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도는 동창회장직도 맡았고 새바람 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김광도는 누구보다도 서동수가 주도하는 ‘국가개혁’ 운동에 공감하고 있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 절반 가까운 시간을 새바람 운동으로 보냈다. 동창회 총무와 운영부장을 맡고 있는 양주만과 허성철이 바늘에 달린 실처럼 수행했는데 오늘도 셋은 동창회 일을 마치고 돌아온 참이다.
“자, 한 잔.”
인사동의 삼겹살 식당 안, 테이블에 둘러앉은 사람은 다섯, 김광도 일행과 여자 둘이다. 김광도는 동창회장 이름으로 학교 기숙사 건축기금 60억 원을 기부했고 장학금 20억 원을 전달했다. 양주만 등은 동창회 기금을 바랐지만 김광도가 직접 전달한 것이다. 술잔을 든 김광도가 소주를 한입에 삼켰다.
“너희가 고생했다.”
“아니, 우리야 뭐, 너 따라다니기만 했지 한 일이 있나?”
양주만이 말했다. 1주일이 넘도록 함께 지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서로의 환경을 알게 되는 법이다. 기부금과 기금을 전달할 때도 김광도는 그룹 기조실을 통해 적법한 절차를 거쳤고 안전장치도 완벽하게 마련했다. 그것도 전혀 선전을 하지 않아 학교 관계자와 관계기관만 알도록 했다. 이를 광고하고 싶었던 양주만과 허성철은 무색했지만 그룹 기조실의 처리에 기가 질려서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 그들도 대기업에 근무하는 터라 기조실의 위력을 아는 것이다. 김광도가 시선을 옆쪽 여자들에게 옮겼다. 김광도가 졸업한 대전 동일고교의 동계학교인 동일여고 동창회 간부들이다. 말만 동계학교이지 졸업할 때까지 동일여고 학생과는 말 한마디 해본 적이 없는 김광도다. 하지만 동일여고도 이번 기숙사 건축기금과 장학금 혜택을 받게 된 것이다. 그래서 며칠 전부터 둘과 자주 만났다. 둘 다 35세로 김광도와 같은 해에 졸업했고 오정원은 중학교 교사, 한석화는 제약회사 과장이다. 두 번째 만날 때부터 서로 반말을 하기로 합의한 터라 김광도가 불쑥 물었다.
“그동안 너희도 애썼다. 난 돈만 내놨지 한 일이 없어.”
“그게 제일 큰일이지.”
한석화가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일할 사람은 널렸다.”
“거, 참, 사람 앉혀 놓고 병신 만드네.”
허성철이 눈을 부릅떴다.
“야, 우리가 광도 꾀어서 이렇게 만든 거야. 일등공신은 우리다.”
“그래. 이등은 한석화·오정원이고, 삼등이 나다.”
김광도가 순위를 매겼다. 삼겹살 식당 안은 소란해서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이제 한국에서 새바람 ‘기부운동’도 끝난 터라 김광도는 이틀 후에 다시 한랜드로 돌아갈 예정이다. 한국은 사흘 전, 최만철의 ‘평양선언’의 후폭풍이 일어나고 있다. 선언 당시의 충격이 해일처럼 밀려오는 형국이다. 언론이 연일 그 후폭풍의 예견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데 최만철의 ‘석 달 참기’ 운동 선언에 대해 북한발 핵폭탄이 남한에 떨어졌다는 표현도 있다. 그때 한입에 술을 삼킨 한석화가 김광도를 봤다. 오정원이 화장실에 간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넌 언제 돌아가?”
“모레.”
“그럼 높으신 분 한동안 못 보겠네.”
“네가 와. 내가 잘해줄게.”
그때 핸드폰이 울렸으므로 김광도가 꺼내 보았다. 문자가 와있다.
“나, 정원이야. 오늘 밤 시간 있어?”
방금 화장실에 간 오정원이다. 김광도는 숨을 들이켰다. 새바람 활동 보너스인가.
첫댓글 즐감요
즐감요
즐감하고 갑니다.
즐감햇습니다.이운동이 지금 대한민국에 꼭 필요한운동인데 권력욕에 넋이 나가있는넘들은 이런생각이나 할수있을가?욕을먹더라도 이런난국을 헤쳐나갈 제2의 서동수는 안나오는가?기다려집니다.건강하세요.
잘 읽고 갑니다^^
굿,,즐감,,
₩ 늘 감사합니다.
즐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