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 주가각에서
박미정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은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그 인연으로 함께 여행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무엇이랴. 문학인들과 중국 상해로 자유 여행을 떠났다. 수속을 마치고 버스에 오르니 현지인이 준비한 맥주와 갖가지 안주가 차내에 푸짐하다. 술이란 잘 마시면 묘약이다. 목마름에 들이킨 칭따오 맥주가 갈증을 없애준다. 중국의 베니스라 불리는 '주가각'이 보고 싶다. 주가각(주자자오)은 18세기 운하도시로 상해의 가장 오래된 수향마을이다. 수십 개의 다리가 주가각을 형성하고, 다리는 물을 잇는 길이 된다. 그중에서도 랜드마크인 '방생교'는 '팡성차오'로 불린다. 선착장으로 가 인력으로 움직이는 쪽배에 올라탄다. 양옆으로 늘어선 수향마을이 아름다워 노랫가락이 절로 나온다. 사공도 흥이 나는지 신나게 노를 젓는다. 가옥마다 매달린 홍등이 매력적이다. 일행이 배낭에서 꺼내 건네주는 위스키 한 잔에 얼굴이 달아오른다. 먼저 마신 칭따오가 강도 높은 위스키를 편안하게 받아줄 리 만무하다. 술도 자기네끼리 융화의 시간이 필요하리라. 일행들은 합창을 하며 쌓였던 스트레스를 맘껏 풀어본다. 방생교 앞에 다다르자 다른 여행객들이 힘차게 손을 흔든다. 우리들은 우정의 돛을 달고, 그림 같은 풍광에 취하며 방생교를 지나간다. 방생이란 무참히 죽어가는 생명을 살려 주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인간관계에서도 방생은 필요하다. 고통을 겪는 이웃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과 희망을 전하는 것, 풀 한 포기, 하찮은 미물이라도 따뜻한 마음으로 볼 수 있다면 이 또한 방생이리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 중에 하찮은 게 하나도 없지 않은가. 사공이 노를 접는다. 마을로 올라서니 카페거리다. 풍광이 아름다운 카페에서 즐기는 한 잔의 차는 여행의 덤이다. 주 씨 성을 가진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라 하여 이름이 붙여졌다는 주가각, 그들은 오늘도 운하를 보듬고, 묵묵히 자신의 삶을 살고 있다. 가족을 위하여 음식을 튀기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장신구를 만든다. 삶이 고달프면 더러는 말다툼도 하지만, 옥신각신 사는 모습이 우리네 삶과 별반 다르지 않다. 여행은 고단한 삶의 휴식이다. 운하를 넘나드는 쪽배에서 다 함께 부르던 우리들의 노래를 잊지 못하리라. 칭따오 한 잔에 가슴 뛰던 그 순간을 추억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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