
항상 그걸 염두에 두고 뒷밭을 관리해야겠다
제초제 뿌리고 나니 어느새 여덟시가 훌쩍
온통 땀으로 범벅
꽤나 일했다
야외 수돗가에서 샤워하니 기분 좋다
집사람은 아침을 차려 놓고 기다리고 있다
된장국 말아 아침 한술
적당히 일해서일까?
밥맛도 좋아 한그릇 뚝딱
오늘은 황룡장
점심 무렵 나가 장구경도 하고 국밥이나 한그릇하자고
집사람은 국밥이라면 질색하지만 난 간혹 먹고 싶다
어릴적 추억이 생각나서일까?
집사람이 마지못해 그렇게 하잔다
참 덥다
밖의 열기가 방안으로 밀려드는 것같다
몸이 처지니 눕고만 싶다
자다깨다를 반복
집사람이 농협 프라자에 들러 고추담을 비닐 봉지와 참깨 베어 묶을 끈도 사잔다
장성농협 프라자에 들렀다
여긴 사거리 농협프라자보다 물건도 다양하고 가격도 좀 저렴
왜 농협 프라자마다 가격 차이가 나는지 모르겠다
여긴 우표 대부가 근무하신다
반갑게 맞으며 고추담을 비닐 봉지와 끈을 내 주신다
고추 담는 비닐 봉지가 10근 20근으로 따로 구분되어 있다
10근 짜리 10개 20근짜리 5개를 샀다
우리가 그렇게 많이 고추를 따겠냐고 하니 미리 내년 치까지 사다 놓잔다
부족하면 다음에 또 사면 될 것을...
참깨대 묶는 끈이 새롭게 나왔다
일정한 길이로 잘라져 있으며 질긴 종이인데 안에 심이 들어 있다
참깨대를 알맞게 모아 이걸로 매듭지는게 아니라 둘러쳐 끈을 돌려 버리면 된단다
그것참 좋은 아이디어
한묶음이 200개로 되어 있어 충분하겠다
마트에 둘러 칼국수를 샀다
여름엔 생칼국수를 사다 칼국수 끓여 먹어도 좋다
황룡장에 가니 너무 더워서인지 장보러 나온 사람들이 거의 없다
장사하시는 분들도 부채로 파리 날리고 어느 분은 그 더위 속에서도 낮잠 한숨
우리도 얼른 장 보자며
보리차와 하지감자 간고등어 한손 샀다
축령산 국밥집에 들어가니 아직 점심시간 전인데도 이미 줄서서 기다리고 있다
우리도 잠깐 기다려 자리 잡고 앉아 섞어 국밥 한그릇에 막걸리 한병
밖은 불볕 더위 거기에 뜨거운 국밥
이게 이열치열인가?
아니 에어컨 씽씽 가동되니 더운지도 모르겠다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미안해 빨리 먹고 일어섰다
집사람은 별로라지만 난 오랜만에 먹어서인지 맛만 좋다
낮잠 한숨 자고 나서 고추따러 가자고
집사람이 고추가 많이 익었다며 내가 오늘 바둑 모임 갈 때 혼자 따겠단다
그 많은 걸 혼자 따려면 넘 힘들겠다
내가 같이 따주고 약은 내일 아침에 해주어야겠다
두시 좀 넘어 고추따러
햇볕이 넘 따끔
잠깐 사이에도 땀 줄줄
이거 더위 먹지 않을까?
가져온 얼음물 벌컥벌컥
그래도 쉬 갈증이 가시지 않는다
이럴땐 소금 한주먹 필요한데....
우리 나이엔 땀 많이 흘리면 현기증부터
그럴 경우에는 소금을 먹는게 좋다
올핸 두 종류의 고추를 심었다
고추 열린게 서로 다르고 병충해 적응력도 틀리다
내년부턴 한 종류의 고추를 심어야겠다
그래야 약발이 고루 듣겠다
지난번 보다 조금 덜 땄다
그래도 이게 어디냐고
돈으로 따지면 아무것도 아니련만 집사람은 자기가 가꾼 고추라 몹시 흐믓해 한다
이런게 시골 사는 재미겠지
고추 두망을 수돗가로 옮겨 씻어 말리라 하고 난 샤워하고 바둑 모임
혼자 일하라 하고 나가는게 좀은 미안하지만 내 유일한 취미가 바둑이라 어쩔 수 없다
장사장과 김사장이 두고 있다
전총무가 구경하고 있길래 한 수 하자고
중반 들어가며 승기 잡아 흑을 몰아 부쳤다
거의 손을 들어야하는 상황에서 백의 과수
흑이 먹여치는 수를 발견하여 곤마로 몰렸던 흑돌이 모두 살아가며 백의 비세
분명 내가 보고 있던 수였는데 마구 몰아치며 순간 그걸 간과했다
뭐 어쩔 수 없지
다시 한판
이번엔 흑의 곤마를 모두 잡아 버렸다
이럴 수가 없단다
내가 한 수 더 앞을 보고 있으니 어쩔 수 없다고
김사범님과 재봉동생 김회장도 왔다
지난 바둑대회 우승 시상식 하자고
내가 우승해 읍회장인 김사장이 시상
총무가 상장을 만들어 와 모두 모여 박수치며 한컷
함께 즐거움 나누었다
현직을 떠나 몇 년만에 받아 보는 상장인가
이런걸 받는 것만으로도 재미 있다
팀바둑 한판
또 전총무와 두게 되었다
오늘은 연이 맞나 보다
이판도 앞판과 비슷
모든 곤마들을 다 잡아 버렸다
힘 한번 못써 봤단다
행마가 워낙 나빠 안된다며 몇수 가르쳐 주었다
초반 포석에서 분명한 우위를 점해야하고 중반들어선 내 돌이 약한 곳을 보강하라고
어정쩡한 공격으론 상수에게 당한다고
얼마나 이해했는지 모르겠다
모두 식사하러 가자고
내가 상금 받았으니 한턱 쏘아도 되련만 상금이 얼마 안되고 이미 동호회에 찬조금 내어놓았으니 입 싹
팀바둑 한걸로 식사하자고
한번 사도 좋으련만 아직 내게 그런 여유가...
찬조금 한번씩 내는 걸로 만족해야지
낙지세상에 가니 김사범님과 같이 근무하시는 분들이 식사하고 있다
날 보고 막걸리 좋아하니 먼저 한잔 하시란다
뭐 사양할 필요 있나?
같이 한잔 나누었다
우린 낙지 덮밥
여기에 막걸리도 한잔
바둑두고 이렇게 나누는게 즐겁다
오늘 식사비를 김사범님과 같이 식사하던 우리마을 재근씨가 내버린다
재봉동생이 왔다며 자기가 한번 사겠단다
아이구 고마운 일
다음에 만나면 우리 동호회에서 한번 사주자고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진다
안되겠다며 집에 가야겠다고 하니 읍에서 여기까지 왔는데 회장님이 먼저 가 버리냐며
팀바둑 한판만 더 하잔다
이거 참
그럼 빨리 한판 두자고
난 김회장과 두었다
두점 접바둑
초반에 큰 집을 지어 놓고 그만 과수가 나와 흑을 살려주며 이기기 어렵겠다
그래도 중앙으로 나 온 흑돌을 노리며 조금씩 조금씩 차이를 좁혀갔다
흑이 미리 단속해 버리면 투석해야하는데 맞받아 쳐 온다
이럼 수가 날 수밖에
결국 중앙의 흑돌이 모두 잡혀 버리니 투석
서로 실수
결국 마지막에 실수한 사람이 져 버렸다
아무리 잘 둔다하더라도 신의 경지에서 보면 허점 투성
삶도 마찬가지이리라
집사람이 몇 번 전화
비도 오는데 뭐하냐고
마음만 다급해진다
다른 팀은 끝나지 않았는데 난 안되겠다며 일어섰다
닭장에 가니 닭들이 모두 들어와 여기저기 무리지어 앉아 졸고 있다
하우스 안에 가두어야하는데 그러질 못하겠다
뻥이를 데려다 묶어 두었다
뻥이가 있어야 족제비가 오지 않겠지
동쪽 하늘에 샛별이 반짝
참 오랜만에 맑은 아침 하늘
님이여!
오늘부터 여름 휴가 시작
안전사고 유의 하시면서
건강하고 무탈하게 휴가 즐기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